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책꽂이] 그래픽 디자이너 박연주의 아름다운 전집 5
최근 엄유정 작가의 그림책 ‘잎사귀들(FEUILLES)’이 독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공모전 최고상을 받았다. 1963년부터 열린 이 공모전에 우리나라 책을 출품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지만, 과거에도 아름다운 우리 책 디자인은 많이 있었다. 지난해 대한출판문화협회의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공모전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박연주(헤적프레스 대표) 그래픽 디자이너에게 추천을 부탁했다.
전집명 | 출판사 | |
---|---|---|
1 | 셰익스피어 전집 | 문학과지성사 |
2 | 박완서 소설 전집 결정판 | 세계사 |
3 | 사드 전집 | 워크룸프레스 |
4 | 보르헤스 전집 | 민음사 |
5 | 오윤 전집 | 현실문화 |
전체 단행본들 중에서 추천하려니 너무 광범위해 ‘전집’ 중에서 아름다운 책을 꼽았다.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기를 맞아 출판된 1808쪽짜리 책으로, 현대적인 파란색 표지에 작가의 머리글자 W와 S를 배치했다. 흔히 여백으로 두는 책배와 책머리에는 전집에 실린 작품 44편의 목차를 인쇄해 넣었다.
셰익스피어 전집은 첫째 무자비하다. 독자를 향해 ‘읽을 테면 읽어 보라!’며 막대한 분량을 글을 쏟아낸다. 둘째 고난의 집합체다. 기획의 고난, 번역의 고난, 편집의 고난, 교정과 교열의 고난, 디자인의 고난, 조판의 고난, 인쇄와 제작의 고난을 몽땅 흡입하고 있는 물건이다. 셋째 비효율적이다. 읽기도 힘들고 보관하기도 힘들다. 게다가 쓸데없이 금박까지 두르고 있다. 넷째 반자본주의적이다. 제작비를 많이 들인 탓에 출판사가 대단한 이윤 획득을 위해 이 책을 기획했다고 믿기 어렵다. 다섯째 시대착오적이다. 손바닥 안에서 모든 일이 해결되는 때에 크고 뚱뚱하고 무겁고 많은 종이 덩어리가 웬 말인가!
그러니까 이 책은 번역자와 기획자와 편집자와 디자이너와 인쇄소의 노고가 엉겨 붙은 무자비하며 비효율적이고 반자본주의적이며 시대착오적인 사물이다. 그런데 아름다움이란 가끔은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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