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중 태어난 아이 살해" '사무장 병원' 경영자 징역 3년
[경향신문]
임신중절(낙태) 수술 중 태어난 아이를 물에 빠트려 살해하는 데 가담한 ‘사무장 병원’의 경영자에 대해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수술 후 아이를 살해한 전문의와 공모한 혐의가 인정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3부(재판장 박사랑)는 11일 임신 34주였던 미성년자 임신부의 낙태 수술 중 살아서 태어난 아이를 전문의와 공모해 살해한 뒤 의료폐기물인 것처럼 손괴한 혐의(살인 등)를 받는 산부인과 경영자 최모씨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수술에 참여했던 간호조무사 전모씨와 이모씨에 대해선 살인방조 혐의 등이 적용돼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관련 기사 : “‘응애’ 하고 울었어요”…‘낙태 수술 중 발생한 살인’ 사건 이야기]
이들은 2019년 3월20일 서울 동작구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제왕절개수술 방식으로 A씨의 태아를 낙태한 뒤 살아 있던 아이를 살해하고, 사체를 의료폐기물인 것처럼 폐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수술을 주도한 전문의 윤모 원장은 살인 등의 혐의로 먼저 재판에 넘겨져 살인죄가 인정돼 징역 3년6개월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최씨는 자금을 댄 뒤 윤 원장의 이름을 빌려 낙태를 전문으로 하는 산부인과를 개설했다. 윤 원장에겐 매달 1800만원을 지급했다. 환자 유치와 경영을 맡던 최씨는 A씨 모친으로부터 2800만원을 받았고, 윤 원장과 상의해 낙태 방식을 정했다. 수술 중 아기가 산 채로 태어나자, 이들은 미리 준비한 양동이에 아기를 담가 숨지게 했다.
최씨 측은 재판 내내 살인의 고의가 없었고 공모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16일 결심 공판에서 최씨는 “저는 한 딸아이 아빠로서 양심을 걸고 살인을 종용하거나 모의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다”며 “고인이 된 아이에게 깊은 사죄의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최씨는 큰주수(周數) 임부인 A씨 태아를 낙태하기로 윤 원장과 의사교환을 통해 낙태수술의 방법을 택했고, 이 과정에서 살아서 아이가 태어날 경우 윤 원장이 낙태를 명목으로 살해할 것을 인식하고도 고액의 비용을 교부 받아 정상적인 의료폐기물인 것처럼 폐기한 것이 인정된다”며 “낙태할 경우 아이가 살아서 배출될 가능성이 있고 살해될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낙태를 종용해 죄책이 중하다”고 했다.
간호조무사 전씨와 이씨에 대해선 “피고인들이 이 산부인과에 근무하면서 여러 차례 낙태 수술에 참여했고 산 채로 태아가 배출된 경험도 한 적이 있음에도 범행을 도운 것은 불리한 정상”이라며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최씨에게 고용돼 범행에 참여한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말했다.
마취과 전문의로 수술 당시 참여한 박모씨는 살인 방조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다. 대신 마취 기록지를 조작한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자동인공호흡기가 없는 이 병원에서 산소 호흡을 유지하도록 처치해야 하던 상황 등 이 수술 중 살아서 아이가 태어났다는 것을 몰랐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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