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인터뷰] 김명민, 천생 배우의 겸손함

우다빈 2021. 6. 1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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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명민이 '로스쿨' 종영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연기의 부족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김명민은 타고 난 배우다. 작품의 여운이 아직까지 얼얼하게 남아있다고 표현하는 모습에서 연기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졌다.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선보였음에도 김명민은 여전히 갈증을 느낀다.

김명민은 11일 최근 종영한 JTBC 수목드라마 '로스쿨'(극본 서인·연출 김석윤) 관련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명민은 '로스쿨'에서 진실과 정의를 오로지 법으로 해결하는 양종훈 캐릭터로 활약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에 대해 "'로스쿨' 대본을 처음 봤을 때 과거 맡았던 캐릭터, 강마에와 비슷하게 느껴졌다. 일부러 작가님이 그렇게 쓰셨다더라. 10여 년 전 그 모습을 다시 보고 싶어 한다더라. 요즘 세대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 감독님의 의견이다. 그 맛을 살리되 기시감을 극복하려고 노력했지만 어쩔 수 없이 비슷해졌다. 초반에 많은 분들이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맡고 있는 포지션도 비슷하다. 후반 인간적인 모습이 보여 그나마 다행이다"고 후련한 소회를 전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양종훈은 '츤데레' 매력이 있는 인물이다. 앞서 겪었던 트라우마, 법조인으로 일했던 소신과 정의관을 느끼면서 자괴감을 갖는 과정이 보는 이들에게 많은 감정을 선사했다. 아이들에게 대물림하고 싶지 않아 더 강인하게 정의를 피력하는 모습에서는 큰 감동을 전했다.

김명민의 '로스쿨' 출연 계기는 단연코 영화 '조선 명탐정' 시리즈로 호흡했던 김석윤 감독이었다. 영화 촬영 현장에서 깊은 교감을 겪었던 만큼 김석윤 감독의 드라마는 어떤 식으로 나오게 될지 궁금해졌다는 김명민이다. 이에 대해 김명민은 "예상만큼 좋았다. 아쉬웠던 것은 영화 현장과 달리 펜데믹 상황에서 교감을 많이 나누지 못했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장에서 본인의 할 일을 다 하다 보니 '꽁냥꽁냥'을 못해 아쉽고 한이 맺혔다. 너무나 스태프들이 보고 싶다. 법정물이라 보니 제 것 하기에 급급했다. 더더욱 쉬는 시간에도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것들이 아쉽고 서운하고 속상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김석윤 감독을 향한 애정이 계속 이어졌다. 김명민은 "배우를 철저하게 보호하는 최고의 감독이다. (감독을 향한)무한한 신뢰가 있다. 저를 힘들게 하지 않겠다는 믿음이 있다. 어떤 감독은 동서남북을 다 풀 테이크, 원샷으로 다 찍는다. 어떤 분들은 또 다시 계속 반복시켜 배우들의 힘을 빠지게 한다. 우리 감독님은 그런 부분에서 카메라 4대를 동시에 운용한다. 그런 것들에 대한 콘티를 아주 철저하고 명확하게 한다. '명탐정' 당시 쉬는 날에도 배우들에게 민폐를 안 끼치려고 리허설을 진행했다.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고 설명했다.

배우 김명민이 '로스쿨' 종영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연기의 부족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든든한 천군만마를 업은 김명민은 '로스쿨'을 통해 부조리한 사회 속 정의 구현부터 교수로서 진정한 법조인으로 거듭난 제자들과의 따스한 순간까지 담아냈다. 이에 시청자들은 환호하며 시청률로 보답했다. 이처럼 보는 이들을 사로잡은 김명민의 연기에는 숱한 고민이 있었다. 그는 "솔직히 작품이 너무 어려웠다. 과연 시청자들이 급변하는 세상에서 하나하나 파헤치는 과정을 봐줄까 궁금했다. 한 가족이 모여서 TV를 보는 것은 과거가 됐다. 한 공간에 있어도 휴대폰을 만진다. 저 역시 그런 문화에 젖어있다. 전통적이고 진정성 있는 드라마를 관객들에게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대본이 너무 어려워 버거웠다. 역으로 감독님에게 이 작품을 할 사람은 김종윤 밖에 없다고 피력했다. 내가 믿고 따르겠다고 해서 감독님이 하기로 한 작품을 미루고 '로스쿨'을 하게 됐다. 그렇게 완성시킨 작품"이라고 신뢰감을 드러냈다.

시청자들은 오랜만에 만난 웰 메이드 드라마에 호평을 던졌다. 배우들의 열연과 연출진의 고심이 톡톡히 보답을 받게 된 것이다. 열화 같은 대중의 반응에 대해 김명민은 "기우가 좋은 결과로 나타났다. OTT 콘텐츠 문화가 너무나도 빨리 확산됐다. 수많은 콘텐츠가 실시간으로 나오면서 자극적이고 편향된 장르물들이 많다. 저희 드라마는 20년 전 캠퍼스 물을 지향하면서 정통성을 갖는다. 지금 같은 시기에 쉽게 나오지 못하는 장르물이라 생각한다. 쉽게 이목을 집중시킬 수 없는 장르다. 기획하는 방송사들은 기피하겠지만 시청자들은 반가워했다"고 바라봤다.

특히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을 만큼 이성적이면서도 따스한 양면적인 캐릭터를 완성하는 과정을 두고 김명민은 "일반 캐릭터와 법조인 캐릭터는 비교할 수 없다. 시간이 열 배 이상 든다. 잠깐 딴짓하면 대사를 잊는다. 항상 잠꼬대처럼 외운다. 옆구리를 찌르면 대사가 나올 정도로 외웠다. 또 법적 용어에 대해 공부하고 연구했다. 제가 이해가 됐을 때 대사로 읊을 수 있다. 그래야만 관객들에게 진정성 있게 전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힘들고 괴로웠다"면서도 "법조인을 맡은 배우로서 가슴이 뜨거워지는 순간이 많았다. 따분하게 생각했던 분들에게도 충분히 전달됐을 것 같다. 여러 가지로 학생, 교수, 검사장을 통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배우로서 간접적으로 체감을 많이 했다. 여운이 길게 남았다. 사회적 문제가 대두될 때마다 '로스쿨' 생각이 날 것 같다"고 깊은 여운을 전했다.

그간 뚜렷한 소신으로 메시지를 던지는 인물을 주로 맡아왔던 김명민. 이번 작품에서도 특유의 강한 연기력이 빛을 발했다. 김명민은 실제 성격과의 싱크로율을 묻자 "얼핏 보면 악으로 보이지만 양종훈은 선과 악이 정확히 구분돼 있다. 지금도 어디엔가 '로스쿨' 속 양종훈 교수 같은 인물이 있을 것이다. 저 역시 양종훈이 재수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제가 그렇게 재수 없는 사람은 아니"라면서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다만 연속되는 강한 이미지에 대한 고민은 늘 존재했다. 김명민은 비슷한 인물을 맡게 되는 부분에 있어서 기시감을 느꼈고 배우로서 극복해야 할 지점이라 꼬집었다. 차기작을 두고 항상 갖는 고민이라고. 그는 관객들이 원하는 자신의 모습과 극복해야 할 캐릭터적 한계에 대해 늘 연구하는 자세로 임하는 중이다. 이처럼 매사 연기에 몰입하고 있는 김명민이기에 연기에 대한 만족감은 없다. 1996년 SBS 6기 공채 탤런트로 연기를 시작한 이후 '불멸의 이순신' '하얀거탑' '베토벤 바이러스' 등 많은 히트작을 내놓았음에도 연기관은 여전히 우직하고 곧다.

"매 연기가 다 어려워요. 만족스러운 연기를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저 될 때까지 하는 거죠. 기본적으로 제가 읊고 있는 대사를 이해해요. 저는 배우니까 시청자들에게 전달되는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모든 게 어렵죠. 이번 작품으로 배우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시청자들 앞에 서야겠다는 가치관이 정립됐습니다. 아직도 발전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요. 다른 작품을 하면서 채찍질하고 몰랐던 부분을 알아가고 있어요."

'로스쿨'을 마친 김명민은 현재 시간을 두고 차기작을 검토 중이다. 성급하게 이미지를 바꾸려 하기보단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고민하겠다는 김명민이다. 꾸준한 작품 활동을 거치며 슬럼프는 자연스럽게 뒤로 밀려났다. 매너리즘에 빠졌다가도 자신 안에서 해결책을 찾아낸다. 그의 목표는 '남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결과보다 과정에서 답을 도출해내고 스스로의 성취감을 즐긴다. 김명민이 만날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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