훅 들어온 정유정의 서늘한 스릴러

2021. 6. 11.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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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감 있는 문장, 긴장의 밀도를 적층해가는 심리적 기법으로 스릴러의 서늘한 맛을 제대로 보여주는 작가 정유정이 다시 돌아왔다.

핏빛, 광기어린 언어 대신 담담한 일상의 언어로 인간의 잔인함과 냉혹함을 드러내는데 탁월한 정 작가는 이번엔 자기애에 빠진 나르시시스트가 어떻게 타인의 삶을 옥죄고 파괴하는지 기괴한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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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감 있는 문장, 긴장의 밀도를 적층해가는 심리적 기법으로 스릴러의 서늘한 맛을 제대로 보여주는 작가 정유정이 다시 돌아왔다. 핏빛, 광기어린 언어 대신 담담한 일상의 언어로 인간의 잔인함과 냉혹함을 드러내는데 탁월한 정 작가는 이번엔 자기애에 빠진 나르시시스트가 어떻게 타인의 삶을 옥죄고 파괴하는지 기괴한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소설은 돼지고기 삶은 내가 진동하는 습기 가득찬 후끈한 부엌에서 시작한다. 독자들을 훅 끌어들이는 설정이다. 외딴 시골집, 늪에 사는 오리들을 먹이기 위해 돼지고기를 삶고 가는 여자와 어린 딸이 있다. 오리가 가장 좋아하는 먹이가 돼지고기라는 사실은 그로테스크하다. 지유는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대체로 입을 열지 않는다. 무언가를 설명하려면 많은 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집에서 일어나는 일은 비밀이다. 비밀은 아무한테도 말해선 안된다는 거고, 이를 어길 경우, 벌을 받는다는 의미다. 지유는 엄마가 하는 말, 미묘한 표정과 움직임, 행간까지 읽어내 그에 맞춰 말하고 행동한다. 엄마를 화나게 해선 안된다. 그 집에 이혼한 아빠가 찾아온다. 아빠와 늪에서 오리들을 관찰하며 늦은 오후를 보내고 온 지유는 다음날 아침 아빠가 없다는 걸 발견한다.

소설은 등장인물 셋의 시점이 교차되며 전개된다. 정교하게 구성된 상황과 장소, 인물들은 소설적 긴장을 높이며 임계점을 향해 직진한다. 작가는 소설 속 공간을 구체화하기 위해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러시아 바이칼 호수를 답사하는 등 생생함을 더했다. 정유정은 ‘작가의 말’에, 우리 사회의 지나친 자기애와 자존감, 행복에 대한 강박을 지적, “자신을 특별한 존재라고 믿는 순간, 개인은 고유한 인간이 아닌 위험한 나르시시스트가 될 수 있”다고 썼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완전한 행복/정유정 지음/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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