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2021] "좋은 기획을 위해 동료와의 갈등을 꺼리지 맙시다"

임영택 2021. 6. 1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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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이민우 개발자가 전하는 신입 기획자에 대한 조언

“갈등을 꺼리는 기획자들에게는 너무나 꺼려지는 일이겠지만 선을 넘어야 합니다. 갈등 없이 기획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머리뿐만 아니라 가슴으로도 알아야합니다.”

넥슨의 이민우 기획자는 ‘넥슨개발자콘퍼런스(NDC)’에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함정에 빠진 기획자’라는 강연을 통해 동료들과의 갈등을 두려워하지 말 것을 조언했다. 동료들의 의견에 맞춰 기획하게 되면 같이 일하기 좋은 기획자, 말을 잘 듣는 기획자는 될 수 있지만 이용자들이 원하는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기획자가 될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이민우 기획자는 넷마블, 웹젠을 거쳐 현재 넥슨에서 ‘메이플스토리M’을 담당하고 있는 7년차 기획자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넥슨에 합류해 맡았던 ‘삼국지조조전온라인’에서의 기획 경험을 토대로 동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한 것이 어떤 나쁜 결과로 이어졌는지를 설명했다.

그의 경우 초기 담당했던 골프게임이 인기를 얻지 못하면서 이용자의 의견보다는 함께 일하는 동료의 의견에 더 집중하게 된 상황을 소개했다. 이용자도, 지표도, 피드백도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기획과 업무에 의견을 주는 동료들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시간이 지날수록 재미있고 매출이 나오고 흥미롭고 의도대로 동작하는 등의 이용자와 맞닿아 있는 기획이 아니라 일정을 맞추고 작업량을 줄이고 동료의 의견을 반영하는 협업자에게 대해 의식하는 기획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게 됐다.

그는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꼭 필요하거나 효과가 큰 구현이 아니라면 현상을 유지하려는 경우가 많았고 작업자의 희망이나 취향을 반영해 구현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다”라며 “이렇게 방식이 바뀌어도 이용자의 피드백이 없었기 때문에 결과의 변화가 크게 와닿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그는 협업자와 웃으면서 일할 수 있게 됐고 서로 좋은 면들을 볼 수 있게 되는 긍정적인 경험을 했다.

하지만 이직 이후 ‘삼국지조조전온라인’을 담당하게 되면서 생각을 바꾸게 됐다. 초기에는 이전의 경험을 살려 주문에 맞는 기획이나 양보, 동료를 먼저 생각하기 등을 고려해 작업하려고 했다. 이전 직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부분들이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것은 첫 신규 콘텐츠로 기획한 ‘무극’이다. 기획 당시 개발팀 내에서는 ‘양질의 스토리가 많이 있는 만큼 다시 생명력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공통의 의견이 있었다.

이에 ‘캐릭터 성장의 변화’나 ‘같지만 다른 경험을 줄 수 있는 전장’, ‘특정 진영의 이야기를 시대 전체의 서사로 연결하는 형태’ 등의 아이디어가 의논됐다.

이 과정에서 ▲개발 비용은 적고 ▲리소스는 최대한 활용하고 ▲쓰이지 못하는 콘텐츠는 살리고 등 여러 의견을 취합해 기획이 됐다.

결과는 처참했다. 이용자들에게 큰 비난을 받았다. 난도가 어려웠고 동기가 부족함에도 반복을 요구했다. 이용자의 상상에서도 벗어났다.

그는 “개발팀 내 여러 의견을 반영하며 기획 목적은 달성했지만 올바른 콘텐츠가 되지 못했다. 이는 기획 목적이 잘못됐기 때문”이라며 “콘텐츠 생산이 아니라 의견의 반영이 목적이 되버렸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깨달음을 얻은 이민우 기획자는 같이 일하기 좋은 기획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쉽지는 않았다고 한다.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보자’는 의견에 새롭게 ‘몽매의 시련’이라는 콘텐츠를 제작해 선보였지만 결과가 나빴다.

이민우 기획자에 따르면 해당 콘텐츠는 초기에는 월드 단위 이벤트와 연동하는 형태로 기획됐다. 그러나 실제 출시 당시에는 연동 부분을 제거해 단독으로 운영되게 했다. 이때 이민우 기획자가 한 실수는 연동이 제거됐을 때 발생할 문제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던 점이다. 여러 의견을 고려하면서 실제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고려할 세부적인 기획 요소를 소홀히 한 것도 문제였다.

그는 “올바른 커뮤니케이션이었다면 현재 구조라면 정규 콘텐츠인데도 열리고 닫히는 시간을 정확히 계산할 수 없고 보스 토벌에 변수가 많이 생기게 돼 빠르게 대응하기 어려워 정규화에 맞춰 튜닝을 해야 합니다라고 말했어야 했다”라며 “상급자는 신경 쓰는 부분이 더 광범위한 만큼 콘텐츠의 세부적인 부분에 대한 의견을 구하려면 더 명확한 현상을 제시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그는 다음 기획에서는 한두줄 정도로 적었던 기획 의도를 자세하게 적어봤다고 한다. 가령 신규 캐릭터를 기획의 큰 목적이 ‘완전히 버려지는 캐릭터가 없도록 만들자’였다면 여기에 ‘소수의 캐릭터를 좋아하는 다수의 이용자를 만들자’라는 세부 목적을 추가했고 ‘캐릭터간 성격의 차이를 명확하게 하자’, ‘과하다 싶을 정도로 성격을 디자인하자’라는 추가 목적이 세워졌다. 이는 결과적으로 실무적인 작업 방향의 큰 목적을 잊지 않게 하는 역할을 했다.

그는 “이런 세부 방향 공유는 회의를 늘어지게 하는 주범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꼭 필요한 과정”이라며 “캐릭터가 큰 칼을 쥐어야 하는 이유를 모르는 작업자가 만든 칼 든 무사보다 ‘한 방이 무식하게 센 힘캐’라는 이유를 아는 작업자가 만든 둔기 든 무사가 더 기획 의도에 적합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협업자들이 ‘이렇게 하면 그렇게 되나’를 생각하는 순간 기획이 원래 목적지에서 벗어날 확률은 매우 낮아지게 된다”라며 “성공 여부는 여전히 알 수 없지만 최소한 기획의 메시지가 명확한 결과물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동료와 조직에 잘 맞추는 기획자가 나쁘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반대로 자신에게 맞는 조직을 찾는 기획자도 소중하다”라고 맺었다.

[임영택 게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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