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공용어 영어..식민지 아닌 다국적 기업 덕
세계 곳곳의 다양한 언어를 소개하는 책 '바벨'은 우리가 잊고 지냈던 언어의 다양한 세계를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한다. 바벨에선 6500여 개 언어 중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언어 스무 개를 추렸는데, 그중 한국어가 포함됐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스무 개 언어에는 영어, 베이징어, 일본어, 스페인어, 아랍어, 포르투갈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독일어, 페르시아어, 터키어, 스와힐리어, 힌디-우르두어 등이 포함됐다. 저자는 네덜란드의 언어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가스통 도렌. 그는 이들 스무 개의 언어를 알고 있다면 세계 인구 4분의 3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들 언어의 기원을 추적하고, 현재의 위상에 오르기까지 언어 발달사를 정치·사회학적 시선에서 짚어낸다.
저자는 영어가 전 세계 공용어로 확고히 자리매김한 이유로 정치적 지형 변화와 이에 따른 다국적기업의 활약에 주목한다. 많은 사람이 영어가 공용어가 된 것은 전 세계에 식민지를 건설했던 대영제국 시대의 부산물로 보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사실 영어는 2차세계대전 직후 미국이 국제정치에서 헤게모니를 잡을 때만 해도 그다지 널리 퍼지지 않았다. 영어가 명실상부한 세계의 언어가 된 것은 20세기 후반 냉전 종식과 함께 러시아어가 경쟁에서 밀려나면서부터다. 냉전 때까지만 해도 동구권에선 러시아어가 통용됐고 중국도 영어에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심지어 미국 뒷마당인 라틴아메리카에서도 영어는 그닥 존재감이 없었다. 하지만 냉전 종식 후 다국적기업이 제공하는 소비재와 텔레비전 쇼, 영화와 음악 등 인류에게 즐거움을 주는 요소들이 전 세계로 침투하면서 영어가 전례 없는 공용어의 위상을 확보하게 됐다는 것이다.
유럽에서도 변방 국가였다가 한때 중심 국가로 떠올랐던 포르투갈과 네덜란드의 언어 간 희비를 다룬 대목도 흥미롭다. 이 묵직한 책을 다 읽고 나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서평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바벨은 자음과 모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제국과 대륙에 대한 서사이다."
※ 바벨 / 가스통 도렌 지음 / 김승경 옮김 / 미래의창 펴냄 / 2만3000원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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