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섬에 갇힌 동물들, 지구로 돌아올 수 있을까

채민기 기자 2021. 6. 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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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있는 도서관

그림자의 섬

다비드 칼리 글|클라우디아 팔마루치 그림|이현경 옮김|웅진주니어|64쪽|1만4000원

왈라비(호주에 서식하는 초식동물) 박사는 악몽을 치료하는 의사다. 밤새 흉흉한 꿈에 시달린 동물들이 그를 찾아온다. 꿈속엔 보통 동물들을 괴롭히는 무언가가 있다. 코알라의 꿈속에선 기괴한 소리가 들려오고 주머니너구리의 꿈에는 괴물 뱀이 나타난다.

태즈메이니아 주머니늑대는 조금 다르다. 그의 꿈엔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어둠뿐이다. 왈라비 박사는 꿈을 다룬 책들을 샅샅이 살핀 끝에 그것이 악몽이 아니라 무(無)일 뿐이라고 진단한다. 꿈처럼 보였던 것은 늑대도 이 세상의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박사는 멸종된 동물들의 영혼이 모여 사는 섬으로 늑대를 안내한다.

/웅진주니어

등에 줄무늬가 있어 ‘태즈메이니아 호랑이’라고도 했던 태즈메이니아 주머니늑대는 1936년 호주의 동물원에서 마지막 개체가 사망하면서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사라진 동물에 대한 책은 도감(圖鑑) 형식이 되기 쉽지만, 각각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 작가인 저자와 삽화가는 꿈과 환상이라는 서사적 장치를 통해 멸종 동물을 오늘의 세상으로 불러낸다. 고요하면서도 초현실적인 그림이 꿈속을 유영하는 듯한 분위기를 더한다.

자신이 살아 있다고 믿었던 늑대가 숲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실제 태즈메이니아 주머니늑대는 최근까지도 종종 목격담이 있었지만 확실한 생존 증거는 없다. 첨단 유전공학을 활용한 복원 시도 역시 아직 결실을 보지 못했다. 다시 지구상에서 숨 쉬게 될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이미 멸종했거나 위험에 처한 동물 128종의 모습과 이름이 부록처럼 실려 있다. 전몰 장병을 하나하나 호명하며 추모하는 롤 콜(roll call) 행사에서 그러듯 이름은 가장 강력한 메시지가 되어 위기의 심각성을 일깨운다. 스티븐스섬굴뚝새, 웨이크뜸부기, 큰귀뛰는쥐, 스텔러바다소, 얼룩무늬타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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