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무릎꿇었던 밀양 할머니들과의 약속을 잊으셨나요?"

CBS 시사포커스경남 2021. 6. 11.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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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밀양송전탑 행정대집행 7년 -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엄청난 트라우마, 공동체 파괴 여전
목숨끊은 어르신들, 가정은 완전파괴
주민들 두차례 대통령께 무릎꿇고 호소
문재인 대통령, 문제해결하겠다 약속
산업부 에너지 적폐세력들 진상조사 회피
공동체 파괴를 '한전의 영업전략'으로 인식
행정대집행 경찰들 승진..한전 감사로 가기도
110세대는 보상금 받지 않고 여전히 싸우는 중
문 대통령 해결해 줄 것이라 믿었다
할머니들 잊지 마시고 반드시 해결해주길

■ 방송 : 경남CBS <시사포커스 경남> (창원 FM 106.9MHz, 진주 94.1MHz)
■ 제작 : 윤승훈 PD, 이윤상 아나운서
■ 진행 : 김효영 기자 (경남CBS 보도국장)
■ 대담 : 정수희 집행위원 (밀양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6월 19일 부산시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 행사를 마친 후 큰절을 하는 밀양송전탑 할머니에게 손을 내밀어 일으켜 세우고 있다. 연합뉴스
◇김효영> 꼭 7년 전 오늘입니다. 밀양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밀양주민들을 대규모 경찰력이 투입되어서 끌어내렸던 그 사건, 행정대집행이 있었던 날입니다. 지금 밀양 상황은 어떤지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밀양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 정수희 집행위원 만나보겠습니다. 위원님 안녕하십니까?

◆정수희> 네. 안녕하세요.

◇김효영> 위원님은 7년 전에 어디에 계셨습니까?

◆정수희> 그때 밀양 어르신들과 함께 127번 농성장을 지키고 있었어요.

◇김효영> 그때 수많은 할머니들께서 정말 질질 끌려갔습니다. 옷을 벗고 강력히 저항하시기도 하고. 그 모습이 생생한데 말이죠. 7년이 되는 지금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정수희> 7년이나 흘렀는데 아직까지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고 시간만 흘러가고 있지 않습니까? 행정대집행 당시에 7-80대였던 어르신들이 연세가 더 들고 건강도 많이 안 좋아지셨어요. 그러다보니 좀 걱정이 많이 됩니다.

◇김효영> 할머니들한테는 엄청난 트라우마가 되었을 것 같은데요.

◆정수희> 물리적인 폭력에 의한 것은 좀 많이 괜찮아지셨는데 마음의 상처가 굉장히 많이 큰 것 같습니다. 이미 송전탑들이 다 들어서있지 않습니까? 고개만 들어도 송전탑들이 보이는데 굉장히 많이 답답하고 그것 뿐만 아니라 그때 당시 발생한 공동체 파괴, 이런 것들로 인해서 사실 마음이 좀 더 많이 아픈 그런 상황입니다.

◇김효영> 송전탑 찬성해주고 보상금 받으신 분들과 끝까지 반대하신 분들 간의 그 간극이 아직도 앙금이 남아있는 모양이군요.

◆정수희> 앙금이 남아있다기보다는 사실 송전탑 건설로 인해서 발생한 그 문제들이 좁혀지지 않는 것으로 주민들은 그렇게 얘기하거든요. 다른 것은 다 괜찮아져도 공동체 파괴로 인한 상처는 지금 도저히 괜찮아지지 않는다. 그렇게 말씀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김효영> 그 전에는 시골의 정겨운 이웃이었는데, 지금은 서로 인사도 건내지 않는 사이가 된 겁니까?

◆정수희> 무더위쉼터라고 해서 노인정 가서 좀 쉬지 않습니까? 근데 지금도 여전히 반대를 하고 계신 어르신들은 마을회관도 가시지 않는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최근에는 또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나눠줬잖아요? 이장님이 마스크를 나눠주는데 거기도 가지 않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만큼 어쨌든 그때 당시에 벌어졌던 일들, 그리고 그때 찬성했던 주민들에게서 받은 상처들, 그런 것들로 지금도 어쨌든 마을생활이 녹록치 않은 것 같습니다.

◇김효영> 인터뷰초입에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정수희> 주민들은 지금도 송전탑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냐? 그런 말씀을 하고 계십니다. 올해 초에 류효정 의원실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송전률이 14% 밖에 되지 않아요.

◇김효영> 14%.

◆정수희> 이렇게 하려고 송전탑을 지었냐.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고요. 또 그때 당시에 한전과 정부가 사용했던 폭력에 대해서 제대로 된 진상조사도 지금 받지 못하고 정부가 사과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인데 주민들이 한전과 정부의 사과를 반드시 받아야 된다. 라는 그런 마음이 크시고 그 과정을 통해서 주민들이 좀 부당하게 사회적으로 여러 비난의 여론들을 사실 그때 당시 언론들이 많이 형성하고 그랬었잖아요?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김효영> 문재인 대통령께서 대통령이 되기 전에 밀양송전탑 사태와 관련해서 입장을 낸 게 있었습니까?

◆정수희>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이 된 선거 말고 앞에 선거에서도 이 송전탑 문제를 반드시 재검토하겠다고 대통령 후보 시절에 공약을 내세우기도 했었고요. 그리고 행정대집행이 있던 그 달에는 어르신들이 계신 움막에 찾아와서 5시간 동안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반드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 라고 말씀을 하셨어요. 그래서 사실 어르신들이 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그런 기대가 굉장히 컸었어요. 기대가 커서 그때 당선 직후에 광화문 앞에서 국민인수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았습니까? 거기에 가서 주민들이 이러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되어야 한다. 이런 문제도 해결을 하고 그리고 밀양 문제를 꼭 해결해달라고 직접 주민들이 27통이나 편지를 써서 청와대로 전달을 하기도 했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진상조사나 이런 것들이 지지부진하고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그런 상황입니다.

◇김효영> 왜 그렇다고 보십니까?

◆정수희> 정권은 바뀌었지만 사실은 송전탑 사업이나 발전소 건설사업의 사실 핵심부서라고 할 수 있는 산업부 내에서 에너지 적폐세력이라고 저희는 부르고 있는데 산업부가 요지부동인 것이거든요. 사실 몇 차례, 올해 3월달까지 정부조사단 추진해야 된다라고 산업부와 몇 차례 자리를 갖기는 했지만 산업부가 굉장히 요지부동했어요. 확고했고 특히나 마을공동체 파괴와 관련해서는 산업부가 그게 '한전의 영업전략'으로 생각하고 있는 경향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김효영> 한전은 원래 그렇게 한다?

◆정수희> 그렇죠. 송전탑건설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송전탑건설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을 갈라놓고 마을 공동체를 사실 좀 떼어놓아야지만 동의하는 주민들이 하나, 둘 생기고 그러다가 어쨌든 더 많은 주민들이 동의를 하게 되고 건설을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러다보니 이 공동체 파괴라는 것은 사실 전략이기도 하고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고 산업부도 좀 거기에 동조하고 많이 동의하고 있는 게 아닌가. 저희가 공동체 파괴조사를 해야 된다 라고 산업부에게 이야기를 했을 때 사실은 그걸 우리가 조사할 수 없다. 라는 입장이 굉장히 강고했거든요.

◇김효영> 조사를 하면서 이게 일종의, 한전에서는 짓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그런 갈라치기 같은 게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드러냈군요.

◆정수희> 네, 그렇죠. 지금 이러한 일들이 밀양에서 뿐만 아니라 지금 신한울핵발전소에서 신가평까지 또 500kv 송전탑건설이 추진되고 있어요. 그쪽 마을에서 지금 이런 일이 똑같이 벌어지고 있더라고요.

◇김효영> 그렇군요. 그 때나 지금이나 결국은 한전의 영업전략대로, 한전의 뜻대로 흘러가게 되고 있군요. 여전히.

◆정수희> 그런 상황이라고 저희가 보고 있습니다.

◇김효영> 이게 정말 주민들 입장에서는 죽고 사는 문제였습니다. 실제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어르신까지 계셨지 않습니까.

◆정수희> 그렇죠. 두 분의 어르신들이 돌아가셨고 그 영향으로 최근에 언론에 난 기사에 따르면 그 가족들까지도 삶이 완전히 파괴되고 이런 일들이 지금 벌어지고 있습니다.

◇김효영> 늦었지만 문재인 정부가 지금부터라도 할 수 있는 일을 구체적으로 좀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정수희> 문재인 정부 들어서 밀양 주민들이 몇 차례나 밀양 대책위 차원 뿐만 아니라 전국의 송전탑으로 고통을, 피해를 받고 있는 지역주민들과 함께 요구안이라든지 정책제안 이런 것들을 했어요. 그 안에 핵심적으로 담겨 있는 게 마을공동체 파괴에 대한 조사였어요. 실제 송전탑 건설과정을 통해서 사실은 주민들을 분열시키고 깨트리기 위해서 물론 한전은 송전탑 건설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것이 현행제도에서 언제, 어떻게, 왜, 누구에 의해서 발생을 했는지 제대로 진상조사를 해야 된다는 요구를, 요구안과 정책제안에 꼭 담겨있었어요. 그래서 지금이라도 정부가 자세와 태도를 바꾸어서 공동체 파괴에 대한 진상조사를 진행하고, 근데 사실 송전탑문제라는 게 전기를 생산하는 곳과 소비하는 곳이 사실 분리되어있고 멀리 떨어져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인 거잖아요? 그렇게 희생이라든지 피해를 떠넘기는 방식의 에너지생산방식, 공급방식. 이런 것을 바꿔야 하는 노력들을 지금 정부가 해야될 것 같습니다.

◇김효영> 이게 무슨 말이냐면 전기는 수도권에서 제일 많이 쓰는데 발전시설과 그곳에서 만들어진 전기를 보낼 송전탑은 지방에다가 다 세우고 있는 거예요.

◆정수희> 만약에 올해부터 필요한 전기를 서울에서 만들어야 된다라는 어떤 사회의 문화와 사회 제도가 그렇게 형성이 되어 있다면 주민들의 건강이나 주민들의 환경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서 주민들에게 피해를 덜 끼치는 방식의 발전방식, 그리고 송전방식을 고민하겠죠. 그런데 이게 서로 멀리 떨어져 있다보니 피해주민들에 대해서는 사실 경제적인 것만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일례로 현재 전기사업법이나 이런 것을 보면 주민들이 송전탑반대 주민들이 주민들에게 너무 큰 영향을 미치니까 지중화를 시켜달라. 이렇게 요구를 할 수 있잖아요? 근데 지중화를 하게 되면 비용이 더많이 발생하게 되는데 현행법상에는 지중화를 하기 위한 비용부담을 지중화를 요구한 사람들이 지게 되어 있어요. 사실 전기는 서울에서 쓰고 서울에서 전기를 쓰기 위해서 송전탑을 짓는 건데 주민들은 안전한 생활, 쾌적한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재정적인 부담까지 져야 되는 방식으로 법이 만들어져 있거든요. 이런 법들도 사실 주민들에게 불평등과 희생을 강요하는 이런 법들도 반드시 바뀌어야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효영> 당연한 말씀입니다. 행정대집행 당시에 대한 책임도 분명히 묻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당시 행정대집행을 결정한 것은 밀양시장이었죠?

◆정수희> 네.

◇김효영> 그때 당시에 밀양시장이 누군지 기억이 나십니까?

◆정수희> 엄용수 시장이었나요?

◇김효영> 엄용수 시장, 국회의원까지 되었죠. 그때 행정대집행을 했던 경찰. 그때 당시에 경찰서장은 기억이 나세요?

◆정수희> 당시에 한전에 밀양송전탑 건설과 관련해서 일을 했던 사람들, 그리고 경찰관계자들이 다 승진을 했더라고요. 밀양 주민들이 보기에 밀양 문제가 전혀 해결이 되고 있지 않고 주민들이 여전히 고통스러운 상황에 있는데 그렇게 한전직원들과 경찰들은 승승장구 하고 있는 모습들을 보면서 주민들은 다시 한번 더 대체 국가란 뭔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밀양 송전탑 반대 농성장 철거. 연합뉴스
◇김효영> 제가 말씀드려야 겠네요. 당시 밀양 경찰서장은 김수환 서장이었는데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 경호대장으로 승진합니다. 그리고 당시 경남지방경찰청장이 이철성 청장이었는데 이 분은 경찰청장으로 승진합니다. 그리고 이성한 경찰청장은 퇴임 이후에 한국전력, 한전의 상임감사가 됩니다. 어떻게 보세요?

◆정수희> 굉장히 어려운 일들을 정부가 해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눈꼽만큼도 생각하지 않고 주민들의 의지와 뜻을 꺾고 해냈다는데에 큰 의미를 두고 그런 일들을 좀 벌이지 않았나 생각을 하는데 향후 진상조사에서 그런 것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반성과 되돌림이 반드시 있어야될 것 같습니다.

◇김효영> 아직도 많은 분들이 한전과 합의를 안 하고 계시죠?

◆정수희> 그때 당시 송전탑 경과지에 2,200세대가 그 경과지에 있었고 아직까지도 110세대가 한전, 이미 그때 당시에 지급한 보상금을 받지 않고 여전히 싸우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효영> 이제 많은 국민들은 밀양사태는 끝났다고 생각할 겁니다. 하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까?

◆정수희>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부 내에 요지부동한 태도로 이 문제가 해결이 되고 있지 않습니다. 많은 분들이 밀양송전탑문제가 끝나지 않았나. 이렇게 얘기를 하시는데 주민분들은 여전히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우리는 지지 않았다. 그 싸움에 시민들이 계속 관심을 가지고 함께 응원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김효영> 문재인 대통령께도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

◆정수희> 약속을 꼭 지켜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사실 어르신들이 문재인 대통령 당선이 되고 난 다음에 두 번이나 무릎을 꿇었어요.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달라고 무릎을 꿇은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에요. 당신이 반드시 우리를 돕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다 라는 그 마음이었기 때문에 무릎을 꿇은 것이거든요. 밀양 할머니를 잊지 말고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해결할 수 있도록 힘써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김효영> 무릎은 언제, 누구 앞에서 꿇었다는 말씀이십니까?

◆정수희> 편지를 전달하시면서도 어르신들이 무릎을 꿇으면서 전달을 했고.

◇김효영> 문재인 대통령께 직접?

◆정수희> 네. 그리고 고리1호기 영구정지 기념식에서 그때 문재인 대통령이 고리를 내려왔고 그 자리에 밀양어르신들을 초대해주셨어요. 그때도 어르신들이 무릎을 꿇고 반드시 우리 편지 좀 읽어주세요. 그렇게 오열을 했었거든요. 그 마음은 당신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니 해결해달라. 우리 마음을 알아달라. 라는 그 마음이었어요. 잊지 말았으면 좋겠고 어르신들의 편지를 다시 한번 더 꺼내서 읽어봐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김효영> 저희가 대신 전달해드리겠습니다.

◆정수희> 고맙습니다.

◇김효영>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정수희>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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