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선, 이슬람 강경파 당선 유력… 핵 합의 복원 악재되나

파리/손진석 특파원 2021. 6. 11.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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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 강경노선’ 추구 라이시, 핵 합의 복원협상에 악재 우려
이란의 대표적 강경 보수 성향 성직자로 꼽히는 에브라힘 라이시 사법부 수장이 지난 15일(현지 시각) 테헤란 내무부 청사에서 대통령 선거 후보 등록 중 기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25일 이란 헌법수호위원회는 내달 18일 치러질 제13대 대통령 선거 최종 후보로 라이시 등 7인을 확정해 발표했다. 지난 총선에서 강경 보수 진영이 압승한 상황에서 라이시는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돼 왔다.

18일 치러지는 이란 대선을 앞두고 강경파 이슬람 성직자로 사법부 수장을 맡고 있는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후보가 압도적인 지지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하산 로하니 현 대통령이 서방에 우호적이었던 것과 달리 대외 강경 노선을 추구하는 라이시가 대통령이 되면 서방과 이란과의 관계가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8일 이란 국영방송은 대선 후보 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5.6%가 라이시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두 번째로 높은 지지율을 보인 모센 레자에이 전 혁명수비대 사령관의 지지율이 5.5%였고, 나머지 후모 5명은 모두 2%대 이하였다. 이란 언론들은 사실상 라이시의 당선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란의 대표적 강경 보수 성향 성직자인 라이시는 2019년 삼부 요인 중 하나인 사법부 수장이 됐다.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에서 사법부는 이슬람 율법을 수호하는 역할을 맡는다. 라이시는 이란의 절대 권력자인 ‘최고지도자'를 결정하는 권한이 있는 국가지도자운영회의 부의장이기도 하다. 라이시는 9일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의 제재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이란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란 대통령에 당선된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사법부 수장

서방 언론들은 라이시가 대통령이 될 경우 서방과 이란 간의 핵 합의(JCPOA)를 복원하는 협상이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 IAEA(국제원자력기구) 본부가 있는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JCPOA를 복원하는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진척이 더딘 상황이다.

강경파인 라이시가 차기 대권에 가깝게 다가선 이유는 JCPOA를 둘러싼 혼란과 관련이 깊다. 대외 협상파인 로하니는 2015년 오바마 미 행정부와 손잡고 서방 주요 6국과 이란 간의 JCPOA를 이끌어냈다. 이에 따라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풀렸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2018년 JCPOA를 일방적으로 파기하면서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미국의 경제 제재가 다시 가동되자 이에 실망한 이란인들이 보수파로 기울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자유로운 피선거권을 보장하지 않는 이란에서는 헌법수호위원회라는 기구가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권한을 행사하는데, 이 기구를 이슬람 보수파가 장악하고 있는 것도 라이시가 차기 대통령에 유력한 배경이 되고 있다. 지난달 헌법수호위원회는 대선 후보가 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592명 가운데 7명을 고르면서 중도 내지 개혁파 인사들을 대거 배제했다. 이란 대통령 임기는 4년이며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로하니는 2017년 연임에 성공했으며 오는 8월 임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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