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다는 그 자체가 경이롭고 아름다워" 사샤 세이건

2021. 6. 11. 08:0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에게 죽음은 두렵고 이상하다.

사샤는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어?"라고 묻는데, 칼은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는 근거는 없다며, 아무리 그렇게 믿고 싶더라도 무엇이 사실인지 아는 편을 택하겠다고 말한다.

독실한 과학자였던 세이건은 딸 사샤가 열네 살에 세상을 떴다.

어린 시절부터 과학과 사실 지향적 삶의 태도를 익힌 사샤는 부모님이 아주 복잡한 개념까지도 설명해 주려고 애썼다며, 마치 작은 아이의 몸안에 갇힌 교수처럼 대했다고 말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에게 죽음은 두렵고 이상하다.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우리에게 우주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알려준 ‘코스모스’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어린 딸이 “왜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본 적이 없냐”고 묻자, 돌아가셨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샤는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어?”라고 묻는데, 칼은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는 근거는 없다며, 아무리 그렇게 믿고 싶더라도 무엇이 사실인지 아는 편을 택하겠다고 말한다. 어린 딸은 죽음을 이해하게 됐을까?

독실한 과학자였던 세이건은 딸 사샤가 열네 살에 세상을 떴다. 그 후, 사샤는 20년 동안 늘 같은 꿈을 꾼다. 꿈 속에서 아버지를 만나지만 아버지가 가르쳐준 모든 것, 자연의 섭리,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것을 꿈 속에서 깨달으면서 깬다.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사샤 세이건의 에세이 ‘우리,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문학동네)는 태어남과 성장, 결혼과 죽음 등 인간의 생애주기와 다양한 의식을 계절의 순환이란 자연의 리듬 속에서 깊고 따뜻한 시선으로 따라간다.

사샤는 인간이 태어나고 자라는 모든 과정에서 기리는 의식들, 종교의례에 깊은 애정을 표한다.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이런 것들을 더욱 늘리라고 권한다.

계절과 자연의 흐름과 변화에 따라 크고 작은 일상의 의미를 새기고 기억하고 축하하는 일은 사샤에 따르면, 유한한 삶을 가치있게 살아가는 방법이다. 꽃봉오리가 올라오는 봄날 식구들과 티파티를 열기, 하짓날에 세상을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며 시간여행을 해보기, 첫눈 오는 날을 기념해 아이스크림 먹기 등. 손을 잡고 기도를 드리거나 초에 불을 밝히는 전통을 바꾸거나 새로 의식을 만드는 것도 좋다.

종교가 없어도 광대한 우주와 자연의 심오하고 아름다운 진실, 존재 자체의 신비에 경탄하는 것만으로도 영적으로 충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이건 가족의 대화와 삶이 녹아있는 책은 과학적 사고와 철학이 인문학적 통찰과 어우러져 있다.

어린 시절부터 과학과 사실 지향적 삶의 태도를 익힌 사샤는 부모님이 아주 복잡한 개념까지도 설명해 주려고 애썼다며, 마치 작은 아이의 몸안에 갇힌 교수처럼 대했다고 말한다.

특히 “그런 건 원래 그런 거야”라든가 “내가 그렇다면 그런 거야”라는 식으로 대답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꺼내 같이 답을 찾아보고 새로 알게 된 사실에 신나했다고 했다.

저자는 십대 후반, 친구들과 환각버섯을 먹고 무의미와 우울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경험도 털어놨다. 그러길 몇 달 후, 부모님으로부터 오랫동안 주입받은 생각, “살아 있다는 그 자체가 경이롭고 아름답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으면서 활기를 되찾았다.

책은 과학의 용어가 예술과 종교의 언어와 충분히 같을 수 있음을 고요하고 아름다운 문체를 통해 보여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사샤 세이건 지음, 홍한별 옮김/문학동네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