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하이일드債 금리가 '2%'대라고?

강우석 2021. 6. 11. 14: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양 회사채 300억 모집에 1620억 뭉칫돈
하이일드펀드發 'BUY' 주문 몰려
공모주 호황에 비우량채 반사이익

신용등급 'BBB+'인 중견 건설사가 만기 2년짜리 회사채를 연 2%대에 발행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졌다.

공모주 광풍 속에 자산운용사들의 편입 수요가 대단히 높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유통 시장에서 BBB급 비우량채는 연 4% 초중반 선에서 거래돼 왔다. 하이일드채권이 그만큼 시장에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주)한양은 전일 2년물 300억원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1620억원의 매수주문을 확보했다. 한양은 풍부한 투자자 수요를 감안해 발행액을 두 배(600억원)로 늘릴 방침이다.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이 한양의 발행 작업을 도왔다.

눈에 띄는 점은 이번 채권의 금리다. 한양은 발행규모를 늘리는 동시에 가산금리(스프레드)를 마이너스(-) 1.3%포인트로 확정지었다. 발행일 전날 시장 상황에 따라 소폭 달라지겠지만, 금리 수준이 연 2.9% 선에서 책정되게 됐다. 앞서 수요예측에서 제시한 수준은 시장금리(개별 민평)에 -1%~0%포인트 가산한 정도였다. 회사 측이 목표로 한 금리보다도 낮게 발행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하이일드(High-Yield·비우량채) 등급의 건설사가 2년물 회사채를 2%대 금리로 발행한 건 전례없는 일이다. 업계에서도 회사채 수요예측 제도가 도입된 2012년 이후 사실상 최초라고 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만큼 하이일드채권을 찾는 투자자들이 넘쳐난다는 얘기다.

시장 관계자는 "회사 역시 하이일드펀드와 증권사 리테일 수요가 풍부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금리를 공격적으로 책정했다"며 "선택과 집중의 세일즈 전략이 통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문에 참여한 대부분이 자산운용사인 것으로 전해진다. 연말까지 공모주 시장이 뜨거울 것으로 점쳐지면서 하이일드펀드의 편입 수요가 하늘을 찌르기 때문이다. 하이일드 펀드는 전체 자산의 45% 이상을 BBB급 회사채와 코넥스 주식으로 채울 경우 공모주 물량의 5%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다. 당초 우선 배정 제도는 작년까지만 적용될 예정이었으나 2023년까지 연장됐다.

다른 시장 관계자는 "하이일드펀드 새로 설정하는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채권 매수할 수 있냐'라는 것"이라며 "유통 시장에서 하이일드채권을 대량으로 사들이는 게 생각보다 어려워 수요예측에 뛰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이일드채권의 품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연말까지 공모주 시장에 대어들이 연이어 등판할 예정이라, 하이일드펀드의 채권 편입 수요도 계속 이어질 수 밖에 없어서다. 올 하반기엔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해 크래프톤,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일진하이솔루스(옛 일진복합소재) 등이 공모에 나설 예정이다.

이런 추세는 수요예측을 준비 중인 BBB급 기업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 한라는 오는 14일 2년물 300억원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돌입한다. 한양과 마찬가지로 희망 금리를 시장 수준보다 낮게 착정하기로 했다.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공모주 광풍 덕분에 조달 비용을 부담스러워 했던 BBB급 기업들이 '반사 이익'을 보게 됐다"며 "연말까지 대어급의 상장이 줄줄이 예정돼 있어 이같은 분위기는 한 해 내내 이어질 모양새"라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