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중독 일으키는 광어 쿠도아충..'한번에 많이' 먹어야 감염 위험 [채종일의 기생충 X파일 ①]
[경향신문]
광어, 연어, 멸치, 고등어 등 해산어류에 기생하는 ‘쿠도아충’에 대한 의학적 관심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쿠도아충은 ‘점액포자충문’에 속하는 원충(원생동물)의 한 그룹으로 최소한 26종이 세계적으로 분포한다. 이 중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종은 한국산 광어에서 처음 발견된 ‘칠성쿠도아충’이다. 칠성은 이 원충의 포자(spore)에 7개의 극낭(polar capsules)이 있기에 붙여진 이름이다(그림 참조).
칠성쿠도아충은 2010년 일본 학자들이 발견했으며 신종으로 명명되었다. 흥미롭게도 일본산 광어 30마리와 한국에서 일본으로 수입해간 광어(산지는 분명하지 않음) 30마리를 조사했는데 한국산 광어 1마리에서만 발견되었다고 한다. 한국산 광어에 분포하는 칠성쿠도아충이 일본 학자들에 의해 신종으로 보고된 점은 한국 학자들의 자존심을 적지 않게 건드렸다.
한국 학자들을 더욱 자극하게 된 이유는, 그 후 일본 학자들이 칠성쿠도아충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면서 논문을 발표해왔다는 점이다. 그중 가장 자극적인 내용은 ‘칠성쿠도아충이 인체 감염을 일으키며 일본인에게 식중독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발표한 것이다. (필자 등이) 깜짝 놀라 한국에서 수입해 간 광어가 식중독의 원인이라는 것인가 하여 자세히 검토한 결과, 다행히도(?) 일본산 광어(양식 및 자연산)에도 칠성쿠도아충이 분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금은 한국 학자들도 칠성쿠도아충에 관한 논문을 많이 발표하고 국내 식중독 사례들도 보고되고 있다.
광어 등 해산어류를 회로 먹은 지 2~20시간 정도 지나서 복통, 구토, 설사, 메스꺼움 등의 증상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다행히 증상이 나타난 후 24시간 정도면 대부분 저절로 가라앉아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충체가 오랜 시간 사람 몸에 기생하지는 않으며, 사람 간의 2차 감염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충체를 죽이기 위해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는 않다. 다만, 구토와 탈수가 심하다면 수분 보충을 위해 진료나 입원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우리 연구진이 얼마 전 국내산 광어의 칠성쿠도아충 감염 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광어 수십 마리를 구입한 일이 있었다. 실험에 사용하고 남은 광어들을 어떻게 처리할까 궁리하다가 회를 좋아하는 연구원 세 명과 광어회를 먹기로 했다. 소주 몇 잔에 초고추장을 곁들여 광어회를 맛있게 먹기는 했는데…. 저녁 늦게부터 두 명의 연구원이 배가 뒤틀리며 아프고 심한 설사와 구토까지 하며 밤새 고생하는 일이 벌어졌다. 본의 아니게 인체 실험을 한 셈이 되었다. 다음날 아침 그 연구원의 설사 변에서는 칠성쿠도아충의 유전자가 검출되었다.
하지만 맛있는 광어회를 꼭 피해야 할 필요까지는 없겠다. 충남, 전북, 전남, 경남, 경북, 강원 지역의 양식 광어에서는 쿠도아충이 검출된 적이 전혀 없고, 제주 지역 일부의 광어에서만 4~5% 정도가 검출된 적이 있어 전체적인 감염률은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감염 강도가 매우 높아야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데, 광어 근육 1g당 106개가 넘는 포자가 있는 매우 드문 경우에만 문제가 된다고 알려져 있다. 한 번에 광어 여러 마리를 회로 먹거나 무척 많은 양을 먹지 않으면 감염의 위험성이 그리 높지는 않다.
채종일 한국건강관리협회장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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