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노아의 방주' 英항구에 1년 넘게 억류된 까닭은

이철민 선임기자 2021. 6. 11.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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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가 잉글랜드 입스위치 항구에 정박한 ‘노아의 방주(Noah’s Ark)’에 대해 “안전상의 결함들”을 이유로 1년 반이 넘도록 ‘고향’인 네덜란드 행(行)을 막아, 네덜란드와 영국 간에 외교적 마찰이 일고 있다.

영국 입스위치 항구에 1년 반이 넘게 출항을 못하고 억류돼 있는 '노아의 방주.'

BBC 방송과 지역 일간지 ‘입스위치 스타’ 등에 따르면, 영국의 해상연안경비청은 구약 성경에 치수가 자세히 묘사된 ‘노아의 방주’를, 실제의 2분의1 크기로 만든 이 ‘선상(船上) 박물관’을 억류하고 있다.

길이 70m인 이 선상 박물관은 철제 바지선 위에 나무로 지어졌으며, 따로 엔진이 없고 예인선에 끌려 유럽의 항구들을 옮겨 다닌다. 덴마크·독일·노르웨이의 항구를 거쳐, 2019년 10월 영국 입스위치 부두에 정박했다. 입스위치에서도 코로나 팬데믹이 터지기 직전인 작년 3월까지 관람객을 받았다. 아담과 하와, 예수의 탄생 등 성경에 나오는 내용을 나무 모형으로 만들어 전시한다. 2010년에 이 방주를 300만 유로(약40억원)에 구입한 네덜란드의 TV 프로듀서인 아아드 페터스는 “처음엔 진짜 동물들을 싣고 다녔는데, 너무 골치 아픈 문제가 많이 발생해 나무 모형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노아의 방주 박물관에 전시된 성경 속 최초의 인류 아담과 하와 나무 모형./VerhalenArk

그런데 영국의 해상연안경비청은 2019년 11월 이 방주에 대해, 이 배의 항해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최대적재량 증명서와 선체 페인트의 해양생물 무해(無害)성 증명서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방주의 주인인 페터스는 “방주는 지금까지 여러 나라에 정박한 ‘부유체(浮遊體)’이며, 선박이 아니라 국제적인 항해 안전 기준을 따를 필요가 없다”고 항변했다. 이 방주는 선박이 아니라서, 네덜란드에선 선박 등록도 돼 있지 않다.

선상 박물관인 '노아의 방주'가 예인선에 이끌리어 이동하는 모습./VerhalenArk

네덜란드 정부도 영국 교통부와 외교부에 “이 노아의 방주는 전세계에서 하나뿐이니, 출항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영국 해상연안경비청은 “네덜란드로 이 방주가 안전하게 예인되는 것을 신의 은총에만 맡길 수는 없다”며 완강하다. 설상가상으로 이 방주가 정박한 입스위치 항만 당국 측은 “즉각 출항해 공간을 비워 달라”며 지난 1월까지 1만2000 파운드(약1890만원)의 벌금을 물렸고, 4월1일부터는 매일 500파운드(약78만원)의 벌금을 물리고 있다. ‘노아의 방주’로선 떠나고 싶어도 항해에 필요한 증명서를 제출할 수 없어, 매일 벌금만 맞는 신세가 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방주의 항해가 영국의 관료주의에 막혔다”고 평했다.

입스위치의 하원의원인 톰 헌트는 “정말 일어나기 힘든 매우 이례적인 사안으로, 양국이 모두 진퇴양난”이라며 “네덜란드 정부와 어떠한 방식으로든 이 방주를 돌려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입스위치 스타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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