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자본주의..富의 격차 줄여야 산다
2013년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저서 '21세기 자본'에서 이 같은 주장을 내놓는다. 전 세계 수십 개국에서 수집한 수백 년간의 경제학적·역사적 자료들을 바탕으로 이를 뒷받침하며 열띤 '자본주의 논쟁'을 촉발했다.
결코 쉽지 않은 저작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하버드대 출판부 역사상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책이 이 책 영역본이었을 정도다.
당시에는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지금 시점에서 돌이켜 보면 그의 주장으로 기우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요즘의 경제 상황에 비춰보면 더욱 그렇다. 지난해 역사상 유례없는 강세장이 펼쳐졌지만 논쟁은 자산 배분에 모아졌다. 주식·비트코인에 투자할 것이냐, 아니면 채권에 투자할 것이냐의 문제일 뿐 땀 흘려 일하며 얻은 노동소득의 가치는 어느 때보다 평가절하되고 있는 상황이다.
피케티는 거대 기업과 전 세계 최상위 개인들의 부(富)는 소유권이 존재하지도 않았던 자연자원과 인적자원을 선점한 데서 얻은 이득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이 같은 자산들의 소유는 일시적이고 순환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해결 방안으로 그는 '최소자산' 제도를 제안하며 프랑스 평균자산규모의 60% 정도인 12만유로(약 1억6000만원)를 25세가 되는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자고 말한다. 모든 개인에게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기본소득'과는 달리 한 번에 목돈을 주는 방식이다.
한 번에 이 정도 자산을 가지게 되면 사람들이 자기 사업을 꾸릴 수 있고, 사회의 소유권 구조가 바뀌어 전반적인 권력관계 및 지배관계 또한 바뀔 것이라는 주장이다. 재원과 관련해서는 누진자산세와 누진상속세를 80~90%까지 끌어올리면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고 해명한다.
미국에서 1900년대 이런 고수준 과세가 시행됐을 때 오히려 경제성장이 가속화됐다며 결코 과하지 않은 세율이라고도 덧붙인다.
코로나19 시기 각국 정부의 위기 대응 방식에도 비판적이다. 미국을 비롯해 많은 국가들 중앙은행이 정부 발행 국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자산시장을 떠받쳤다. 이 같은 방식은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만 과열시켜 최고 부유층의 배만 불렸고, 은행 이자율은 떨어뜨려 저축을 하는 서민층들은 더욱 가난해졌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이런 문제는 통화정책을 통해 안정적으로 해결할 수 없고, 결국 인플레이션율이 연 3~4% 수준에 이르면 통화공급을 중단하고 조세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피케티는 말한다. 실제로 불평등 문제를 비롯해 자산시장 거품·물가상승 등 여러 부작용 조짐이 보이자 각국 정부는 테이퍼링 등 유동성 축소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성별 간 임금 격차에 대한 저자의 관점도 주목할 만하다. 피케티는 통상 알려진 것보다 남성과 여성의 임금 차이가 더 극심할 것으로 본다. 단순 수치 비교는 직급·직군 등 성별 외 다른 조건들이 동일한 경우를 전제해 여성들이 애초에 남성들과 동등한 직업의 기회 자체를 갖지 못하는 점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성별 간 임금 격차를 연령대별로 살펴봤을 때 이러한 현실이 두드러진다. 프랑스 기준으로 직급이 낮은 25세에는 남성과 여성의 임금 격차가 25%포인트로 상대적으로 작지만, 은퇴 직전의 65세로 가면 임금 격차는 64%포인트까지 벌어진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는 개선되고 있지만 속도가 빠르지 않다. 피케티는 프랑스 소득 상위 1%에서 남녀 비율이 동률을 이루려면 2102년은 돼야 한다고 추정한다.
위와 같은 피케티의 주장들은 분명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점이 있으나 선별적이고 비판적인 독서 또한 요구된다. 주로 프랑스나 미국의 경제 현실에 기초해 있어 한국 현실에 그대로 적용하기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경제학계에서도 피케티에 대한 찬부 양론이 모두 존재한다. 피케티 자신도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 지적을 받아들여 '21세기 자본'의 핵심 주장의 일부 오류를 수정한 바 있다.
※ 피케티의 사회주의 시급하다 / 토마 피케티 지음 / 이민주 옮김 / 은행나무 펴냄 / 2만원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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