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분노-보수의 정권교체 열망이 만든 '6·11 정치태풍'
여의도 흔드는 30대 제1야당대표
○ 열망과 분노 넘어 변화로
보수 진영이 이 대표를 선택한 이유는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으로 분석된다. 문재인 정부 4년 동안 홍준표, 황교안 대표 등 당 대표를 두 번 바꾸고 김병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등 비대위도 두 번 출범시키는 변화를 시도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자 이번엔 기존 정치 문법을 뛰어넘는 파격을 선택한 것이다. 보수 지지층이 한국 정치에서 세대교체의 상징으로 통하는 1970년대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의 ‘40대 기수론’을 뛰어넘어 ‘30대 기수론’이라는 파격을 택한 배경이다. 이 대표가 이날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세상을 바꾸는 과정에 동참해 관성과 고정관념을 깨 달라. 그러면 세상은 바뀔 것”이라고 변화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표는 당원 14만9000여 명이 참여한 투표에서도 37.4%를 얻어 나경원 전 의원(40.9%)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번 국민의힘 당원 선거인단 32만여 명 중 영남권이 51.3%이고, 50대 이상 당원 비율이 높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영남권 중년, 노년층 다수도 이 대표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된다.
여당도 MZ세대와 보수진영발(發) 또 한 번의 ‘정치 혁명’에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김병민 전 비대위원은 “이번 선거 결과에는 MZ세대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연령대의 국민들이 ‘미래로 나아가라’는 무거운 과제를 정치권에 던져줬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해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층이었던 2030세대가 현 정부의 불공정과 기득권 세대의 차별을 문제 삼으며 자신들을 대변할 새로운 정당을 찾기 시작한 것도 기존 정치의 변화를 이끌 핵심 요인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이준석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준석을 만드는 바람이 무엇인지 들여다봐야 한다”면서 “2030세대가 기득권 대표인 586을 거부한 것을 (야권 지지층이 대선 승리 카드로) 인정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 공존과 공정 앞세운 정치실험 성공할까
이 대표는 MZ세대가 문재인 정권에 가장 분노하는 지점을 파고들며 ‘공정’이라는 키워드를 첫 당직 인선에 접목시켰다. 선거 과정에서 내걸었던 ‘대변인단 공개경쟁선발’ ‘공직후보자 자격시험’ 등 파격적 혁신안을 바로 공식화한 것. 이 대표는 이날 “대한민국 5급 공무원이 되기 위해 연줄을 쌓으려 줄을 서는 사람은 없다”며 “누가 선발될지 모르는 불확실성은 역설적으로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확신을 줄 것”이라고 했다. 황보승희 의원 등이 거론되는 수석대변인직을 제외한 나머지 자리를 경쟁을 통해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가 이날 “청년다움, 중진다움, 때로는 당 대표다움을 강요하며 소중한 개성들을 갈아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도 앞으로 정치실험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공존”이라며 자신에게 표를 던지지 않은 63%에 이르는 당원들과의 결합을 강조했다.
다만 당 안팎에선 대선과 지방선거를 주도하거나 거대한 당 조직을 운영해본 적이 없는 이 대표의 경험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이날 가수 임재범 씨가 2000년에 발표한 노래 ‘너를 위해’의 가사를 빌려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시도를 했다. 이 대표는 “제가 말하는 변화에 대한 이 거친 생각들, 그걸 바라보는 전통적 당원들의 불안한 눈빛,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국민들에게 우리의 변화에 대한 도전은 전쟁과도 같은 치열함으로 비칠 것”이라고 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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