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열린 경로당, 다시 피는 이야기 꽃 [금주의 B컷]
[경향신문]
코로나19로 축소해온 경로당과 노인복지관의 운영을 다시 확대하기 시작한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숭인동 동원경로당을 찾아 1시간 넘게 할머니들과 수다를 떨었다.
“경로당에 왜 할아버지들은 없어요?” “응, 다른 데는 같이 있기도 하는데, 여긴 따로 있어. 할아버지는 몇 명 안 돼.” (음, 여자 평균수명이 더 길다는 말이 맞군.) “코로나 전에는 다 같이 모여 점심 해 먹었는데, 할아버지들까지 해 먹일 이유는 없잖아.” (음, 난 나중에 밥은 혼자서도 잘 차려 먹어야겠군.) “백신은 다 맞으셨어요?” “응, 우린 한 명 빼고 다 맞았어.” “경로당 다시 나오니까 어떠세요?” “응, 좋아. 늙을수록 몸도 머리도 자꾸 써야 돼. 집에 혼자 처박혀 있으면, 더 늙어.” “어떤 사람은 코로나 때 화투 치는 법도 잊어 버렸다니까. 뭘 안 하면 자꾸 까먹어.”
화제가 다른 곳으로 튄다. “저 밑에서 미용실 했던 ○○씨 죽었다며.” 고인의 인생 역정에 대한 토론이 한참 이어진다. “난 알지도 못했네.” “가 보지도 못했네.” 탄식으로 마무리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탄력이 붙으면서 노인복지시설들의 문이 다시 활짝 열리고 있다. 70대와 80대 그 너머의 삶은 아직 겪지 못해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몸의 나이보다 중요한 건 마음의 나이가 아닐까 싶다. 어느 세대나 삶이 녹록지는 않다. 그래도 살아가는 재미는 어느 세대에게나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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