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증인 왜 미리 부르냐" 김학의 대법 판결, 최신원 재판에도 영향 줄까
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상고심이 열린 지난 10일. 김 전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문제를 놓고 문재인 정부 핵심 관계자들이 줄줄이 수사와 재판 대상에 오르면서 김 전 차관 상고심 결과도 관심을 모았다. 1심과 2심의 판결이 달랐기 때문에 대법원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 지도 관심사였다.
결과는 김 전 차관의 승리였다. 대법원은 김 전 차관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에 다시 재판을 하라고 돌려보냈다. 김 전 차관에 대한 보석도 허용돼 김 전 차관은 8개월 만에 집으로 돌아갔다.
대법원이 판결을 뒤집은 결정적인 이유는 김 전 차관에게 4300만원 상당의 뇌물을 건넸다고 진술한 사업가 최모씨의 진술이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최씨는 김 전 차관에게 뇌물을 준 사실을 인정하지 않다가 검찰에서 사전 면담을 한 뒤 입장을 바꿨다.
당시 정황은 대법원 판결문에 자세하게 나온다. 검찰은 2019년 7월 26일 김 전 차관에 대한 1심 재판 2회 공판준비기일에 최씨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최씨에 대한 증인신문은 2019년 9월 24일 진행됐다. 그런데 검찰은 최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지기 전에 최씨를 소환해 검찰 진술조서 내용을 확인하게 하는 등 면담을 실시했다.
최씨에 대한 사전 면담은 2심 재판에서도 이뤄졌다. 2020년 6월 17일 2심 재판 1회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은 최씨를 다시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후 같은해 8월 19일에 최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그런데 검찰은 1심때와 마찬가지로 증인신문 전에 최씨를 소환해 면담을 진행했다. 이때 최씨는 자신이 증언할 사항에 대해 검사에게 물어보기까지 했다.
이후 최씨는 기존 진술을 뒤집고 김 전 차관에게 사실상 뇌물을 제공한 것이 맞다고 자신의 증언을 바꿨다.
대법원 재판부는 증인신문 전에 증인을 불러서 면담한 검찰의 행위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최씨가 법정에서 진술하기 전에 검찰에 소환돼 면담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회유나 압박, 답변 유도나 암시 등의 영향을 받아 종전에 한 진술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로 변경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검사가 회유나 압박 등으로 최씨의 진술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유죄의 근거가 된 최씨의 법정진술은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사건의 실체심리는 공개된 법정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증인신문이 예정된 증인을 법정이 아닌 수사기관으로 소환해 따로 면담하는 행위 자체가 피의자의 방어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면담에 문제가 없었다는 걸 증명하는 건 검사의 책임인데, 대법원은 김 전 차관 사건의 2심 재판 과정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증명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서는 김 전 차관 상고심 결과가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에 대한 재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최 회장 재판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을 구속기소한 검찰은 재판이 시작된 이후에도 참고인 조사와 관련자 수사를 계속 진행했다. 지난 5월 13일 열린 공판에서는 진술조서 40개를 추가로 증거 신청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중에는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된 이들에게서 받은 진술조서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최 회장 측은 기소 후에 이뤄진 참고인 조사 진술조서에 대해서는 증거능력을 인정하면 안 된다고 맞섰다. 자신이 법정에 증인으로 서게 될지, 피의자 신분이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검찰에 불려가서 한 증언은 왜곡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도 이런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최 회장 사건 재판부는 “검찰이 법정에서 증인신문을 하기 전에 따로 불러서 조사를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 증명하지 못한다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겠다”며 “피고인을 구속까지 해놓고 지위가 불안한 사람을 불러서 받은 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건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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