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문빠'시대 가고 '조빠'시절 오나

기자 2021. 6. 1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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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전국 곳곳에 조국 지지 현수막

나꼼수도 다시 뭉쳐 출마 권유

‘조국의 시간’ 깃발 아래 뭉쳐

당 경선과 대선에 영향 포석

김명수 大法에 무죄 압박 시위

‘變化盲視’ 하다간 수렁에 빠져

최근 용인 법무연수원과 일산 사법연수원 앞에는 조국 전 장관 지지자들이 ‘검찰의 만행 그 진실을 밝힌다. 조국의 시간’이라는 현수막을 붙여 놓았다. 지방에도 지지자들이 현수막을 걸어놓고 ‘인증샷’을 올려놓기도 한다. 조 씨가 ‘현수막을 내려달라’고 SNS를 통해 부탁했지만 진심인지는 모를 일이다. ‘조국의 시간’이라는 책이 출간된 지 2주도 안 돼 20만 권 이상 팔려나갔다고 한다. 읽기 위한 것도 있지만 구매 자체가 일종의 ‘조빠 인증’이 돼 버렸다.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각자 방송활동을 하며 헤어졌던 ‘나꼼수 4인’도 ‘조국의 시간’을 계기로 다시 뭉쳤다고 한다. 한때 김용민 씨는 주진우 씨를 ‘친 윤석열’이라고 비난하며 자신은 ‘더 이상 나꼼수 멤버가 아니다’라고 결별을 선언하더니 장사가 된다고 봤는지 스멀스멀 다시 모여들었다. 앞으로 유튜브를 개설해 독후감을 공모하겠다고 한다. 멤버 중 한 명인 정봉주 전 의원은 조 씨에게 대선 출마를 권유했다고 밝혔고, 조 씨는 ‘never’라고 대답했는데 자신은 ‘ever’라고 응수했다고도 한다.

이런 움직임을 보면 ‘조국의 시간’은 이들에게 단순히 책 한 권이 아니다. ‘문빠’ 시대는 가고 ‘조빠’ 시대가 도래한다는 상징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국민 사과를 하며 조 씨와 거리 두기를 하고 있다.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은 이례적으로 언론 인터뷰를 하면서 조 씨에 대해 “그분 정도 위치에 있으면 운명처럼 홀로 감당해야 할 역사적 사회적 무게가 있다”면서 “꼭 책을 냈어야 했는지, 당에 대한 전략적 배려심이 아쉽다”고 비판했다. 친문 내에서도 분화가 이뤄지는 징조다. 조 씨는 “나를 밟고 가라”고 했지만, 역설적으로 ‘밟고 가면 가만 안 있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아내, 동생, 5촌 조카가 구속되고, 아들과 딸 모두 표창장·인턴 위조 사실이 밝혀지고 자신도 재판을 받는 등 법률적으로만 접근하면 그의 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데 내년 3월 대선과 가깝게는 민주당 9월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논란이 될 것을 뻔히 알면서 조 씨가 왜 이런 책을 냈을까 하는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첫째, 문재인 정권 하면 먼저 생각나는 ‘내로남불’의 촉발점이 된 자신의 원죄를 벗기 위한 일종의 ‘선동’이다. 여기에 정권 내내 방송 등에서 ‘꿀’을 빨다가 새로운 먹잇감을 발견한 김어준 등 나꼼수가 조국을 등에 업고 제2의 부활을 노리고 있다.

둘째, 다음 정권을 겨냥한 정치세력화다. 정권을 재창출할 경우 차기 주자들에게 ‘나를 잊지 말라’는 압박이다. 이낙연·정세균 전 총리는 이미 ‘조국의 시간’에 무릎을 꿇었다. 경선에서 비토당하지 않으려면 조국에게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직 이재명 경기지사만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친조국 세력들은 이 지사에게 끊임없이 입장을 강요할 것이다. 만약 정권을 빼앗긴다면 노무현처럼 검찰에 탄압당한 자신의 이미지를 부각해 ‘조빠’ 시대를 열어보겠다는 계산도 할 것이다. 셋째, 검찰과 사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아내려 할 것이다. 이미 검찰은 무력화됐고, ‘코드’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어떤 식으로든 보답할 것이라고 희망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 문 정권의 큰 늪이 돼버린 ‘조국의 시간’은 전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이다. 조 씨를 법무장관에 공식 지명하기 전에 비리 의혹이 쏟아지자 당시 문 대통령은 이낙연 총리, 임종석 비서실장, 김경수 경남지사와 이해찬 민주당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불렀다. 이 총리, 임 실장, 김 지사 등 3명은 장관 임명에 반대했지만, 이 대표와 이 원내대표는 “여기서 밀리면 끝이다”며 끝까지 고집을 부려 결국 문 대통령이 이들의 의견에 따랐다고 한다. 이후에도 “마음의 빚” 운운하며 단절하지 못하는 바람에 이 지경까지 온 것이다.

속단하긴 이르지만, 국민의힘은 이준석 바람과 윤석열 몸풀기에 힘입어 ‘극혐’에서 벗어나 미래로 달려가려는 조짐이 보인다. 반면 민주당은 조국이라는 과거의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변화맹시(變化盲視·변화를 탐지하지 못함)’라는 양 전 원장 지적이 정확하지만, 지금 민주당은 이를 인식하고 쇄신하기엔 역부족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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