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애니 '클라이밍' 감독 "임신에 관한 편견과 불안 다뤘죠"

강애란 2021. 6. 1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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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미 감독 연출..안시국제애니페스티벌 경쟁부문 초청작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보편적으로 임신은 축복으로 여겨지잖아요. 그런데 실제 임신을 하고 나니 여러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내가 좀 삐뚤어진 마음을 갖고 있나 싶기도 했죠. 그동안 다뤄지지 않은 산모의 어두운 내면을 다뤄보고 싶었어요."

김혜미 감독 [한국영화아카데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공포 애니메이션 '클라이밍'의 개봉을 앞두고 11일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혜미(44) 감독은 임신을 긍정적으로 다룬 기존의 영화들과 달리 산모의 내적 변화에 집중한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했다.

'클라이밍'은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둔 클라이밍 선수 세현이 임신을 하면서 겪게 되는 사건과 감정들을 평행세계에 있는 또 다른 세현을 통해 전개해 나간다.

석 달 전 교통사고를 겪은 세현은 컨디션 난조와 경쟁에 대한 압박과 초조함으로 악몽에 시달리는데, 어느 날 밤 고장 난 핸드폰으로 전화가 걸려온다. 발신인은 다름 아닌 또 다른 자신인 세현. 두 사람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급기야 현실 세계의 세현은 핸드폰 너머에 있는 세현의 임신으로 인해 입덧하는 등 몸의 변화를 느끼게 된다. 커리어를 위해 남자친구와 결혼도 미루고 있던 세현에게는 임신은 청천벽력 같은 일. 경쟁 관계에 있는 후배는 물론 코치는 임신한 세현은 대회에 나갈 수 없다고 여긴다.

공포 애니메이션 '클라이밍' [한국영화아카데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는 김 감독이 실제 임신을 하고 겪었던 감정의 혼란에서 시작됐다. 임신은 아름다운 일이라고 여겨졌지만, 실제 드는 감정은 낯설었다고 김 감독은 전했다.

"산모로서 경건한 마음을 가지고 나쁜 것은 보지 말라고 하잖아요. 장례식도 가지 말라고 하고요. 마치 숭고한 삶을 살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해서 어제의 내가 갑자기 성스러운 산모가 될 수는 없어요. 그래서 적응이 안 되고 혼란스러웠던 것 같아요. 나쁜 생각을 하는 것 같아 죄책감이 들고 그런 마음을 외면하고 싶기도 했죠. 임신에 대한 편견이 있었기 때문이죠."

김 감독은 산모의 불안정한 심리를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포 장르를 선택하게 됐다고 했다. 주인공을 현실과 평행세계 두 차원에 설정한 것은 임신으로 인한 심리 변화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클라이머 세현과 산모 세현을 구분해서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지 않으면 세현이 느끼는 감정들이 단순히 임신으로 인한 증상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극적인 재미도 고려했지만, 두 사람이 즉각적으로 어떻게 다르게 반응하는지 강렬하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임신에 대한 편견은 세현의 주변 인물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평행세계에 있는 세현은 시어머니의 감시 아래 생활하는데, 시어머니는 먹기 힘든 음식들을 '아이와 엄마에게 좋다'며 계속 권유한다. 현실 세계의 클라이밍 코치는 세현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자 쉬엄쉬엄하라며 선수 생활을 그만둘 것을 권유하고, 후배는 세현의 처지를 이용하려 든다.

공포 애니메이션 '클라이밍' [한국영화아카데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 감독은 "캐릭터에 시어머니에 대해 가진 막연한 공포와 경력 단절에 대한 두려움, 동료에 대한 질투심 등을 과장되게 반영했다"며 "실제로는 음식을 가볍게 권하는 시어머니, 산모를 배려해주는 사회일 수도 있는데 '임신을 했으니 그럴 것이다'라는 편견으로 괜히 그렇게(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클라이밍'은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기존 애니메이션들과는 차이가 있다. 3D 애니메이션이지만, 2D 애니메이션처럼 외곽선을 강조한 카툰 렌더링 방식이 적용됐다. 뼈만 남아있는 듯한 앙상한 골격에 거친 선으로 윤곽이 드러난 얼굴의 인물들이 기괴한 느낌을 주고, 명암 대비를 극대화돼 거친 분위기가 두드러진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 그것도 공포물이란 점에서 '기기괴괴 성형수'(2020)에 이어 'K-호러' 애니메이션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도 받는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제작 작품으로 제45회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경쟁 부문에도 초청됐다.

김 감독은 "독립 영화인데 픽사·디즈니처럼 대자본이 투입된 작품을 따라가려고 하면 약점만 부각될 것 같아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 개성이 강한 작품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창작 애니메이션은 설 자리가 많지 않아요. 애니메이션은 보통 원작이 있는 작품들 위주로 제작되거든요. 미국, 일본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관객들의 눈높이를 맞추기도 어렵고요. 관객들이 창작 애니메이션을 선뜻 보려고 하지는 않죠. 그래서 이번에 작품을 극장에서 선보일 수 있게 된 것은 기적 같아요."

오는 16일 개봉. 상영시간 77분. 15세 이상 관람가.

공포 애니메이션 '클라이밍' [한국영화아카데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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