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미켈슨 우승 보고 심장이 쿵쾅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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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코스에서 쳐봐야 실력이 늘죠. 선수들이 내 진심을 안다면 원망하지 않을 겁니다.”
한국 남자 골프의 개척자인 최경주(51)는 깃대가 흔들릴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고 해무(海霧) 자욱한 코스에서 악전고투를 벌이는 선수들을 보면서 마치 자신이 경기하는 듯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10일 제주 핀크스 골프클럽에서 개막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SK텔레콤오픈에 최경주는 선수가 아닌 공동 집행위원장 자격으로 참가했다. 그는 ‘틀을 깨고 대회의 격을 높여달라’는 주문을 받고는 미국 PGA투어에 가깝게 코스 난도를 높이자는 제안을 했다. 그 의견을 받아들인 대회조직위원회는 전장 543야드짜리 쉬운 파5홀이던 4번 홀을 498야드 길이의 까다로운 파4홀로 만들어 파72 코스를 파71로 만들었다. 대회 첫날 악천후까지 겹치면서 이 홀에서 보기 이상의 스코어가 속출하고 속칭 ‘양파’보다도 더 많은 9타(5오버파), 10타(6오버파)에 홀 아웃한 선수도 나왔다. 미 PGA투어에는 대회마다 500야드 안팎의 긴 파4홀이 서너 개씩 있다.
최경주는 “한국에는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은데 미국이나 유럽을 가면 실력 발휘를 못 하는 이유 중 하나가 국내 대회의 코스가 국제 기준과 비교해 너무 쉽기 때문”이라며 “내년엔 파5홀을 하나 더 파4홀로 만들어 파 70으로 만드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안 뛰니까 코스 어렵게 만든 것 아니냐는 불평도 있다는데 그렇지 않다”며 “난도가 높은 코스를 대비하다 보면 연습부터 샷이 달라진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주최하는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때도 페어웨이를 좁게 만들고 러프를 기르는 등 코스 난도를 높인다.
지난 7일 귀국한 최경주는 이 대회 ‘공동 집행위원장’ 자격으로 자가 격리를 면제받았다. 그는 “미국에서 이미 두 차례 코로나 백신을 맞았고 PGA투어 대회 때마다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는데도 국내 대회에서 선수로 뛰려면 2주간 자가 격리를 해야 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선수로 나서지 못했다. 불합리한 점은 개선해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지난달 동갑인 필 미켈슨(미국)이 미 PGA투어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것을 보고 심장이 다시 뛰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처음엔 컷이나 통과할까 하는 심정으로 보았는데 겁 없이 경기하는 모습을 보고 우승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으로 바뀌더라”며 “마지막 날 미켈슨이 9번 아이언으로 175야드에서 그린에 공을 올리는 것을 보고 얼마나 많이 준비했는지 느꼈다”고 했다.
그는 미켈슨이 우승한 바로 다음 날부터 웨이트 트레이닝 때 바벨 무게를 늘렸다고 했다. 최경주는 “최근 출전했던 시니어 PGA챔피언십에서 만난 선수들도 모두 용기를 얻었다고 하더라. 내가 그 대회에서 3위를 한 것도 그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최경주는 “미켈슨이 사용했던 47.9인치의 긴 드라이버도 시도해보고 다해 봤는데 나는 별 차이가 없었다”며 “몸을 잘 만들고 치면 지금보다 15야드 이상 거리가 는 290야드까지는 가능한데 그 정도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PGA투어에서 8승을 거둔 최경주는 우승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밝혔다.
최경주는 “8월에 열리는 시니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 내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 나갈 수 있다”며 “비거리보다는 아이언샷이 정확성에서 승부가 갈린다는 점에서 나와 잘 맞는 대회”라고 했다. 최경주가 마지막으로 우승했던 대회가 2011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었다.
한국 남자 골프 대표팀 감독이기도 한 최경주는 “임성재와 김시우는 도쿄 올림픽에서 꼭 메달을 따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마지막까지 잘 준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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