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3세, K-아재, 월클 아이돌..이들의 공통점은?

서정민 2021. 6. 11. 05:0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호창·이택조·제이호
유튜브 스타 3인3색 인터뷰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은 평등한 기회의 땅이다. 재벌이든, 동네 아저씨든, 신인 아이돌이든,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다. 요즘 유튜브 세상에서 대세로 떠오른 이들 셋도 그렇다. 자기 일을 열심히 하면서 그걸 유튜브에 올렸더니 어느새 스타가 됐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이들을 도저히 직접 만날 수는 없어 이메일로 얘기를 나눠봤다.

이호창 김갑생할머니김 미래전략실 본부장

시가총액 500조원의 코스피 1위 기업 김갑생할머니김의 이호창 본부장은 재벌 3세다. 늘 명품 슈트 차림과 꼿꼿한 자세로 품위를 잃지 않는다. 유학파여선지 무의식 중에 유창한 영어도 곧잘 튀어나온다. 하지만 사원 식당에서 자사 제품 김에 밥을 싸 먹는 등 소탈한 모습도 보여 칭송을 받고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도 시종일관 세련된 태도를 잃지 않았다.

―카페 사장 최준 같은 이들이 나오는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비(B)대면데이트’ 꼭지에 재벌이 출연한 이유는 뭔가요?

“저 같은 사람이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열고 싶었어요. 일상을 공개하는 정도가 아니라 콘텐츠를 통해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는 정도?”

―지난 2월 공개한 설맞이 신년사 영상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신년사 영상과 꽤 비슷해서 화제가 됐죠. 조회수가 160만회로, 정 부회장의 80만회보다 2배 높은데, 소감이 어떤가요?

“글쎄요, 저는 조회수가 크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고요, (같은 재벌계에서) 존경하는 선배님이라 그분과 비교를 하는 것은 제가 너무 부끄럽습니다.”

양복점에서 흉기 든 괴한을 줄자 하나로 제압하는 이호창 김갑생할머니김 미래전략실 본부장. 유튜브 영상 갈무리

―얼마 전 양복점에서 흉기 든 괴한을 줄자 하나로 제압한 영상이 보도되었습니다. 영웅이 됐는데도 기사화를 원치 않았다고 했다는데, 왜죠?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알면 안 되니까?”

―회사의 주력 상품인 김갑생할머니김이 11번가에 판매 상품으로 나오는 족족 완판되는 등 인기가 뜨겁습니다. 혹시 다른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도 있나요?

“세계인의 밥상에 김갑생할머니김이 오를 때까지 열심히 해볼 예정입니다.”

피포지(P4G) 서울 정상회의 비즈니스 포럼 연사로 나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선언하는 이호창 김갑생할머니김 미래전략실 본부장. 유튜브 영상 갈무리

―최근 피포지(P4G) 서울 정상회의 비즈니스 포럼 연사로 나서 전세계인 앞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선언했는데요, 쉽지 않은 결단이었을 것 같습니다.

“회사도 늘 새로운 시대에 발맞춰 끊임없이 변화해야 도태되지 않고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의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자리에서 당연한 결정이었고, 앞으로도 신중을 기해 ESG 경영에 앞장설 예정입니다.”

이택조 한사랑산악회 부회장

산에서든 집에서든 등산복과 물아일체인 듯한 이택조 한사랑산악회 부회장은 인테리어업을 하다 코로나19 여파로 가게 문을 닫았다.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일꾼답게 목소리가 크고, ‘아재 개그’를 잘 구사한다. 언제나 술에 취한 듯 흥이 많은 그가 보내온 인터뷰 답변에서도 왠지 막걸리 냄새가 진동하는 듯했다.

―나이와 직업 등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5호선 몇번출구’(오십몇살)인지는 말씀드릴 수 없는 이택조라고 합니다. 으하하하~ 약력은 한사랑산악회 부회장, 영등포 상가번영회 회장, 영등포 구청장배 게이트볼 최연소 우승자, 현 택시 기사!”

―<피식대학> 채널의 ‘한사랑산악회’ 영상을 보고 한사랑산악회에 가입하고 싶다는 분이 많던데요, 누구나 가입할 수 있나요?

“모든 것은 (김)영남 한사랑산악회 회장을 통해서 물어봐야 돼. 으하하~ 나 혼자 결정하면 사달 나.”

―산을 사랑하는 이유는 뭔가요? 산에 왜 오르시나요?

“산은 말이 없어서 내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내 이야기를 다 들어준다고.”

―이택조 개인 유튜브 채널(구독자 13만7천명)도 시작하셨던데, 집에서 배춧국 끓여 먹고, 혼술 하는 걸 유튜브에 올릴 생각은 어쩌다 하셨나요?

“딸내미가 알려줘서. 이거 하면은 돈도 벌 수 있다고 해가지고.”

개인 유튜브 방송에서 혼술을 하는 이택조 한사랑산악회 부회장. 유튜브 영상 갈무리

―희한하게도 젊은 층이 특히 열광하는데요, 평범한 ‘케이(K)아재’로서 유튜브 스타가 된 비결은 뭔가요?

“비결이 뭐 있어? 비결 있으면 나나 좀 알려줘.”

―당신처럼 유튜브 스타를 꿈꾸는 아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당장 시작하라. 그리고 나에게 (프리랜서 세율인) 3.3% ‘뽀찌’를 달라.”

매드몬스터의 제이호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유명한 아이돌 듀오 매드몬스터의 멤버 제이호는 2000년생 인천 출신으로, 본명은 이재호다. 그룹에서 서브 보컬과 메인 댄서를 맡고 있으며, 인형처럼 커다란 눈과 조막만 한 작은 얼굴로 꽃미모를 자랑한다. 월드 스타가 됐어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그는 인터뷰에서도 내내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월드클래스 아이돌 스타로 산다는 건 어떤 건가요?

“끊임없이 저를 갈고 닦아가는 과정? 인 것 같아요.”

―최근 발표한 신곡 ‘내 루돌프’ 정말 좋아요. 근데 ‘월클돌’(월드클래스 아이돌)인데, 왜 유튜브에 영어 댓글이 별로 없나요? 조회수도 거의 한국에서만 나오는 것 같고요.

“전세계 60억 포켓몬스터(팬클럽)분들이 우리를 정말 좋아해 주신 나머지 한국어를 공부해서 댓글을 달아주시더라고요. 또 굳이 한국까지 오셔서 유튜브를 시청해주시더라고요. 우리 때문에 유튜브 서버 증설 계획이 생겼다고 하더라고요. 늘 죄송한 마음입니다.”

지난 5월 음악 프로그램 <엠카운트다운>(엠넷)에 출연한 아이돌 그룹 매드몬스터의 제이호(오른쪽)와 탄. 프로그램 영상 갈무리

―라이벌 방탄소년단(BTS)은 빌보드 차트 1위 등 연일 새 기록을 쓰는데요, 매드몬스터만의 목표가 있다면요?

“우리의 라이벌은 바로 과거의 우리 자신이라고 생각해요. 과거의 우리를 뛰어넘는 것이 목표입니다. 사실 지금 현재의 라이벌은 미래의 우리 자신이기도 해요. 미래의 우리를 그리다 보면 너무 무섭습니다.”

―영상을 보다 보면 아주 가끔 이택조 한사랑산악회 부회장의 얼굴이 살짝 겹쳐 보일 때가 있는데요, 저만의 착각인가요? 혹시 닮았다는 얘기를 들으신 적은 없나요?

“저는 그분이 누군지 모르겠어요.”

―11일 밤 방송하는 <유희열의 스케치북>(한국방송2) 녹화를 마쳤다고 들었습니다. 코미디언 정형돈과 래퍼 데프콘이 만든 듀오 ‘형돈이와 대준이’, 코미디언 김신영이 변신한 ‘다비이모’ 등이 나오는 ‘부캐’ 특집이라던데요, 그러면 매드몬스터도 부캐란 말인가요?

“우리가 평소 코미디언 분들을 정말 좋아하는데, 해외 스케줄이 많아 티브이나 유튜브를 통해서만 보던 분들이 나오신다고 해서, 너무 재밌을 것 같아서 출연을 결정하게 됐습니다. 우리는 거의 웃기만 하다 왔던 것 같아요. 코미디언들 너무 재밌으세요.”

개콘에서 봤다 싶은…그가 맞습니다
코미디언 얘기가 나온 김에 따져보니, 묘하게 이들 셋 모두와 닮은 듯한 코미디언 한명이 떠오른다. <개그콘서트>(한국방송2)에서 ‘라스트 헬스보이’(2015), ‘넘사벽’(2016), ‘라이브 쇼 멜로가 필요해’(2019) 등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이창호다. 하지만 지난해 <개그콘서트> 폐지 이후 좀처럼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그는, 결국 유튜브 채널에서 ‘이호창’ ‘이택조’ ‘제이호’ 등 3명의 각기 다른 캐릭터로 분신술을 부리며 우리 곁에 다시 왔다. ‘개콘’ 폐지 후 코미디언들은 대학로 무대 등에 ‘스탠드업 희극’을 올리기도 했지만, 그는 온라인 플랫폼을 선택했다. 5년 전 문을 연 유튜브 콘텐츠 생산 네트워크 샌드박스가 운영하는 채널 <피식대학>과 <빵송국>에서 다양한 캐릭터로 활동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