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말고 차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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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2월 전역했다. 잘 지냈나?
전역 직후에는 그간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시도했다. 입대 전엔 카페나 맛집을 찾는 소소한 행위에 관심 없었는데 전역하니 사람들이 다들 핫 플레이스 찾아 떠나더라. 그래서 따라 해보는 중이다.
전역 후 첫 스케줄이 온라인 팬미팅이었는데, 떨진 않았나?
비대면 팬미팅은 처음이라 긴장했지만, 막상 팬분들과 대화를 시작하니 나도 모르게 말이 술술 나오더라. 팬분들에게 들은 말 중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움직이는 차선우를 보니 행복하다’는 말이다. 소식 자주 전해드릴 걸 후회스럽고 미안하다.
차선우의 군 생활이 궁금하다. 흥미로운 순간도 있었겠다.
정말 너무 많다. 조교였을 때 일이 기억난다. 훈련병 수료 막바지 때 고생했다는 의미로 라디오 사연을 받는데 한 훈련병이 ‘팬밍아웃’ 사연을 보냈더라. 팬이었는데 군대에서 만나 반가웠고 덕분에 훈련 잘 마쳐서 감사하다고.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조교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에 나와 새 출발하기 전 기분이 어땠나?
연기에 대한 욕심이 컸지만 결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고민도 많았다. 전역 2주 전부터는 잠을 꽤 설쳤다. 얼른 나가서 팬분들 만나고 싶은 마음도 컸고, 어떤 작품을 하게 될지 설레었지만, 걱정도 되더라. ‘내가 갈 곳이 있을까? 내가 설 자리가 있을까?’ 카메라 앞에 선 게 오래전 일이 돼버렸으니까. 고민을 타파해준 첫 번째 기회는 <피어썸>이다.
영화 <피어썸>은 어떤 내용을 다루나?
유튜버 ‘와썹’이 실제로 받은 사연을 바탕으로 한 공포 영화다. 제일 무서웠던 사연이라고 하더라. 거기다 실화라고 하니 첫 대본 받았을 때 솔직히 무서웠다. 군대도 다녀왔으니 이겨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더라. 그래도 공포 장르는 처음이라 도전해보고 싶었다.
공포 영화 촬영장엔 꼭 귀신이 나타난다던데.
<피어썸> 촬영지가 충청도 산골에 위치한 폐가였는데, 와썹님이 촬영차 방문한 김에 폐가 사진을 찍어 사연자분께 보냈다. 사연자가 자매고 둘 중 언니가 무당인데 그 사진을 보곤 폐가 계단 아래 지하 창문에 웬 할머니가 인상 쓰고 계신다고 했다더라. 할머니가 지내시는 폐가에 사람들이 와서 촬영하고 떠드니 화가 나셨다고. 해를 가하는 귀신은 아니었고, 촬영이 모두 끝난 후에 들은 이야기라 다행이지.
여느 장르가 그렇겠지만 공포물은 특히 섬세한 연기가 필요할 것 같다.
내가 표현해야 하는 감정, 표정, 행동 모든 게 기존에 해오던 연기와는 달랐다. 공포물은 고개를 돌릴 때도 온갖 복잡한 감정을 모두 실어야 하니까 계속 긴장한 채로 있었다. 눈동자 움직이는 방향과 속도에도 싸늘한 기운을 담아야 했다.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며 배우고 또 배워 성장하고 싶다.
연기하는 자신의 모습을 통해 새롭게 발견한 점도 있을까?
부딪치며 도전하는 것에서 행복을 느낀다는 것. 공포 연기가 처음이지만 도전했고, 그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도 많았지만 결국 해냈다. 그래서 행복했고. 남들이 볼 땐 별것 아닐 수 있다. 누구든 해낼 수 있는 걸 해낸 거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내게는 끝이 보이지 않는 막중한 임무 같은 거였다. 그 임무를 완료하고 느꼈던 묘한 감정이 나를 끝없이 도전하게끔 자극한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완벽주의자인가?
융통성 있는 편이다. 그렇다고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융통성 없다는 건 아니다. 단지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려 한다. 내가 생각했던 것에서 방향이 틀어졌을 때 그 방향에 맞춘다. 인생에서 큰 계획도 안 세운다. 참 단순하지 않나?
요즘 차선우의 관심을 끄는 건 뭔가?
아마 다시 군에 가고 싶은 사람은 없을 거다. 그렇지? 근데 내가 밀리터리 덕후다. 전역하면 군과 관련된 영화나 유튜브 콘텐츠는 절대 피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안 되더라. 사실 배우가 꿈이었지만 군인이 되고 싶은 시절도 있었다. 그래서 밀리터리 드라마나 영화를 질리도록 봤고. 온갖 장비나 무기, 단어를 이해할 수 있어 더 심해졌다. 요즘은 네이비실 부대를 배경으로 한 미국 드라마 <씰팀>을 보는 중이다. 3일 만에 시즌 1을 다 봤다.
전역하면 군을 떠올리기 싫지 않나?
솔직히 가끔은 전투복을 입고 싶을 때도 있다. 군인은 전투복 입으면 서로 근육 자랑을 꼭 한다. 전투복은 터질 듯이 팔이 꽉 껴야 멋있거든. 그래서 군에 있을 땐 몸을 과하게 키웠었다. 하하.
“천천히 이루어 나가다 보면 언젠가 나를어떤 작품의 누군가로 기억해주는날이 오지 않을까?”
밀리터리 장르에서도 만나볼 수 있을까?
군인 역할 주어지면 너무 감사하지. 무조건 해야지.
차선우를 움직이게 만드는 존재는 무엇일까?
가족. 내가 장남이라 가족에게 큰 도움이 되고 싶은데 군에선 그럴 수 없었다. 지금은 가족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시도해야 하고 움직여야만 한다.
차선우의 꿈은 얼마나 클까?
내가 도전해서 이뤄보고 싶은 게 딱 하나 있다. 할리우드 거리 바닥에 핸드 프린팅하는 것. 연기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꾸는 꿈이겠지만. 그곳에 내 손바닥과 이름을 새기면 얼마나 뿌듯할까. 그것만큼은 꼭 이루고 싶다.
어느덧 30대에 접어들었다. 30대를 맞이하는 방법은 뭘까?
어른이 되고 싶다. 30대에 접어드는 건 큰 산을 하나 넘는 것과 같다. 어른이 되는 순간을 맞닥뜨리는 기분, 왠지 그런 느낌이 든다. 마음을 단단하게 굳혀야 하고 무엇보다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군 생활 당시 30대를 맞이하는 순간이 훌쩍 다가왔고 정신을 다잡기 위해 준비했다. 어른은 어려운 현실을 잘 헤쳐나가는 사람이니까. ‘이곳을 나가는 순간 난 진짜 어른’이라는 각오를 다졌다.
시작은 뮤지션이었던 배우 차선우를 온전히 신뢰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겠다.
분명 배우 차선우가 익숙지 않은 사람도 있을 거다. 편견을 피할 순 없다. 그래도 자신 있다. 편견은 내가 연기로 이겨내야 하는 부분이고, 얼마의 시간이 걸리든 상관없거든. 내가 선택한 길이고 내 길이니까. 이제 막 출발선에 섰다. 천천히 이루어 나가다 보면 언젠가 나를 어떤 작품의 누군가로 기억해주는 날이 오지 않을까?
GUEST EDITOR : 정소진 | PHOTOGRAPHY : 이수환 | STYLIST : 권은정 | HAIR : 이성진(조이187) | MAKE-UP : 전민지(조이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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