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들의 강화된 검열, 방송가는 '긴장'

우다빈 2021. 6. 1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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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의 높아진 검열에 방송가 내에서 긴장감이 돌고 있다. SBS, tvN 제공

최근 시청자들의 눈이 높아짐에 따라 방송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조선구마사'가 역대급 논란으로 2회 만에 막을 내린 후 살벌함은 더욱 심해졌다. SBS 드라마의 가학성 논란, JTBC '설강화' 소재, tvN '빈센조' 중국 PPL 등이 그 예다. 시청자들의 정서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눈치를 보는 중이다.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방송사들 입장은 어떨까.

시청자들의 입김이 점점 더 뜨거워지고, PPL 제품 하나 쉬이 지나치지 않고 문제점을 제기한다. 작은 것을 놓치지 않고 호불호를 직접 드러내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이에 방송사들은 여론에 대해 예의 주시하는 중이다.

과거 작품에 대한 불매 운동은 화제성과 시청률에 크게 여파를 미치지 못했다. 방송가는 인기와 화제성에만 치중했고 높은 성적표를 추구했다. 가학성에 대한 비판, 논란이 있었던 배우 섭외 등이 작품의 호감을 떨어트릴 순 있었지만 시청률이라는 큰 성과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부의 논란이 전체로 확산되면서 작품에게 큰 이미지 타격을 입힌다.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 역시 논란의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꼬리표를 달게 되는 모양새다. 비판이 방송에만 국한되지 않고 계속해서 후폭풍을 자아내는 것 역시 달라진 풍토다. 작품에 대한 비호감은 광고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수익으로 집결되는 지점인 셈이다.

3월 방송된 '조선구마사'는 1회만에 역사를 왜곡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급기야 중국의 동북공정을 받아들였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방영 중지를 원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등장했고 하루 만에 10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제작진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드라마의 인물, 사건, 구체적인 시기 등은 역사적 사실과 무관하며 창작에 의한 허구임을 알려드린다"고 공지했으나 비판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불똥이 튀자 많은 광고주들이 지원을 중단하며 몸을 사렸다. 결국 SBS는 방송사 사상 최초로 폐지를 선언, 불명예를 껴안았다.

드라마 '빈센조'가 중국 비빔밥 PPL로 역풍을 맞았다. tvN '빈센조'

같은 달 방송된 tvN '빈센조'는 중국 회사가 만든 비빔밥을 간접 광고로 넣었다가 '동북 공정' 의혹으로 큰 지탄을 받았고 주연 배우인 송중기가 사과하는 그림까지 나왔다. 제작진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VOD 서비스 중 중국 브랜드 비빔밥 장면을 삭제했다.

아직 전파를 타지 않은 JTBC '설강화'의 경우에는 더욱 난감한 처지다. 민주화운동을 모욕하고 안기부를 미화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며 촬영 중지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온 것. 이에 약 22만 명의 국민이 청원 동의에 참여하면서 시작 전부터 비호감을 샀다.

방송사 관계자들은 피드백을 겸허히 수렴하되 논란을 일찍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 관계자는 본지에 "더 이상 관계자들의 의견만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할 수 없다. 시청자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몇 수 앞을 내다봐야 한다. 시청자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셈이다. 시청자들의 수준이 점차 높아지고 있고, 더 능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관계자들이 미처 신경쓰지 못한 부분도 지적하는 경우가 있다. 그게 납득할 만한 부분이라면 최대한 받아들이고 피드백하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배우 소속사 관계자는 "최근 SNS 등의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시청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창구가 많아져, 방송에 대한 호평과 지적을 더 가까이 접할 수 있기에 그 반응이 체감된다. 그렇기에 방송사 측에서 아무래도 시청자들의 의견을 면밀히 살펴보며 이슈에 대응하는 풍토로 변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바라봤다.

다만 여론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창작의 자유가 침해된다는 일부 연출진의 토로도 있다. 창작의 자유를 유지하면서 여론을 수용해야 하는 제작진의 고심이 짙어지는 대목이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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