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대중적 노래냐, 개성 넘치는 노래냐, 까짓것 둘 다!

한겨레 2021. 6. 1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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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익의 방탄소년단 다시보기][이재익의 방탄소년단 다시보기] ② 음악, 춤..방탄소년단의 딜레마는?
한국어 가사로 빌보드 핫100 차트 1위를 차지한 노래 ‘라이프 고스 온’ 뮤직비디오. 빅히트뮤직 제공

여름을 맞아 토요일 TV면에서 아주 특별한 시간을 마련합니다. ‘이재익의 노래로 보는 세상’ 칼럼을 연재하는 이재익 피디가 4주에 걸쳐 4부작으로 방탄소년단 특집을 꾸립니다. 음악을 바탕으로 정국의 손등 키스부터 뷔의 헤어스타일까지 방탄소년단의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냅니다. ‘아재 아미’ 이재익 피디가 추천하는 방탄소년단의 매력 넘치는 영상도 놓치지 마세요. 6월엔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BTS)의 딜레마는?

여름 특집으로 지난주부터 ‘방탄소년단 다시보기’ 연재를 시작하면서 1회에서 신곡 ‘버터’를 분석하고 이렇게 끝을 맺었다. 마이클 잭슨 빼고는 공통점이 별로 없는 전작 ‘다이너마이트’와 ‘버터’가 비슷하게 들린다는 반응이 많은데, 그 이유가 방탄소년단의 딜레마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방탄소년단의 딜레마는 무엇일까?

그들은 우리나라보다 국외에 훨씬 더 많은 팬을 거느리고 막대한 매출을 올리는 월드스타다. 뮤직비디오마다 세계 각국 언어로 수백만개의 댓글(조회수가 아니라)이 달리고 그 속에서 우리 한글을 찾으려면 한참 스크롤을 내려야 할 정도다. 국적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팬층이 넓게 퍼져 있는 것이 ‘아미’(방탄소년단 팬클럽)의 특징이다. 어떤 가수도 이토록 인종, 성별, 나이를 초월한 인기를 누리지 못했다. 그런데 이건 장점인 동시에 가혹한 과제가 된다. 너무나도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네모이면서 세모이면서 동시에 둥근 도형을 그려야 하는데…, 이게 참 쉽지 않다.

이 고민은 대략 ‘작은 것들을 위한 시’를 발표한 즈음부터 시작되었다고 본다. 이 노래 전까지 방탄소년단은 원하는 대로 음악을 해도 별 상관이 없었고 초기부터 구축해온 특유의 개성이 계속 이어졌다. 그러나 미국 팝시장이 활동의 중심이 된 이즈음부터는 달라져야만 했다. 메인스트림을 관통하면서도 각양각색 팬들을 최대한 만족시켜주는, 이른바 ‘유니버설’한 노래로 활동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모난 데 없이 그저 사랑스러운 노래가 필요할 수밖에. 이런 맥락에서 ‘작은 것들을 위한 시’가 나왔고 그 연장선상에 ‘다이너마이트’와 ‘버터’가 있다.

작곡의 측면에서 살펴보자. 초창기부터 방탄소년단의 노래는 빅히트의 프로듀서 피독을 중심으로 멤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외국 작곡가가 함께하는 경우도 간혹 있었지만, 한두명 정도였다. 그런데 ‘작은 것들을 위한 시’에 이르러 국외 프로듀싱 팀이 전면에 나섰고, 급기야 방탄소년단의 첫 빌보드 핫100 1위곡 ‘다이너마이트’에 이르러서는 크레디트에 빅히트 프로듀서와 멤버들이 보이지 않는다. ‘다이너마이트’ 작곡가 데이비드 스튜어트의 말을 들어보면, 영어 단어들 중에서도 세계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쉬운 단어만 골라 쓰려고 고심했단다. 영국에서만 통하는 표현, 미국의 특정 세대만 많이 쓰는 단어들은 철저히 배제했다는 거다. 앞에서 필자가 말한 ‘유니버설’이 바로 이런 의미다.

신곡 ‘버터’ 역시 마찬가지다. 리더 알엠(RM)을 제외하면 낯선 국외 작곡가들이 노래를 만들었다. 이번에도 국적과 세대를 불문하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단어와 표현들로 가사를 썼고 팝음악 팬들이 익숙한 리듬과 멜로디를 내세웠다. 대신 랩 파트는 최소한으로 줄였다. ‘작은 것들을 위한 시’까지만 해도 래퍼 라인 멤버들(알엠·슈가·제이홉)이 할당받았던 8마디씩의 분량이 ‘다이너마이트’와 ‘버터’에서는 4마디로 줄었다. 어렵기로 유명했던 안무 역시 확연히 쉬워졌다. ‘작은 것들을 위한 시’의 발차기, ‘다이너마이트’의 디스코에 이어 이번 ‘버터’의 손등 키스가 대표적인 예다. 이 정도는 나도 따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유튜브에 커버댄스 영상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런 공통점들로 인해, 완전히 다른 곡임에도 ‘버터’와 ‘다이너마이트’가 비슷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손등 키스일까? 키스는 입술이 닿는 신체 부위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데, 손등 키스는 그대를 존중한다는 뜻이란다. 그렇다면 실패한 안무다. 존중을 이렇게 섹시하게 하면 반칙이지.

‘버터’ 뮤직비디오 속 손등 키스 장면. 뮤직비디오 갈무리

요즘 들어 달달한 팝으로 빌보드 차트 정상을 연거푸 점령하고 있지만 방탄소년단은 이런 대중적 성공에만 만족할 그룹이 아니다. 세상의 모든 요리를 다 잘 만드는 요리사에게 제일 잘 팔리는 메뉴 한 가지만 계속 만들라고 하면 성이 차겠는가. 골수 아미들 역시 그들만의 개성 넘치는 노래들을 그리워한다. 이 지점에 방탄소년단의 딜레마가 있다. 고민 끝에 그들이 선택한 전략은 메인스트림과 기존 팬 모두를 만족시키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미션 임파서블 작전! 앨범을 발표할 때부터 타이틀곡은 철저하게 대중적인 노래로, 나머지 곡은 방탄소년단의 개성을 마음껏 보여주는 곡으로 채운다. 멤버들의 솔로 곡은 특히 말할 것도 없고. 방탄소년단 예전 모습을 그리워하는 아미들은 그렇게 갈증을 해소하고 안심한다.

한술 더 떠, 아예 우리말로 부른 노래를 타이틀곡으로 밀기도 한다. 노래와 랩과 안무 모두 극한의 수준을 뽐내는 ‘온’이나 정반대로 잔잔한 소품 ‘라이프 고스 온’도 매끈한 팝 넘버 ‘다이너마이트’와 ‘버터’ 앞에 당당히 자리하고 있다. 팝음악의 정상에서 이런 과감한 선택을 하다니, 소름 돋는 자신감이다. ‘버터’가 빌보드 차트 1위를 한 일도 대단하지만, 가요풍의 곡에 우리말 가사를 얹어 부른 ‘라이프 고스 온’이 1위를 한 사건이 더 놀랍다.

최근 방탄소년단은 미국 팝시장을 겨냥한 영어 가사 노래와 그들의 개성이 물씬 묻어나는 우리말 노래를 번갈아 가며 발표하고 있다. 이번 ‘버터’가 전자였으니 다음에 발표할 노래는 후자일까? 필자는 우리말이 적절히 섞인 힙합 장르를 예상해본다. 예상이 아니라 기대일까? 이 글이 성지가 될지 헛소리로 묻힐지는, 이번 여름에 부드러운 버터를 실컷 맛본 다음에 알게 되겠지. 다음 칼럼에서는 각 멤버들의 변천사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다.

이재익 에스비에스 라디오 피디·<시사특공대>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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