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갈등에도.. 디디추싱, 뉴욕 증시 상장한다

박건형 기자 2021. 6. 11.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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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111조 추산, 올해 최대 규모.. 소프트뱅크·우버도 지분 보유

중국 최대 차량 공유 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이 10일(현지 시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 신청서를 제출했다. 기업가치가 1000억달러(약 111조1700억원)로 추산되는 디디추싱이 7월 뉴욕 증시에 입성할 경우 2014년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이후 중국 기업으로는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가 될 전망이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이번 상장의 가장 큰 수혜자는 디디추싱 지분 21.5%를 갖고 있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와 12.8%를 보유한 미국 우버가 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 최대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

◇중국 시장 90% 장악한 공룡

올해 전 세계 IPO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디디추싱은 2012년 알리바바 영업사원이던 29세 청웨이가 설립한 회사 디디다처에서 시작됐다. 출퇴근 시 택시 잡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만든 이 모바일 앱은 텐센트의 투자를 받으며 급성장했다. 2015년 알리바바의 지원을 받던 경쟁사 콰이디다처와 합병하면서 디디추싱이 됐다. 우버도 디디추싱에 중국 사업을 넘기고 2016년 철수했다. 디디추싱은 중국 차량공유 시장의 90%를 독점한 공룡이자 전 세계 차량공유 2위 기업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에서 디디추싱을 이용하는 고객만 5억명, 드라이버는 1500만명에 이른다.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받으면서 일본·호주·중남미 등 해외에도 진출해 15국 4000개 도시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디디추싱은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큰 타격을 입었지만, 최근 백신 접종 확대로 방역 봉쇄가 완화되면서 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다. 올 1분기에는 매출(65억달러)이 전년 동기의 2배로 늘었고, 흑자(8억3700만달러)도 냈다. 최근에는 음식 배달 사업과 자율주행차 개발, 전기차 충전소 네트워크 등 다방면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디디추싱은 총 주식의 10%를 나스닥에 상장해 100억달러(약 11조원)를 조달한 뒤 신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기업들의 뉴욕행 러시

미·중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데다 차이나모바일 등 중국 국영 통신업체들이 올해 초 국가 안보를 이유로 뉴욕 증시에서 강제 퇴출되는 상황까지 벌어졌지만, 중국 기업들의 미국 증시 데뷔는 오히려 급격히 늘고 있다. 월가에서 “중국 기업들이 해일(海溢)처럼 몰려오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기업들이 미국 증시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은 150억달러(약 16조6600억원)로 2019년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올해도 전자담배 업체 RLX테크놀로지(시가총액 143억달러),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투야(129억달러) 등 5월 말까지 34개 기업이 상장했고, 디디추싱을 비롯한 30여 개 기업이 추가 상장 예정이어서 역대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가 확실시된다. 이런 현상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정부는 중국과 홍콩 증시에 자국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월스트리트의 기업 가치 평가가 중국보다 훨씬 높다는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 주요 증시 지표인 S&P 500의 주가 수익률(PER)은 45배로, 중국 본토 증시 지표인 CSI 300(16배)을 압도하고 있다. 기업의 순이익과 대비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의 주가가 훨씬 높다는 것이다. 특히 텐센트, 알리바바, 메이투안, 핑안보험, TSMC 등 주요 중국·대만 업체들로 구성된 ‘나스닥 골든 드래건 차이나 지수’는 주가 수익률이 100배에 이를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국가 안보, 회계 부실 등의 이유로 언제든 미국 증시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중국 기업들의 미국행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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