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

안선희 2021. 6. 11.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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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적이고, 자기 자신에게 충실하며, 회복탄력성이 뛰어나고, 자기 주도성을 드러내며, 대단히 낙관적이고, 감정지능이 높은 사람." 수많은 자기계발서와 심리학 책에서 행복한 인간의 전형으로 내세우는 모습이다.

긍정심리학과 행복산업이 확산되면서 이제 "행복하지 않다는 말은 인생을 잘못 살고 있다는 뜻이 되어버렸고, 행복은 건강하고 정상적이며 제대로 돌아가는 삶의 심리학적 최종 기준이 됐다." 문제는 행복이데올로기가 생활조건, 사회구조, 시대상황 등이 어떻든 행복의 열쇠는 자신의 내면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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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크라시: 행복학과 행복 산업은 어떻게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가
에바 일루즈·에드가르 카바나스 지음, 이세진 옮김/청미·1만6500원

“개인주의적이고, 자기 자신에게 충실하며, 회복탄력성이 뛰어나고, 자기 주도성을 드러내며, 대단히 낙관적이고, 감정지능이 높은 사람.” 수많은 자기계발서와 심리학 책에서 행복한 인간의 전형으로 내세우는 모습이다.

<해피크라시>는 이같은 ‘행복’이 어떻게 이 시대 추구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인생 목표가 됐는지, ‘행복산업’이 어떤 경로로 거대산업으로 성장했는지, 이런 흐름이 사람들의 삶과 사고방식에 어떤 폐해를 가져왔는지를 분석한다.

1990년대 말 등장한 긍정심리학은 행복산업의 이론적 기초가 됐다. 긍정심리학은 인간의 부정적 감정보다 “긍정적인 감정, 스스로 삶에 더하는 의미, 낙천주의, 행복” 등을 연구하고 “자아실현의 심리학적 열쇠를 전해줄 수 있는 새로운 행복의 과학을 수립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심리상담사, 자기계발서 저자, 다양한 유형의 코치 등이 활동하는 심리치료 시장과 시너지 효과를 냈고, 행복이 경제적 가치의 더 나은 기준이라고 여기는 ‘행복경제학’, ‘진정한 내면의 풍경’에 집중하고 현재의 순간을 충실하게 사는 법을 강조하는 ‘마음챙김’ 등으로 이어졌다.

긍정심리학과 행복산업이 확산되면서 이제 “행복하지 않다는 말은 인생을 잘못 살고 있다는 뜻이 되어버렸고, 행복은 건강하고 정상적이며 제대로 돌아가는 삶의 심리학적 최종 기준이 됐다.” 문제는 행복이데올로기가 생활조건, 사회구조, 시대상황 등이 어떻든 행복의 열쇠는 자신의 내면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고통과 행복은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문제로 본다. “감정은 집단, 공동체, 사회에도 달려 있다는 사실은 외면한다.” 또한 늘 자신의 심리적 문제를 바로잡고 자기를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믿는 ‘행복염려증’ 환자들을 양산한다.

저자들은 “우리가 행복의 사도들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훌륭한 인생의 열쇠를 주겠다는 그들의 줄기찬 약속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열쇠는 아무 데도 없기 때문”이라며 “우리에게 희망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현재의 행복관에 수반되는 독재적이고 순응적이며 거의 종교를 방불케 하는 낙관주의는 필요 없다”고 말한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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