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평원은 왜 불법 청사 강행했나? 경위 못 밝힌 국조실 '맹탕 조사'

노지원 2021. 6. 1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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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이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의 세종시 불법 청사 신축 과정 조사에 나섰지만, 제대로 된 결과를 내놓지 못한 채 의혹만 더 커졌다.

세종시 이전 대상이 아닌 관평원의 세종 청사가 어떻게 예산까지 받아 신축됐는지가 의혹의 핵심이지만, 이날 국무조정실 조사 결과에는 △관세청이 행안부로부터 이전계획 고시를 개정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고도 왜 청사 신축을 강행했는지 △관세청은 왜 행복청에 '행안부가 관평원 이전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허위사실을 전달한 건지 △행복청은 관평원이 이전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인지하고도 고시 개정을 확인하지 않고 왜 건축 허가를 내준 건지 등이 모두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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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행복청·행안부 등 황당 일처리만 확인
누구의 지시로 왜 가능했는지 전혀 없어
세종시에 있는 관세평가분류원 청사 전경. 이전이 무산되면서 ‘유령 청사’로 방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이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의 세종시 불법 청사 신축 과정 조사에 나섰지만, 제대로 된 결과를 내놓지 못한 채 의혹만 더 커졌다.

국무조정실은 11일 ‘관세평가분류원 청사 신축 관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부겸 국무총리 지시로 진상조사에 착수한 뒤 20여일 만이다. 국무조정실은 “관세청·행복청·기재부 모두 이전계획 고시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관평원은 세종시 이전에서 제외된 기관’이라는 2005년 10월의 ‘이전계획 고시내용’을 세 기관이 모두 확인하지 않은 채 예산 집행 등 절차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국무조정실은 이전 대상이 아닌 관평원이 세종시 이전을 강행하고, 또 기획재정부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등은 어떻게 이를 그대로 허가했는지 등 핵심 사안에 대해선 아무 것도 밝혀내지 못했다. 국무조정실은 조사결과를 국가수사본부에 이첩해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조사 결과를 보면, 관평원의 상위기관인 관세청이 일반적인 공공기관의 일처리 방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방식으로 밀어붙인 정황이 엿보인다. 관세청이 2017년 12월 건축허가를 요청하자, 당시 행복청은 관평원이 이전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관세청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자 관세청은 2018년 2월 행정안전부에 ‘이전계획 고시 개정’을 요청했고, 행안부는 ‘세종시 이전 대상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거듭 회신했다. 그런데 관세청은 행안부의 이런 회신을 누락하고 행복청에 건축 허가를 또 요청했다. 그러면서 “행안부에서 고시 개정시 관평원이 세종시 이전대상기관에 포함되도록 긍정적으로 검토 후 반영할 예정이라는 의견임”이라는 공문을 행복청에 발송하기도 했다. 그러자 2018년 6월 행복청은 관평원의 세종시 청사 신축을 허가했다.

세종시 이전 대상이 아닌 관평원의 세종 청사가 어떻게 예산까지 받아 신축됐는지가 의혹의 핵심이지만, 이날 국무조정실 조사 결과에는 △관세청이 행안부로부터 이전계획 고시를 개정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고도 왜 청사 신축을 강행했는지 △관세청은 왜 행복청에 ‘행안부가 관평원 이전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허위사실을 전달한 건지 △행복청은 관평원이 이전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인지하고도 고시 개정을 확인하지 않고 왜 건축 허가를 내준 건지 등이 모두 빠져있다. 관평원 세종시 청사 건축이 진행된 사실관계만 정리했을 뿐이다. 관평원의 세종 청사 신축이 ‘누구의 지시로 어떻게’ 가능했는지 전혀 밝혀내지 못한 것이다. 알맹이가 빠진 ‘맹탕 조사’라는 비판이 일 수밖에 없다.

국무조정실은 관련자들이 대질조사를 거부하고 조사권도 없어 이런 경위를 밝혀내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공직자들에 대한 국무조정실의 위상을 감안하면 납득이 가지 않는 해명이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 통화에서 “관세청과 행안부 관계자의 주장이 엇갈려 수사기관에 의뢰할 생각”이라며 “대질 조사를 제안했지만 행안부에서 거부했다. 본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강제로 (조사)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관평원이 세종시 청사를 신축하면서 특별공급 형태로 세종시 아파트를 분양받은 직원은 모두 49명이며, 현재 9명이 실제로 입주해 살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특별공급 자료 일체는 수사 참고자료로 국가수사본부로 이첩하고 특공 취소 여부는 외부 법률전문기관의 법리 검토결과가 나오면 엄정히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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