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22] 나를 치켜세우거나 비하하는데
새크라멘토의 평범한 동네에서 평범하기 그지없는 인생을 살고 있는 브래드 슬론. 비영리 단체에서 일하는 브래드는 친구들을 만날 때면 늘 기가 죽는다. 사업에 성공해 일찌감치 마우이로 은퇴한 친구 빌리. 빌리는 젊은 미녀 둘을 옆에 끼고 은퇴 생활을 즐기며 마우이에서조차 사업을 벌여 승승장구 중이다. 전임 백악관 공보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크레이그 피셔. 크레이그는 하버드 교수이자 방송 출연이 끊이지 않는 셀럽이다. 브래드는 성공한 친구들을 바라볼 때면 비영리 단체에서 고군분투하는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진다. 그리고 그들이 한없이 얄미워진다.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Brad’s Status∙2017)’의 한 장면이다.
브래드는 아들 트로이가 하버드 대학 면접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 사실 하나로 인생을 역전한 것처럼 들뜬다. “아들의 성공이 나의 현재를 덮어주는 상상을 했다. 그게 얼마나 흐뭇할지(I pictured his triumphs eclipsing those of my contemporaries. And how gratifying that would be.)”
하지만 즐거운 상상도 잠깐, 트로이가 면접 일정을 놓치는 바람에 하버드 입학의 꿈은 멀리 날아간다. 천신만고 끝에 하버드 면접을 보게 하지만 허세 가득한 교수들에게 실망한 트로이. 결국 트로이는 아버지가 그토록 무시하던 아버지의 모교 터프츠 대학에서 훌륭한 스승을 찾아 입학을 결심한다.
평생 남과 자신을 비교하며 스스로를 초라하게 만들었던 브래드는 아들의 당당하고 대견한 행동을 보며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틀렸는가를 깨닫는다.
“난 나를 치켜세우거나 비하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써버렸다.(I spent so much time in my mind puffing myself up, tearing myself down.)
그리고 아들과 객석에 앉아 아들 친구들의 공연을 보다가 이유 모를 눈물을 흘린다. 아이들의 음악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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