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불평등 현장 뛰어들어.. 분노를 쓰다
'체험형 글쓰기 대가' 에런라이크
저임 근로자·복지 최하층 삶으로
직접 몸으로 보고 들은 현실 고발
사회 부조리의 민낯 글로 담아내
“빈곤층과 경제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이 대중 매체라는 집단적 거울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을 수 없는 현실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그들로 하여금 자기가 소위 ‘주류’와 다른, 가치 없는 존재라고 인식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현상은 부유층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
빈곤과 불평등은 이 시대가 겪는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다. ‘세계 불평등 보고서(2018)’에 따르면 상위 1%와 하위 50%의 소득 격차는 1980년 27배에서 81배까지 벌어졌다. 인류 전체가 발전을 이루며 각종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와중에도 불평등은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불평등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올해 초 옥스팜 보고서에 따르면 억만장자의 재산은 불과 9개월 만에 코로나19 발생 이전 최고치를 회복했지만, 전 세계 극빈층은 증가했다. 이 ‘불평등 바이러스’는 지난 20년간 이어온 세계 빈곤의 감소세를 뒤집어 놓을 것으로 보인다.
저자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이런 현실에 평범하게 분노했다. 그리고 썼다. 쓰는 것이야말로 가장 영리하고 품위 있게, 그리고 확실하게 세상을 바꾸는 방법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엘리트 지식인들이 정제된 현실을 보고 책상머리에서 써내는 글을 그는 부정한다. 그는 비숙련 저임금 노동자, 최하층의 복지 수혜자, 한때 중산층이었으나 무너진 사람들의 삶으로 직접 뛰어들어갔다. 그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손과 발을 움직여 본 뒤 그제야 자신이 느낀 분노를 써냈다.
70세가 넘었지만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운동에 참여한 에런라이크는 운동가들에게 합법적으로 ‘소변’을 볼 수 있는 화장실을 소개받는다. 밤에 눈에 띄지 않게 쭈그리고 앉아 일을 볼 수 있는 골목길을 안내받는 순간, 그가 떠올리는 건 ‘과연 노숙인들은 길에서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이다. 마흔과 여든 사이 써 내려 간 글들에서 그는 사회의 밑바닥, 부조리의 속살, 자신을 대변할 ‘언어’조차 없는 사람들과 함께하며 지치지 않고 분노한다.
그에게 체험형 글쓰기의 대가라는 별칭을 얻게 해준 전작은 베스트셀러가 됐고, 현대의 고전으로 불린다. 복지개혁법의 실효성을 확인하기 위해 저임금 비숙련 노동자로 활동한 그의 기록이다. 단순히 신분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을 해서 번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약 3년을 보냈다. 50세가 넘는 나이의 여성작가가 1998년부터 웨이트리스와 호텔 청소부, 월마트 매장 직원 등 최저 임금을 받으며 일한 후 2001년 ‘노동의 배신’을 출간한 것이다. 이 책은 ‘가난하기에 돈이 더 많이 들고, 그래서 더 일해야 하고 빚을 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쳇바퀴’ 즉, 살아보지 않고는 결코 알 수 없는 ‘워킹 푸어’의 총체적 현실을 드러냈다.
수많은 찬사와 수상보다 더 유의미한 사실은 이 책 한 권이 현실을 바꾸는 ‘기폭제’가 됐다는 점이다. 빈곤층의 사람들이 결코 게으르거나 일을 하지 않아서 가난한 게 아님을, 그들의 빈곤이 중산층이 누리는 안락함의 토대임을 섬뜩할 만큼 보여줬기에 미국 사회가 받은 충격은 실로 엄청났다. 이는 미국 내 ‘생활 임금 운동’의 큰 동력으로 작용했고 그 결과 29개 주가 최저임금을 인상, 100개 이상의 도시에서 생활 임금을 지급하라는 법령이 통과됐다. 그리고 2007년 7월 연방정부는 최저임금을 인상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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