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 73%가 50대 이상인 국민의힘, 변화 택했다

김승재 기자 2021. 6. 11.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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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보수정당 대표] 과거와 크게 달라진 국민의힘 당원 표심
선출된 이준석 신임 국민의힘 당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2021.06.11. /뉴시스

국민의힘 6·11 당대표 선거 결과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야당 당원과 지지자들이 변했다”는 말이 나온다. 영남과 60대 이상이 다수인 국민의힘 당원들이 과거처럼 동향 출신이나 보수 색채가 강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더불어민주당 호남 지지자들이 외연 확장을 위해 영남 출신 대선 주자를 발굴해 밀어주듯이, 국민의힘 당원들도 ‘대선에서 승리할 당을 만들 대표가 누구인가’를 계산해 전략적 투표를 하기 시작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에 당비를 내는 책임당원 약 28만명 가운데 대구·경북 지역 당원은 30.7%, 부산·울산·경남 지역 당원은 24.6%를 차지한다. 영남 지역 당원(55.3%)이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영남 지역 당원들은 전통적으로 같은 지역 출신의 당대표 후보를 지지하는 투표 성향을 보여왔지만, 이번은 달랐다. 당원 투표에서 대구 수성갑 5선 의원인 주호영 후보의 득표율은 16.8%였고, 부산 사하을 5선 의원인 조경태 후보는 2.9%를 얻는 데 그쳤다.

당원 투표에서 이 대표와 나경원 후보는 각각 37.4%와 40.9%를 받았는데, 영남 당원 표의 상당수가 수도권 출신인 둘에게 간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영남 지역 의원은 “지역 당원들 사이에선 울산 출신의 김기현 원내대표에 이어 당대표도 영남에서 나오면 ‘도로영남당’이 돼 대선에서 불리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았다”고 했다.

국민의힘 당원은 연령 분포에서도 60대 이상이 42%, 50대가 30.6%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20대(3.9%), 30대(7.7%), 40대(15.7%) 당원을 다 합쳐도 27.3%로, 이 대표의 당원투표 득표율보다 10%포인트 적다. 이 대표가 20~40대 당원의 지지만으로는 대표가 된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새로 선출된 이준석 대표가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2021.06.11 이덕훈 기자

낙선한 한 후보 캠프 관계자는 “선거 운동 기간 여러 당원을 만나보니 이 분들도 정권 교체를 위해 파격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컸다”며 “‘보수의 심장'이라고 하는 대구 지역의 고령 당원 중에서도 이 대표를 찍은 분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다른 후보 캠프 관계자는 “과거처럼 지역 당협위원장들을 통해 어느 정도 ‘오더’(지시)가 들어갔지만, 결과는 예상치의 절반도 나오지 않아 당황했다”며 “이준석 당대표를 원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달아 나오니 당원들도 민심을 따라 투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당원뿐 아니라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전략 투표’의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당대표 선거에 30%가 반영된 일반 국민 여론조사는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만을 대상으로 이뤄졌는데, 이 대표는 58.8%라는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앞서 여권 지지층까지 포함해서 진행된 각종 언론사 여론조사보다 10~20%포인트가량 높은 수치다. 국민의힘 지지층이 오히려 더 큰 변화와 외연 확장을 원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당내에선 당원과 지지층의 이 같은 전략 투표가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내 경선을 계기로 시작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 관계자는 “당시 오세훈 후보는 나경원 후보보다 당원의 지지를 적게 받았지만, 일반 시민 여론조사에서 앞서며 후보가 됐고 선거에서도 이겼다”며 “당원들이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후보를 밀어야 한다’는 승리 공식을 학습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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