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n번방' 김영준 "피해자들에게 죄송"

음란영상 판매 피의자 김영준(29)이 11일 오전 검찰에 송치되며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서울경제]

여자로 속여 남성 수천명의 ‘몸캠 피해영상’을 촬영하고 유포한 김영준(29)이 “피해자들에게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김영준은 11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 설치된 포토라인에 검정색 상하의를 입은 채 나타났다. 그는 “피해자들에게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앞으로 반성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또 김영준은 공범이 있냐는 질문에 “혼자 했다”고 답했다. 그는 취재진의 요청에도 마스크를 벗지 않은 채 호송 차량에 탑승했다.

김영준은 2013년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8년여간 1,300여명의 남성들과 영상통화를 하며 음란행위를 요구하고 이를 녹화한 파일을 유포·판매한 혐의(아동성착취물제작·배포, 카메라등이용촬영 등)를 받는다. 김영준은 여성으로 가장한 채 영상통화를 하며 여성 인터넷방송인 등의 음란영상을 송출해 피해 남성들을 속였다. 송출되는 영상에서 등장하는 여성들의 입모양에 맞춰 실제 대화를 하는 치밀한 모습을 보였다.

피해자 중에는 아동·청소년 39명도 포함됐다. 김씨는 자신이 가장한 여성을 만나게 해 준다며 아동·청소년 7명을 자신의 주거지 등으로 불러낸 후 유사성행위를 하게 한 뒤 이를 촬영하기도 했다.

김영준은 영상통화를 하면서 동시녹화 프로그램을 이용해 남성들의 음란행위를 녹화했다. 또 이를 텔레그램 등을 통해 판매하기도 했다. 경찰은 김영준이 제작한 영상을 재유포하거나 구매한 사범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올해 4월 피해자의 신고를 받은 뒤 수사에 착수했다. 강서경찰서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은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직접 수사에 나섰으며, 이달 3일 주거지에서 김영준을 검거했다. 검거한 당시 김영준은 남성을 유인하려는 여성 음란 영상 4만 5,000여개를 가지고 있었으며 불법 촬영물까지 확인됐다.

김영준이 촬영한 ‘몸캠 피싱’ 영상은 2만 7,000개에 달했다. 경찰은 영상이 저장된 원본 3개를 압수한 뒤 폐기 조치했다. 또 불법촬영물 추적시스템을 활용해 유포된 피해 영상을 삭제·차단할 방침이다.

한편 경찰은 지난 9일 신상공개위원회를 개최하고 “남성 아동·청소년 39명의 성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하는 등 사안이 중하고 재범 위험성도 높다고 판단했으며 동종범죄 재범방지 등을 위해 신상공개를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심기문 기자 do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