[황인영 PD의 방송 이야기] 슬기로운 공연 생활
달력에 빨간 동그라미가 늘어났다. 6월 18일, 6월 26일, 7월 23일. 부디 무사히 이 날들을 맞고, 또 보낼 수 있기를 바라며 다이어리에 메모를 적는다. 미스터트롯 TOP6 전국 투어 콘서트 재개, 미스트롯2 TOP7 온라인 팬미팅, 미스트롯2 서울 콘서트 시작. 바야흐로 공연의 계절이 다시 다가오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지난 1년은 대중음악 공연의 암흑기였다. 공동체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방역 조치에 무슨 이의가 있겠냐마는, 제한적이나마 공연이 가능했던 클래식, 뮤지컬에 비교해 보면 대중음악에 유독 가혹한 시절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같은 가수의 무대라도 클래식 연주자와 크로스오버를 하면 ‘공연’이라 가능하고, 밴드가 연주하면 ‘행사’라서 안 된다니, 업계 종사자들에게는 피눈물이 날 만한 일이다. 특히, 오랜 무명 생활의 터널을 비로소 벗어나 팬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한 트로트 가수들에게는 더더욱 안타까운 시간이었으리라.
지난 5월 말 <뽕숭아학당>에서는 ‘도란도란 디너쇼’라는 특집 코너를 방송했다. 방마다 테라스가 딸린 펜션을 빌려서 그 앞마당에 작은 무대를 꾸몄다. 임영웅, 영탁, 이찬원, 정동원, 장민호, 김희재의 팬을 한 팀씩 초대해 손수 차린 저녁 식사와 함께 오붓한 테라스 디너쇼를 펼쳤다. 현장에 초대받는 행운을 누린 팬들도, TV로 본 팬들도 기뻐했지만, 누구보다 감격에 젖은 것은 미스터트롯 TOP6였다. ‘이제야 내 정체성을 찾은 것 같다’는 임영웅의 소감에는 지난 1년간 팬들과 눈을 맞추며 노래하고 싶었던 마음이 절절하게 담겨 있었다. 공연을 채 올려보지도 못한 미스트롯2 멤버들은 또 어떤가. 오디션을 마치고 100일 동안 팬미팅과 콘서트 두 버전을 완벽하게 준비해 놓고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만 있으니, 현대판 웅녀가 따로 없다.
물론 안심하기 이른 상황이다. 백신 접종률은 아직 낮고, 잊을 만하면 들려오는 변이 바이러스 소식에 살짝 안심했던 마음이 움츠러든다. 그러나 여러분, 놀랍게도 지난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열린 5000명 이상의 대규모 콘서트가 바로 ‘미스터트롯 TOP6 콘서트'라는 사실을 아시는지? 더욱 놀라운 것은 확진이나 감염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작년 가을, 중계 녹화를 위해 찾은 서울 콘서트 현장은 2002 월드컵 거리 응원만큼 열기가 뜨거웠지만, 기이할 정도로 질서 정연했다. 널찍하게 거리를 유지하며 입장하느라 긴 시간이 걸려도 줄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좋아 죽겠다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도 함성 금지 원칙을 지키려 제자리에 앉아 온몸이 부서져라 손뼉만 치던 팬들의 모습은 무대 위 트롯맨들 만큼이나 감동적이었다. 물론 지자체와 제작사도 안전한 공연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전 세계 유일의 안전 공연 신화를 썼던, 꼭 눌러쓴 마스크 위로 빛나던 눈동자들을 곧 다시 만나게 된다. 가수도 관객도 오래 기다린 만큼 벅찬 감동이 함께하기를, 그리하여 모두 힘차게 나아가기를 바라며 일하고 있는 6월, 방송가에서 공연도 만드는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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