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 행복강박증 양산하는 '긍정성 독재시대'

나윤석 기자 2021. 6. 11. 10:1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행복하지 않다는 말은 인생을 잘못 살고 있다는 뜻이 돼버렸다. 행복은 이제 '규범'이요, 행복한 개인은 '정상성'의 원형이다."

저자들은 '해피(happy)'와 정치체제를 뜻하는 '크라시(-cracy)'를 합성한 용어를 통해 행복의 가치를 설파하는 '긍정 심리학'이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와 결합해 '행복 강박증' 환자를 만들고 사회 모순을 은폐하는 현상을 비판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해피크라시│에바 일루즈·에드가르 카바나스 지│이세진 옮김│청미

“행복하지 않다는 말은 인생을 잘못 살고 있다는 뜻이 돼버렸다. 행복은 이제 ‘규범’이요, 행복한 개인은 ‘정상성’의 원형이다.”

에바 일루즈와 에드가르 카바나스가 쓴 ‘해피크라시’는 현대 사회를 ‘긍정성 독재의 시대’라고 규정한다. 저자들은 ‘해피(happy)’와 정치체제를 뜻하는 ‘크라시(-cracy)’를 합성한 용어를 통해 행복의 가치를 설파하는 ‘긍정 심리학’이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와 결합해 ‘행복 강박증’ 환자를 만들고 사회 모순을 은폐하는 현상을 비판한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행복 이데올로기는 공공·민간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침투해 있다. 2012년 유엔은 3월 20일을 ‘세계 행복의 날’로 정하고 “모든 국가가 행복을 공공 정책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각국 통계 연구소에 행복을 수치화한 ‘웰빙 지수 채택’을 주문하고 있다. 기업들 역시 ‘행복한 노동자가 생산성을 높인다’는 신념으로 조직 개편에 나섰다. 직원들의 감정을 관리하는 ‘행복서비스팀장(CHO)’ 자리를 신설한 구글·레고·이케아 등이 대표적 사례다. 코카콜라처럼 각 나라에 ‘행복연구소’ 지부를 둔 회사도 있다. 이런 상황에 발맞춰 자기계발 전문가와 인생 코치 등이 주도하는 행복 산업은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생의 소소한 기쁨을 음미하라’ 따위의 가르침을 전하는 ‘마음챙김’ 시장은 연간 10억 달러(약 1조1145억 원) 규모로 성장했고, 명상·행복 애플리케이션은 수백 만 사용자를 보유할 만큼 인기를 끈다.

저자들은 이러한 ‘행복 관념’이 부와 가난, 성공과 실패 등은 모두 개인에게 달린 것이라는 능력주의를 강화한다고 꼬집는다. 실제로 긍정심리학 주창자인 마틴 셀리그먼의 행복 공식에 따르면 행복에 도달하는 요인 가운데 인지적·감정적 요인은 40%에 달하는 반면, 소득·교육 수준 등 외부 요인은 10%에 불과하다. ‘사회는 없고 개인만 있는’ 논리는 불행한 개인을 “불운을 자초한, 고통받아도 싼 자”로 규정하고, 심지어 “부자의 성공은 가난한 이들에게 자극을 주기 때문에 불평등은 행복 증대의 원천”이라는 궤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책은 영원한 자기계발이라는 신기루를 걷어내고 부정적 감정의 중요성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 변혁은 분노 같은 나쁜 감정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더 해방적이고, 더 공정한” 세상을 만드는 것은 ‘행복’이 아니라 ‘정의’라는 저자들의 메시지는 근거 없는 낙관주의에 사로잡힌 우리에게 삶의 근본적 목표를 재설정하라고 주문한다. 292쪽, 1만6500원.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