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택배 노조가 분노한 이유 "일감 빼앗고 수입보전방안 0"

신다은 2021. 6. 1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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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조 "국토부가 수입 보전 방안 삭제..투쟁 수위 높일 것"
"건당 수수료 계속 줄었는데 배송시간 줄이면 수입 더 감소"
국토부 "분류작업 제외해도 주 60시간 넘는 경우에 한하는 것"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개최한 ‘대책없는 물량감축 강요하는 사회적 합의안 규탄 기자회견’에서 진경호 전국택배노조 위원장이 현재 제출된 사회적 합의안의 문제점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간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다음 주부터 투쟁 수위를 높이겠다고 11일 밝혔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 기구’가 지난 1월 합의와 달리 주 60시간 넘게 일하는 택배기사의 수입 감소분을 보전할 방안을 강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다. 사회적 합의 기구는 코로나19 이후로 택배기사 스무명 이상이 과로사 등으로 사망하자 장시간 노동 환경을 바꾸기 위해 지난해 12월 택배사와 택배노조, 정부 여당 등이 함께 구성한 협의체다.

택배노조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적 합의 기구를 주재하는 국토교통부가 택배 물량 감소에 따른 일부 택배기사의 수입 감소 보전 대책을 최종 합의안에서 제외했다”며 “과로사를 방지하겠다던 사회적 합의 기구가 되레 택배기사의 일감을 빼앗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택배노조의 설명을 보면, 국토부는 지난 1월 사회적 합의 기구의 합의에 따라 산업연구원에 정책 용역을 준 결과를 반영한 ‘택배종사자 과로사 대책 위한 2차 합의안 초안’을 만들어 전날 택배사에, 이날 택배노조에 각각 전달했다. 초안에는 택배요금을 170원 인상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가운데 150원은 택배기사들의 과노동 이유가 됐던 분류작업 투입비용이고 20원은 사회보험료여서, 택배기사들의 수입 보전을 위한 비용은 들어있지 않다.

앞서 사회적 합의 기구는 지난 1월 택배기사의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한 조처로 △노동시간 주간 최대 60시간·일간 12시간으로 제한 △심야배송 등 원칙적으로 제한 △작업 기준 초과 때 배송 물량 조정 등을 합의했다. 택배기사가 이제까지 2∼3시간씩 공짜로 해 왔던 택배 주소지 분류 작업을 택배사가 맡되, 이런 조처를 한 뒤에도 일감이 너무 많아 노동시간을 줄일 수 없는 경우에는 대리점이 당사자와 협의해 일감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쟁점이 된 건 배송 물량을 줄이는 과정에서 함께 줄어드는 택배기사의 수입을 어떻게 보전할 지다. 택배기사는 계약서상 자영업자인 특수고용 노동자(특고)여서, 기본급을 받는 임금 노동자들과 달리 기본급이 없고 ‘건당 수수료’만 받는다. 물량을 인위적으로 줄여 노동시간을 줄이면 택배기사의 수입도 함께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사회적 합의 기구도 이를 고려해 주 60시간 넘게 일하는 택배기사는 소비자의 택배요금을 일부 올리거나 택배사가 쇼핑몰에 지급하는 리베이트를 없애는 ‘거래 구조 개선 방안’으로 수입 감소분을 보전한다고 합의문에 적었다. 택배 분류 노동에서 제외됐는데도 일감이 너무 많아 과로하게 된 택배기사에 대해선 택배사가 그만큼 수입을 보전할 방안을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씨제이(CJ)대한통운과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택배사들은 실제 지난 3월 택배요금을 일제히 올린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택배사들은 올해 초 인상한 택배요금을 분류 전담인력 등을 투입하는 데 쓰겠다는 입장이다. 택배기사의 수수료를 일부 올릴 순 있지만 이전에 투입하지 않았던 분류 인력을 새로 투입해야 하고 분류 자동화 설비를 만드는 데도 비용이 든다는 이유에서다. 씨제이대한통운과 한진택배, 롯데택배는 올해 6천명의 택배 분류 전담인력을 투입했다.

택배노조는 보도자료를 내어 “지난 30년 간 건당 수수료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택배기사들이 그만큼 더 많은 물량을 배송하는 식으로 임금을 보전하다 과로사를 불러온 것”이라며 “사회적 합의 기구가 합의도 제때 이행하지 못한 데다 대책도 없이 강제적으로 물량과 구역을 줄이겠다는 것이 과연 과로사를 해결하는 합의가 맞느냐”고 호소했다. 택배노조의 설명에 의하면, 월평균 502만원의 매출을 내기 위해 택배기사들은 평균 건당 수수료 750원짜리 물건을 하루 260개 이상, 월 6600개 이상 배송해야 한다. 과로사 방지를 위해 정부가 제시한 주 60시간 이내 노동시간에 따른다면 민간 택배사 기준 시간당 30∼40개를 배송한다는 가정 아래 배송만 하는 택배기사는 약 10%의 임금 감소를 겪게 된다. 하지만 2차 합의안 초안에서 국토부는 지난 1월 합의 때와 달리 택배기사의 수입 감소분을 보전하는 방안을 제외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모든 택배기사가 의무적으로 물량을 조정해야 하는 건 아니고 분류작업 시간을 제외하고도 주 60시간이 넘는 경우에 한하는 것”이라며 “(관련 내용이 2차 합의안) 초안에 담기지 않았던 것은 맞지만 현재 내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택배노조는 원안대로 주 60시간 넘게 일하는 택배기사의 수수료 보전 대책을 정부에 요구하며 지난 9일 시작한 총파업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6500명의 택배노조 전 조합원이 상경 투쟁을 하는 등 강력한 투쟁을 하겠다는 것이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택배업계의 리베이트 관행에 저가출혈경쟁 등이 워낙 심했고 이런 문제가 노동자에게 전가된다고 봐 사회적 합의 기구가 개선을 논의해 왔던 것인데 이제 와 관련 내용 일체가 삭제됐다”며 “(요금 인상으로) 소비자에게만 부담을 전가하는 방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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