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건물' 건축과 어울리다

효효 2021. 6. 1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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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앨런·존 매컴버 지음|이현주 옮김|머스트리드북
[효효 아키텍트-88] 건축(architecture) 연재물에 건물(building) 관련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거대 담론보다도 필자와 비슷한 환경에 처해 있을 일명 '글로노동자'들이 자기만의 작은 공간을 어떻게 관리할지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해서다.

1인 가구 시대에 실제 건물 소비자 즉, 사용자는 오피스텔이나 원룸 같은 집합 건물에서 일상의 많은 시간을 보낸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비대면 생활과 업무 환경을 가중시키고 있다. 1인 가구 거주자는 고립된 측면이 있다. 식사, 취침 등 생활 습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주거 환경 등이 건강을 직접 좌우한다.

책으로 들어가면, 도시와 건물에 관해 연구하는 저자들은 인구 증가, 도시화, 자원 고갈, 기후변화라는 네 가지 세계적 대변화의 큰 맥락에서 건강한 건물에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050년까지 세계 인구는 약 20억명이 증가하고, 도시화 현상이 심화될 전망이다.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건물의 수요에 필요한 인프라스트럭처는 70% 이상 완성되지 않았다.

전 세계 에너지의 약 80%는 화석 연료에서 발생하고 그 에너지의 약 40%는 건물에서 소비한다. 지금까지 건물은 전 세계에서 전체 온실가스의 3분의 1 이상을 뿜어냈다. 건물은 지구 온난화의 직접적인 주범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호 모순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거대 담론의 영역이다.

저자들은 건물이 지속 가능한 도시화 노력과 개발 과제의 해결책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마트폰이나 자동차와 달리 건물은 새로운 모델이 나왔다고 금방 사라지지 않으며 오랫동안 남아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로 공기 질이 나쁜 날 기상캐스터들은 이렇게 말한다. "노약자는 바깥 출입을 자제하세요." 건물 안은 바깥보다 공기가 깨끗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코로나19로 실내 체류 시간이 더 늘어난 지금 실내는 안전할까.

저자들은 간단한 계산을 해봤다. 인간은 시간당 약 1000번 호흡하며 하루 동안 15㎥의 공기를 들이마신다. 대다수 도시인은 하루에 90% 이상을 실내에서 생활한다. 일반적인 건물 내부의 미세먼지 농도는 바깥의 절반 정도다. 사람은 실내에서 하루 24시간 중 21.6시간을 생활한다. 사람이 하루에 들이마시는 대기 오염물질은 건물 외부보다 내부에서 4.5배 많다.

미국 환경보호국 추정에 따르면 일부 오염물질은 실내 농도가 실외보다 10배 이상에 달했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더러운 바깥 공기 차단을 위해 환기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건물 자재 등에서 나온 오염물질은 누적된다.

저자들이 주장하는 환경 개선법 자체는 특별히 새롭지 않다. 사무실 정도의 공간은 좋은 미세먼지 제거 필터가 장착된 공조 시스템을 이용해 자주 환기, 실시간 이산화탄소 농도 점검,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들어 있지 않거나 적은 건축재 활용, 화학 성분으로 향기를 내는 세제나 향초는 실내에서 쓰지 않는 것, 공기청정기 활용 등이다.

1인 가구의 열악한 공간에서는 환기만큼 좋은 해결책이 없다. 저자들은 환기가 인지능력을 상승시킨다는 통계도 제시한다. 비행기 사례를 들어 부연한다. 비행기를 타면 졸린 이유는 나쁜 공기 질(높은 이산화탄소 농도) 때문이다. 기내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이륙 직전 최고 2500PPM까지 올라간다. 미국 허용치보다 2.5배 높은 수치다. "대낮에 비행기를 타도 바로 졸린 이유다." 비행기같이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은 사무실에서는 효율적으로 일하기 어려울 것이다.

글로벌 기업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구글은 일하는 환경이 중요하며 건물 안 근무자들의 건강이 혁신적인 비즈니스의 중심이라는 메시지를 줄곧 강조해왔다. 이들은 2018년부터 하버드대와 파트너십을 맺고 건물에 사용된 자재와 건물 안 각종 가구와 설비를 대상으로 화학물질 포함 여부를 검사한다.

구글 부동산팀은 실내 공기 질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건물 안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건강을 개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가 UC버클리에서 열린 프레젠테이션에서 휴대하고 다니던, 대기 중의 먼지 크기와 분포를 측정하는 계측 장비인 파티클카운터(Particle Counter)로 미세먼지를 측정하며 실내 공기 질의 중요성을 강조한 일이 계기가 되었다. 구글 부동산팀에 건물은 제품이고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사용자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 지은 애플 신사옥은 실시간으로 공기 질을 점검한다. 각 방에 설치된 배관을 통해 '공기 냄새를 맡는다'고 저자는 묘사한다. 이렇게 건물 전체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수치를 관리한다. 유수 제약사 화이자, JP모건체이스, 캐리어 등도 건물 안에서 일하는 직원의 건강에 초점을 맞춘 '건강한 건물'에 입주했거나 짓고 있다.

건물 설계, 운영, 유지 관리 과정에서 내리는 결정은 건물이 대기 오염과 기후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필자는 얼마 전 소형 사무실을 둘러보러 다녔다. 교통 편의성을 포함한 입지, 사무 환경에 적합한 공간 구조, 채광과 환기, 적절한 비용인지 여부 등이다. '건강한 건물'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다.

1인 가구 건물 사용자 입장에서 중요한 주거, 공간 환경을 짚어봤다. 이 책이 제시한 '건강한 건물의 아홉 가지 기본 토대' 중 1. 공기 질, 2. 온열 건강성(너무 덥거나 너무 추운 환경), 3. 습기, 4. 먼지와 해충, 5. 음향과 소음, 6. 조명과 전망이 해당한다.

[프리랜서 효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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