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뒷날개]일요일 밤의 세미나, 같이 해보실래요?

2021. 6. 1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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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두 개의 세미나를 하고 있다.

나는 출판인의 노파심을 발휘해 세미나에 흥미 없는 이에게 이 책을 소개할 방법을 고민하며 읽었다.

하지만 나는 세미나를 하고 나면 기분이 좋다는 쪽으로 이 책을 알리고 싶다.

그렇게 세미나를 하고 나면 한참 울고 난 사람처럼 개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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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책/정승연 지음/224쪽·1만3000원·봄날의 박씨
나는 두 개의 세미나를 하고 있다. 출판 편집자들과 철학책 독서회를 하고, 아는 사람들끼리 소설가 손창섭(1922∼2010)의 작품을 읽는 독서모임을 한다. 철학책 독서회는 가장 능률이 높은 화요일 저녁에, 독서모임은 아무것도 하기 싫은 일요일 밤에 진행한다.

이 책의 저자는 출판 마케터이자 육아하는 아빠다. 육아와 독서에 관해 각각 공저를 한 권씩 낸 그는 첫 번째 단독 저서로 인문학 세미나가 얼마나 좋은지 전파한다. 발제문 쓰는 법부터 입을 열지 않는 참여자를 독려하는 법까지 세미나의 실용적인 노하우를 담았다.

나는 출판인의 노파심을 발휘해 세미나에 흥미 없는 이에게 이 책을 소개할 방법을 고민하며 읽었다. ‘칸트, 하이데거, 베르그송, 마르크스는 진짜 재미있다’라고 영업하면 효과가 있을까. ‘인문학을 공부하면 아파트를 안 사도 된다’는 어떨까. 이런 얘기들도 책에 나온다. 하지만 나는 세미나를 하고 나면 기분이 좋다는 쪽으로 이 책을 알리고 싶다.

인문학 세미나는 지정 도서를 모임 당일까지 다 읽느라 괴롭고, 세미나 내내 남의 말을 경청하느라 힘들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비대면으로 세미나를 진행하면 더 쉽지 않다. 그런데 저자는 바로 이런 어려움 때문에 세미나를 마치면 “하루를 엉성하게 살았다는 후회가 없는 상태”가 돼 기분이 좋다고 말한다. 일상에서 목표를 설정하고 스스로 달성하면 자존감이 높아진다는 것. 저자는 인문학 세미나의 진정한 매력은 “내 손으로, 내 힘으로 만들어 낸 말과 글을 가지고 다른 사람과 만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자신만의 언어로 세미나에서 발표할 발제문을 쓰고 감상을 말하는 ‘생산’의 경험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증폭된다는 것이다.

홀로 공부만 하는 사람이나 다른 사람과 만나기만 하는 사람에게 각각 이 책을 권한다. 저자에 따르면 세미나는 다른 관계에 비해 깔끔하다. 책을 가운데 놓고 만나기에 “막연하게 서로의 ‘힘듦’을 호소하는 관계에 비해 소모적이지 않다”는 것. 내가 하는 세미나가 딱 그렇다. 철학, 문학, 사회학에 관심 있는 독서모임 참가자들은 손창섭이 그리는 1950년대를 서로 지극히 다른 방식으로 읽는다. 나는 편집자나 직장인이 아니라 그냥 잉여 인간으로서 다른 참가자들에게 내 얘기를 털어놓는다. 밑도 끝도 없이 월요일이 싫다고 우짖기보다는 이 작품의 이러이러한 구절이 절망적이라고, 그런데 이런 결말은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렇게 세미나를 하고 나면 한참 울고 난 사람처럼 개운해진다.

신새벽 민음사 편집부 논픽션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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