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콰이어트 플레이스2', 오직 침묵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강영운 2021. 6. 1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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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인기 이어 후속편 개봉
청각 발달한 괴생명체에 맞서
생존 인류들의 고군분투 그려
"소리 내면 죽는다."

침묵은 생존이다. 소음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눈이 퇴화한 대신, 청력이 극도로 발달한 괴생명체가 지구를 점령하면서다. 인류 대다수가 순식간에 도륙을 당하고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 오직 소수의 생존자들만이 숨죽이며 거친 삶을 이어간다. 아주 작은 소리마저 쉬이 허락되지 않은 인류의 삶이 '콰이어트 플레이스 2'의 서사다. 2018년 개봉한 시리즈 첫 번째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1700만달러(약 180억원) 제작비로 3억4000만달러(약 3790억원)를 벌어들였다. 3년 만에 두 번째 이야기로 관객을 맞았다.

영화는 지구가 괴생명체에 점령당하기 484일 전. 평화로웠던 그날로 돌아간다. 청명한 하늘 아래, 중·고등학생의 야구 경기가 열리는 날이었다. 뭉게구름 속 섬광이 번쩍이더니 정체 불명의 폭발이 일어난다. 이윽고 벌어지는 아비규환의 현장. 외계 생명체를 연상시키는 괴생명체들이 인간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아빠 리(존 크러진스키)는 장녀 리건(밀리센트 시먼즈)과 도망치고, 엄마 에벌린(에밀리 블런트)은 다른 자녀들을 데리고 숨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뒤 괴생명체는 지구의 주인이 됐다. 가장 리는 숨을 거두고, 엄마 에벌린이 청각장애인 딸과 아들 둘과 함께 몸을 숨긴 채 살아간다.

청각이 주는 즐거움이 큰 영화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다른 액션극과는 달리 침묵이 전체 분위기를 지배하다가 불현듯 찾아오는 괴물이 내는 소음에 정신이 번쩍 든다. 소리가 주는 밀고 당김에 관객들의 몰입도가 올라간다.

기존 영웅 액션 영화의 문법을 전복한 점에서도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남성 가장을 중심으로 가족이 똘똘 뭉치는 고전적 서사를 걷어치웠다.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딸 리건은 성인 남성 못지않은 용기와 지혜로 괴생명체와 맞선다. 고주파에 약한 점을 이용해 몇몇을 해치우기도 한다. 청각장애인이자 장녀인 리건을 연기한 배우 밀리센트 시먼즈는 실제 청각장애를 앓고 있다. 남편을 떠나 보낸 뒤 홀로 가족을 이끄는 엄마 에벌린의 고군분투도 인상 깊은 대목이다. 존 크러진스키와 에밀리 블런트는 현실 부부사이다. 또 다른 생존자인 에멋 역을 맡은 킬리언 머피도 그 존재감이 대단하다.

전편 대비 긴장감이 느슨해진 부분은 아쉽지만 97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덕분에 서사가 촘촘하다. 쇠락한 공장지대에 숨어사는 인류의 모습을 구현한 미장센도 훌륭하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세 번째 이야기 제작 소식도 전해진다. 개봉은 16일.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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