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4년전 외지인들이 싹쓸어 갔다".. 윤재갑 '투기 의혹' 경기 평택 가보니
지난 9일 오전 찾은 경기 평택시 현덕면 황산리 논. 모내기가 끝난 논에는 모가 파랗게 자라고 있었고, 건너편 철길이 놓일 예정인 둑 위로는 건설 자재를 실은 덤프 트럭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 땅은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 배우자가 공동 소유했던 땅이다.
오는 2022년 개통될 서해선 복선 안중역에서 약 600m 떨어진 이 논은 국민권익위원회가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 중인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에 수사를 요구한 곳이다. 농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민주당은 권익위로부터 투기 의혹이 있다고 통보 받은 윤 의원 등 소속 의원 12명에게 탈당을 권유했다.
공직자 재산공개와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윤 의원 배우자 조모씨는 지난 2017년 황산리 논 1필지(2121㎡)의 지분(33㎡)을 2744만원에 매입했다. 조씨는 지난 3월 투기 의혹이 일자 4월 지분을 2500만원에 되팔았고, 조씨 지분을 매입한 김모씨를 포함해 현재 이 논의 공동 소유주는 모두 30명이다.
공동 소유주 30명은 56년생 곽모씨, 75년생 홍모씨, 98년생 김모씨 등 성도, 나이도, 사는 곳도 제각각이다. 농업법인이 지난 2016년 매입한 지분을 일인당 최대 132㎡까지 각각 다른 크기로 쪼갠 뒤 나눠 팔았다.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에 전형적인 투기 방법으로 자주 등장했던 ‘지분 쪼개기'다.
투기 의혹에 대해 윤 의원은 “공인중개사를 하는 부인의 친구가 2000만원 정도 급하게 빌려달라고 했고, 대신 땅으로 갖고 있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등기부등본 상 해당 지분에는 통상 금전 거래에서 나타나는 근저당 설정이 돼 있지 않았고, 빌려준 돈보다 700만원이 더 많은 금액에 매매 등기돼 있었다.
현재 윤 의원이 받고 있는 의혹은 ‘농지법 위반'이다. 농지법은 농사를 짓는 사람만이 농지를 소유하는 ‘경자유전'을 골자로 한다. 다만 주말 농장이나 상속 등 몇 가지 예외 사례로 외지인의 농지 소유를 허용하고 있지만, 윤 의원 배우자를 비롯한 소유주들은 예외 사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마을 사람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마을이장 김모(55)씨는 “그 논은 수년 전까지만 해도 마을 주민이 갖고 있다가 외지인에게 팔아넘겼다”라며 “그 논을 30명이나 쪼개어 소유하고 있는지는 몰랐다. 외지인으로 주인이 바뀐 후 벼농사는 이 마을에서 5km 가량 떨어진 대안리 사람이 짓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지분 쪼개기 형태의 투기는 윤 의원 부인이 소유했던 논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황산리 일대 농지는 4년 전부터 외지인들에게 매입되기 시작했고, 상당수가 쪼개진 형태로 거래됐다고 한다.
실제 토지건물거래정보플랫폼 밸류맵에 따르면 황산리 일대에서 지난 2017년부터 지난달까지 4년 5개월 간 이뤄진 토지 거래 1030건 중 약 91%인 941건이 지분 형태로 이뤄졌다.
특히 지분 거래는 윤 의원 부인이 농업법인의 지분을 매입했던 2017년과 이듬해인 2018년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2017년 전체 토지거래 417건 중 391건이, 2018년 366건 중 356건이 지분거래다. 지분거래가 전체 토지거래의 각각 약 94%, 약 97%를 차지한다.
황산리에서 정미소를 운영하는 70대 김모씨는 “정미소 인근 감자밭 소유주만 해도 한 둘이 아니다”라며 “평소 감자밭 관리는 소유주들이 고용한 관리인이 하는 것 같은데, 수확철만 되면 각지에서 소유주들이 몰려와 감자를 캐어 간다”고 했다.
이 마을에서 평생을 살았다는 이모(80)씨는 “평당 30만원도 안 하던 땅을 갑자기 100만원에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는데, 안 팔고 버틸 사람이 얼마나 있겠느냐”라며 “안중역 철길 공사 현장 주변 땅의 90% 이상은 외지인 소유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집 옆에 밭만 해도 외지인이 구입한 후 비닐하우스 2동이 설치됐는데, 소유주라는 사람이 와서 농사 짓는 걸 본 적이 없다”며 “외지인이 보상을 노리고 농사짓는 시늉만 하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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