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박세은, 최정상 파리오페라발레단 정상에 서다

최정상 파리오페라발레단 수석무용수 오른 박세은
세계 3대·最古 발레단 BOP
첫 아시아人 수석무용수로
한예종 출신 순수 국내파
입단 10년만에 새 역사 써
"주인공으로 관객 만나
교감한다는게 가장 기뻐"

[사진제공=파리오페라발레단]

"아직 실감이 안 나요. 여태 답을 못 한 축하 문자가 100개가 넘어요. 답문 보내느라 정신이 없어요.(웃음)"

세계 최정상 발레단인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BOP)에서 활약 중인 발레리나 박세은(32·사진)이 입단 10년 만에 수석무용수(에투알)에 올랐다. 1669년 설립된 파리오페라발레단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발레 단체로, 352년 역사에서 아시아인이 에투알에 오른 것은 박세은이 처음이다.

박세은은 11일 매일경제 전화통화에서 "에투알 승급을 정말 오랫동안 가슴 졸이며 기다려 왔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박세은의 에투알 승격은 10일(현지시간)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한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이 끝난 직후 알렉산더 네프 총감독이 무대 위에서 발표했다.

"발표 후 감독님이 '널 빨리 승급시키고 싶어서 우리가 얼마나 초조했는지 아느냐'고 하시더라고요. 승급이 생각보다 늦어지는 것 같아 초조했는데 마음 편히 기다릴 걸 싶더라고요.(웃음)"

발레는 철저한 계급사회다. 대체로 발레단에서는 단원을 5개 내외 등급으로 나눠 그에 맞는 역할을 부여한다. 공연에서 주인공은 당연히 수석무용수 몫이다. 발레단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다고 승급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수석무용수에 이르지 못하고 발레 무용수 경력을 마무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국 로열 발레단, 미국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와 함께 세계 3대 발레단 중 하나로 꼽히는 파리오페라발레단은 세계 정상급 발레단 가운데서도 승급과 서열 관리가 까다롭기로 정평이 난 곳이다. 단원들은 '카드리유(군무), 코리페(군무의 리더), 쉬제(군무와 주역을 오가는 솔리스트), 프리미에 당쇠르(제1무용수), 에투알' 5개 등급으로 나뉜다. 앞선 네 단계 승급은 모두 시험을 통해 이뤄지지만 에투알은 단장과 총감독이 지명한다. 장광열 평론가는 "호텔로 비유하자면 파리오페라발레단은 별 다섯 개가 아닌 여섯 개짜리 초특급 호텔"이라며 "승급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최정상에 올랐다는 것은 여타 메이저 발레단 수석무용수가 됐다는 것과는 의미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박세은이 해외 유학파가 아닌 토종 무용수라는 점에서도 이번 승격의 의미는 크다. 박세은은 열 살 때 발레를 시작해 서울예고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발레를 전공했다. 2007년 스위스 로잔 국제발레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적인 유망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8년에는 전 세계 발레 무용수들의 꿈인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여성무용수상을 받았다.

박세은은 "한국 발레 수준은 세계적이에요. 저 말고도 세계 여러 발레단에서 한국 무용수들이 수석무용수를 맡고 있죠. 저는 한국에서 치열하게 발레 교육을 받았어요. 주변에 한국 교육에 만족하지 못하고 유학을 고민하는 후배들을 보면 한국에서 잘하지 못하면 해외에 나가서도 잘할 수 없다고 얘기해주죠."

에투알이라는 오랜 목표를 이룬 박세은의 다음 꿈은 무엇일까.

"에투알 발표 후 관객들이 저를 찾아와 '네 줄리엣 연기에 많이 울었다'고 말씀하시는데, 정말 이 맛에 발레하는구나 싶었어요. 에투알 승급 자체가 기쁘다기보다 이제 무대 주인공으로 더욱 자주 관객들과 교감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 좋은 거죠. 관객들과 늘 교감하는 무용수로 계속 무대에 서고 싶어요."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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