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 피가 돌아야 살듯.. 도시도 그렇다
근대들어 '해부학적 연구'로 혁명적인 변화
도시 도로에 육체 혈액시스템 그대로 적용
'막힘 없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공간 구현
고대∼현대까지 육체와 도시의 관계 탐구
몸에 대한 통찰로 읽어낸 서양도시 문명사
‘살’은 정치, 경제, 문화 등 인간 활동의 결과물을 상징한다. ‘돌’은 최초의 도시를 이룬 재료였으니 도시에 대한 은유다. 그러니까 ‘살과 돌’이란 제목의 이 책은 도시와 인간의 관계를 탐구한다. 흥미로운 대목은 인간, 혹은 인간 활동의 상징으로 살이란 단어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미국 뉴욕대 교수를 지낸 도시학자인 저자 리처드 세넷은 도시를 육체와의 관계 속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책의 부제는 ‘서양 문명에서의 육체와 도시’다. 당대의 사람들이 육체에 대해 어떤 지식과 통찰을 갖고 있었는지에 따라 도시가 구성되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1740년대 유럽의 도시들은 길의 먼지를 씻어내고 대소변이 가득한 물구덩이를 배수하며, 오물을 길 아래 하수구로 밀어넣었다. 도시를 깨끗한 피부로 꾸미기 시작한 것이다. 육체의 혈액 시스템은 도시의 도로를 만드는 데 적용됐다. 도시 계획가들은 “도시를 관통하는 움직임이 어디선가 막히게 되면, 마치 개인 육체가 동맥이 막힐 때 뇌졸중을 일으키고 고통을 받는 것처럼, 집합적인 육체가 순환의 위기를 겪게 된다”고 생각했다.
미국 독립혁명 직후 건설된 워싱턴은 이런 구상이 구체적으로 적용된 사례로 제시된다. 워싱턴 계획은 “고도로 유기적이고 종합적인 도시설계로 건강한 환경을 창조하는 권력에 대한 계몽주의의 신념을 입증한다. 또한 이 도시설계는 사람이 자유롭게 숨쉬는 건강한 도시의 이미지에 담긴 특정한 사회적, 정치적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1792년 만들어진 워싱턴 건설 계획안은 격자 형태로 구역화된 복잡한 방사형 도로 시스템, 이를 통해 연결되는 몇 개의 교통 교차점과 중심을 담고 있었다. 또 “워싱턴의 습지와 넌더리나는 여름 기후”를 감안해 사람들이 마음껏 숨을 쉴 수 있는 도시의 허파를 구상했다. 이는 프랑스 파리 중심의 루이 15세대 광장을 참고한 것이었다. 이 광장은 루브르궁 앞에 있는 튈르리 정원의 끝에서 센강과 만나는 유럽 수도의 허파였다. 당시의 도시계획가들에게 허파는 “심장만큼 중요한 준거”였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으로 추앙되는 토머스 제퍼슨은 “시민은 확 트인 야외에 나옴으로써 자유롭게 숨을 쉰다”고 말했다. 이 은유는 제퍼슨 자신이 사랑했던 시골에 적용한 것이었다. 반면 워싱턴을 계획한 이들은 이를 도시에 적용했다. “순환하는 피 덕분에 몸의 가장 작은 조직도 심장이나 뇌처럼 넘치는 생명력을 부여받으며, 육체의 개별 부위들이 삶을 동등하게 즐긴다는 것”을 의미했다. 도시는 이렇게 도로와 수로 같은 수많은 혈관을 만들어 냈고, 그 위에서 뼈대라고 할 수 있는 건축물과 살로 은유된 정체, 경제, 문화 등의 활동을 일구어 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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