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있다 해도 처벌 어려운 '광주 붕괴 사고'
법 제정 과정에서 산업재해·시민재해 2가지로 나누며 사각지대 발생
[경향신문]
내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 최근 사상자 17명이 발생한 광주 건물 붕괴 참사와 같은 사고에 이 법을 적용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어렵다고 말한다. 법에 사각지대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대재해법은 중대재해를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구분한다. 중대산업재해란 노동자가 1명 이상 사망한 경우 등을 이른다. 중대시민재해는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시민이 1명 이상 숨진 경우 등을 말한다. 중대산업재해 및 중대시민재해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면 원·하청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광주 참사는 숨지거나 다친 노동자가 없어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버스 승객이 피해자이므로 중대시민재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중대재해법은 ‘제조물’을 ‘제조되거나 가공된 동산’으로 규정한다. 건물(부동산)이 무너진 사고에 적용되지 않는다.
‘공중이용시설’의 ‘관리상 결함’으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리한 해석이라는 게 다수의 견해이다. 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1일 “철거 중인 건물이 공중이용시설이 될지 애매하다”며 “건물 용도가 원래 공중이용시설이었다면 철거 중인 건물도 그에 해당한다고 적극적으로 해석할 수 있으나 이 역시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철거작업이 중대재해법상 ‘관리’에 포함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당초 노동계와 진보정당의 법안에는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의 구분이 없었다.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에게 사업장, 공중이용시설, 공중교통수단의 종사자, 이용자, 그 밖의 사람의 안전 등을 위한 의무를 부여했다.
정송도 노무사(강은미 정의당 의원실 보좌관)는 “법 제정 과정에서 산업재해와 시민재해를 나누면서 사각지대가 발생했다”며 “기업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은 복잡하기 때문에 노무제공자가 아닌 시민들에 대해서도 사업주가 포괄적인 의무를 지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은 1974년 제정한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고용한 노동자뿐 아니라 시민에 대해서도 사업주가 포괄적 안전보건 의무를 지도록 했다. 손익찬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중대재해법이 얼마나 허울뿐인지 이번 사고로 드러났다. 영국처럼 법을 단순하게 구성하지 않으면 빠져나갈 구멍이 너무 많다”고 했다.
인허가한 공무원과 발주처에 대한 처벌조항이 빠진 것도 문제이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이번과 같은 사고에도 법 적용이 가능하도록 시행령에 세부적인 내용을 최대한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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