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면세 굴기' 나선 中, 위기 내몰린 韓..해답은?

신지훈 2021. 6. 11.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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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에 '세계 1위' 타이틀 내줄 상황..제도 개선 및 고객 다변화 필요

[아이뉴스24 신지훈 기자] "중국은 규제를 개선해 면세산업 굴기를 본격화하며 2023년까지 세계 최대 규모의 면세점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은 국내 면세업계가 놓쳐서는 안될 주요 시장인 동시에 경쟁자로 위상이 달라지고 있습니다."(이갑 한국면세점협회장)

국내 면세점이 위기에 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까닭이겠지만 더 큰 문제는 중국이다. 코로나 위기를 기회로 삼은 중국이 눈에 띄는 성장을 이뤘다. 국내 면세업계가 굳건히 지켜온 '세계 1위 타이틀'을 넘볼 정도다. 중국에 곧 시장을 뺏길 것이란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면세업계를 살리기 위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손님이 없어 텅 빈 서울 시내 한 면세점의 모습. [사진=신지훈 기자]

◆ 韓 면세점, 中에 밀리기 시작했다

11일 한국면세점 협회에 따르면 한국 면세시장 규모는 2019년 24조원에서 지난해 15조원으로 급감했다. 이 기간 '세계 1위 면세점' 타이틀은 유지했으나, 2위 중국과의 격차가 상당 부분 좁혀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세계적인 면세전문지 무디데이빗리포트에 따르면 이 기간 세계 2, 3위 면세업체인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의 매출은 30% 넘게 하락했다. 반면 하이난 면세점을 운영하는 중국 국영기업 중국면세품그룹(CDFG)는 세계 면세업체 중 유일하게 8.1% 성장하며 1위에 올랐다.

중국 면세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은 국내 면세업계에 가장 큰 위기요인으로 꼽힌다. 중국은 지난 2011년 하이난(海南省)성을 면세 특구로 지정했다. 면세 산업을 키워 내수를 진작시키고, 외화 반출을 막으려는 목적이었다. 2018년 시진핑 정부는 하이난성을 자유무역항으로 지정했다. 1인당 면세한도를 기존 1만6천위안(약 275만원)에서 3만위안(약 514만원)으로 확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면세업계가 어려움을 겪었던 지난해에는 오히려 10만위안(약 1천710만원)으로 한도를 늘렸다. 자국민을 끌어들이기 위해 하이난성에 다녀온 후 6개월 간 온라인 면세점에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면세품목은 38개에서 45개로 확대했다. 여기에 59개국 관광객이 비자 없이 하이난성을 여행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 정부의 지원 효과는 상당했다. 지난해 7월 하이난성 면세점 쇼핑객은 28만1천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42.7% 증가했다. 1인당 객단가는 3천544위안(약 61만6천원)에서 7천896위안(약 137만3천700원)으로 늘었다. 하이난성은 올해 면세점 매출이 전년보다 80% 증가한 100억 달러, 2025년에는 4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면세점 시장은 중국인 관광객과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궁)을 주요 고객 삼아 성장해왔다"며 "하지만 하이난성이 주요 고객인 이들을 흡수해 국내 면세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은 오는 7월까지 영업하고 문을 닫기로 했다. [사진=신지훈 기자]

◆ "면세한도·특허권 제도 손봐야"

전문가들은 국내 면세점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정부의 전향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에 맞서 주도권을 되찾으려면 육성 중심의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10일 한국면세점협회 등이 개최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국내 면세점 산업의 변화와 과제'에 참석한 이갑 한국면세점협회 회장이자 롯데면세점 대표는 "세계 면세점 시장에서 부상하는 중국에 맞서기 위해선 업계의 노력뿐만 아니라 국회·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과감한 제도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내국인 면세품 구매한도를 올려야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시내와 출국장면세점 기준 5천달러(약 558만원), 입국장면세점 기준 600달러(약 67만원)가 구매한도다. 면세한도는 연간 600달러다.

김재호 인하공업대 교수는 "내국인 면세품 구매한도를 유지하는 것은 우리나라 뿐"이라며 "구매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고려해야한다. 또, 주변국의 면세한도 규정과 경제성장 등을 반영해 면세한도도 상향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김형곤 세종대 교수도 "현재 내국인 면세한도는 국민소득 증가분을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2014년 대비 2020년 국민소득은 30% 증가했다. 단순 대입하더라도 800달러 수준으로 상향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면세점 산업의 안전성 확보와 국제 경쟁력 유지를 위해 현행 특허제도에 대한 개선 요구 목소리도 나온다. 특허 갱신횟수에 제한을 두기보다 특허갱신심사제를 도입해 면세산업과 고용시장 안정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재필 숭실대 교수는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 유인을 위해서는 낡은 특허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다른 국가 법령에선 찾아볼 수 없는 갱신횟수 제한을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외화 벌이를 위해 따이궁은 중요한 고객이지만, 외연을 넓힐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무디데이빗리포트의 마틴 무디 회장은 "최근 몇 년간 한국은 승객 트래픽 모멘텀, 중국의 소비 증가, 중국의 국내 가격과 한국의 면세가격 간 차이, 따이궁의 엄청난 번성에 의존할 수 있었다"며 "한국이 중국인 관광객, 따이궁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방문객의 국적을 다변화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지원과 투자를 쏟아부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신지훈 기자(gamj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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