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21] 이봄 기획자 "게임 시나리오 선택지, 양보다 질이 중요"

서동민 기자 2021. 6. 1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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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가 하고 싶고 듣고 싶은 선택지 만들어야 유저 중심의 게임"

이봄 넥슨 신규개발본부 소속 기획자가 11일 넥슨개발자콘퍼런스(Nexon Developers Conference, 이하 NDC)에서 '제한된 선택지로 유저가 주인공이 되는 시나리오 만들기'에 대해 강연했다.

이 기획자는 "게임 시나리오란 유저의 선택을 통해서 생성되는 스토리의 집합"이라며 "그러므로 게임 시나리오의 작법은 영화, 애니메이션, 소설과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저가 주인공이 되는 시나리오, 다시 말해 유저의 선택이 의미 있게 반영되는 시나리오를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녀는 "남이 아닌 나의 이야기로 느껴야 의미가 있다"며 "유저의 선택이 시나리오에 반영이 되고 풍부한 피드백과 함께 돌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기획자는 시나리오가 완성도를 추구하는지 자유도를 추구하는지, 플레이어의 입장이 주역인지 관전인지를 기준으로 게임 시나리오를 나눴다. 완성도가 높고 플레이어가 주역인 탐험형, 자유도가 높고 플레이어가 주역인 책임형, 완성도가 높고 플레이어의 입장이 관전인 감상형, 자유도가 높고 플레이어의 입장인 관전형이 그것이다.

이 기획자는 "각 유형은 유저의 자유도, 개발비용, 시나리오의 완성도를 과제로 안고 있다"며 "게임 시나리오의 장점을 살리고 싶어도 여건상 쉽지 않다. 개발 비용이 적게 들면서 유저의 자유도와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조화를 이루는 시나리오를 만들 수 없을지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TRPG(테이블 RPG)에서 나름의 아이디어를 찾았다고 말했다. TRPG는 사람과 사람간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진행되는 게임이기 때문에 유저의 개입이 자유롭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녀는 "TRPG 중에는 유저의 자유도와 시나리오의 완성도 사이의 균형을 잡은 것이 있다"며 '더블 크로스'라는 일본 TRPG 작품을 예로 들었다.

'더블 크로스'는 캐릭터를 역할과 표현으로 나눈다. 캐릭터를 만들 때 '시나리오 핸드아웃'을 받는데, 여기에는 직업이나 배경 등 시나리오 설정에 필요한 요소와 함께 캐릭터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해 적혀 있다. 유저들은 이를 토대로 모범생, 스포츠맨 등 사람마다 전혀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시나리오 또한 메인 플롯인 줄기와 서브 플롯인 가지로 나뉜다. 이 중 서브 플롯은 유저가 설정한 캐릭터의 성격에 따라 다양하게 만들어질 수 있다. 이 기획자는 "줄기 부분은 시나리오의 완성도, 가지 부분은 유저의 완성도를 담당한다"며 "TRPG에서는 커뮤니케이션으로 두 가지를 연계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캐릭터가 모범생인 경우, 게임 마스터(GM)는 '야자를 마치고 새벽 귀가길에 어떤 남자가 공격을 한다'는 상황을 만들어낸다. '어떤 남자가 공격을 한다'는 메인 시나리오에 '모범생' 설정을 결합한다는 설명이다.

이 기획자는 "하지만 사람이 아닌 컴퓨터가 커뮤니케이션을 처리하는 CRPG에서 이같이 다양한 서브 플롯을 구현하려면 개발 비용이 많이 든다"며 "대신 피드백의 질을 높이는 방법으로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피드백의 양이 많다고 좋은 게 아니다. 유저의 선택을 무시하는 피드백은 1000개가 있어도 의미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유저가 하고 싶은 말을 담은 선택지와 유저가 듣고 싶은 말을 담은 피드백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결국 유저와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기획자는 테스트 게임을 통해 유저 중심의 선택지와 피드백을 구현해봤다. 우선 캐릭터를 제작할 때 성별, 종족, 계급을 선택지로 제공했다. 또 서브 시나리오를 즉답형, 의견형으로 나눠 선택지를 통해 직접 바꾸게 했다. 그녀는 "게임 테스트 결과 캐릭터의 표현이 바뀌는 것만으로도 이야기의 변화를 느낄 여지가 있었다"며 "특히 성별을 바꾼 경우가 가장 호응이 좋았다. 여자 용사 버전이 가장 친근하게 느껴졌고 감정 이입하기 쉬웠다는 답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결과적으로 캐릭터 표현 요소는 유저가 공감할 수 있는 요소들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선택지 테스트 결과에서는 즉답형과 의견형 모두 장단점이 드러났다. 즉답형은 피드백이 바로 와서 좋았던 반면 전체 스토리와 연관성을 찾기 어려웠고, 의견형은 몰입감은 높지만 선택의 결과가 크게 와닿지 않았다. 이 기획자는 "두 유형의 좋은 점을 잘 섞으면 좋을 것 같다"며 "시나리오 안에서 유저가 생각해 볼 만한 문제를 선택지로 표현하고, 유저의 선택을 즉각적인 피드백으로 받아주면 유저 중심의 피드백을 구축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기획자는 "게임이 다른 매체와 구분되는 점은 유저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좋은 게임 시나리오란 유저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유저가 듣고 싶은 말을 들을 수 있는 대리 창구"라고 전했다.

dmseo80@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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