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화·분노 쌓이는데..정신과 문턱 못 넘는 사람들.."불이익·차별 두려워요"

박효순 기자 2021. 6. 11.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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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서울대병원 심포지엄 개최
정신과 진료 막는 이유 분석
1030, 입시·취업 영향 걱정
5060, 사회 부정적 인식 우려
“방치 땐 공황장애 등 병 악화
빠른 상담·진료 통해 해결을”

날로 증가하는 정신질환을 국가사회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신질환에 대한 조기발견과 적극적인 치료가 관건이다. 하지만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과 제도적 차별에 대한 걱정이 커서 정신과(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진흥원과 서울대 의대 정신과교실 주최로 최근 열린 ‘시민사회 정신건강 증진과 편견의 해소-사람들은 왜 정신과에 가지 않을까’ 심포지엄에서 정신과 진료를 가로막는 장벽에 대한 다양한 원인을 분석한 ‘온라인 소셜미디어 빅데이터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이번 심포지엄은 정신과 영역의 질환 치료에 대한 법적·제도적 차별과 낙인의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서울대 의대 정신과 박지은 교수 연구팀은 2016년 1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온라인 카페, 블로그 등에 기록된 문서 약 9000만건 가운데 이번 심포지엄 주제와 관련된 약 600만건을 키워드 중심으로 분석했다. 이 분석방법은 방대한 정보를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특정 주제와 관련하여 동시대 사람들의 생생한 담론을 ‘날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전체적인 분석 결과 정신과와 관련된 상위 키워드로 정보, 처음, 도전, 용기와 같은 단어가 눈에 띄었다. 또 정신과에서 어떤 치료를 하는지, 어떻게 진단이 내려지는지, 약 부작용은 없는지 등에 대해 많이 궁금해한 정황이 드러났다. 박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정신과 진료 경험을 일상적으로 공유하지 못하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정신과 이용의 주요 장벽에 대해 분석한 결과 우선 (정신과 진료)기록, 취업, 입시 등과 같은 제도적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이 매우 중요한 장벽으로 파악됐다. 10~30대에서 특히 ‘정신과 진료기록으로 인해 입시나 취업에 불이익이 있을까봐 걱정된다’는 내용의 두려움이 크게 부각되었다. 또 하나의 큰 장벽으로 ‘미친 사람’ ‘부정적 인식’ ‘편견’ ‘손가락질’ ‘꼬리표’ 등과 같은 사회적 인식의 문제가 꼽혔다. 특히 50~60대에서 사회의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정신과 진료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다는 언급이 많았다. 40대의 경우 제도적 불이익과 사회적 인식에 대한 걱정이 비슷한 수준으로 인식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 교수는 “최근 사회 곳곳에서 취업난, 입시 스트레스 등의 문제로 젊은층의 정신건강이 위기 상황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젊은 세대가 ‘제도적 불이익’에 대한 불안으로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불안의 이면에는 정신과 진료기록 정보보호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있다고 연구팀은 해석했다. 또한 더욱 근본적으로는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실재하기 때문에 두려움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드러나는 차별의 단면은, 일부 직업군의 자격기준 관련 법 조항에서 유지하고 있는 정신질환으로 인한 결격조항이다. 박 교수는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에 대한 취업 결격조항은 정신건강의 문제를 경험하는 많은 사람들이 적절한 때에 도움을 구하지 못하게 하는 커다란 장벽일 뿐이므로 폐지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국민건강에 빨간불이 더욱 짙어졌다. 우울뿐 아니라 울화와 분노 같은 증상을 겪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정신심리 증상을 방치하면 불안·공황장애로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빠른 상담과 진료가 악화를 막고 병을 치료하는 첩경이다. 편견이 큰 조현병이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같은 경우도 거의 마찬가지이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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