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에 "지구궤도 바꿀 방안 있나?" 美의원 황당 질문

이철민 선임기자 2021. 6. 11.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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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미 연방 하원에선 ‘미국 정부가 달과 지구 궤도를 바꾸는 방안’을 놓고 ‘진지한’ 질의응답이 오갔다. 미 텍사스주 연방 하원의원인 루이 고머트(Gohmert)는 이날 하원 자연자원 위원회에서 지구온난화의 해결 방안으로 “정부가 달과 지구의 공전 궤도를 바꿀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런데 질문 상대는 미 항공우주국(NASA) 간부도 아니고, 미 농무부 산하 산림청 관리였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서는 “질문도 멍청하지만, 어떻게 중장비라곤 전기톱밖에 없는 산림청에 그런 질문을 할 수 있느냐”는 조롱이 잇달았다.

미 산림청 간부에게 "달이나 지구의 궤도를 바꿀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를 묻는 루이 고머트 연방 하원의원

고머트 의원은 “산림청이나 BLM(토지관리국)의 증언을 들어보니, 당신들은 기후변화 이슈를 매우 심각하게 다루던데, 산림청이나 BLM이 달이나 지구 궤도를 바꾸기 위해 할 수 있는 게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바로 직전 NASA 국장에게서 들은 얘긴데, 달과 지구의 궤도가 실제로 아주 조금씩 변한다더라”며 “심각한 태양폭발 활동도 있었고”라고 덧붙였다.

미 산림청 부대표보(補)인 제니퍼 에벌린은 잠시 멈칫하다가, 진지하게 답했다. “고머트 의원님, 그 문제에 대해선 알아보고 추가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러자 고머트는 “산림청에서 당신들이 (궤도를) 바꿀 확실한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 나도 알고 싶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10일 “산림청 간부에게 ‘지구 궤도를 바꾸는 방안’을 물은 것도 황당하지만, 사실 고머트의 질문은 지금의 기후 변화는 불가항력적인 지구의 궤도 변화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비(非)과학적 주장에 기초한 것”이라고 전했다. 즉, 고머트의 질문은 기후 온난화는 천체의 변화가 초래한 것이라는 음모론을 반영한 것이다.

팽이의 회전축이 비틀거리듯이, 지구 자전축도 수만 년에 한번씩 흔들린다는 밀란코비치 주기. /science-encyclopedia

고머트의 이날 질문은 이른바 ‘밀란코비치 주기’에 근거한 것이었다. 밀란코비치 주기는 팽이가 돌 때 회전축이 비틀거리듯이, 지구의 자전축(自轉軸)도 약 2만6000년에 한 번씩 흔들린다는 이론이다. 현재 자전축 경사는 23.5도이지만, 이 이론에 따르면 22.1도에서 24.5도까지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사는 작년 2월 블로그에서 “밀란코비치 주기는 기온이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특히 20세기 중반 이후 급격히 오른 것을 설명할 수 없다”며 “기후 변화는 화석연료 연소로 인한 이산화탄소 증가 등 인간 활동이 주(主)원인”이라고 밝혔다. 나사는 “이런 인간 행위가 없었다면, 과학자들은 ‘밀란코비치 주기 이론을 따르더라도, 오히려 지구는 약 6000년 전부터 시작했던 냉각화 추세를 따랐을 것’이라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트위터에서 조롱거리가 된 고머트 의원이 반격에 나선 트윗도 코미디였다. 그는 “사람들이 아주 사악하게 내가 약어(略語)를 쓴 맥락을 숨겼다”며 자신이 말한 BLM은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가 아니라 ‘토지관리국(Bureau of Land Management)’라고 명시했다. 마치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 측이 궤도를 바꿀 수 있느냐고 물어본 것처럼 악의적으로 왜곡해, 자신이 비웃음거리가 됐다고 생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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