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43] 중국에 날아오는 화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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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쏘기는 엄연한 고대 예법(禮法)의 하나였다. 이른바 사례(射禮)다. 유서가 오랜 만큼 관련 글자와 어휘가 풍부하다. 제후(諸侯)라는 단어의 후(侯) 역시 ‘헝겊으로 만든 과녁’이 본뜻이다. ‘과녁’이라는 말도 화살을 날려 가죽을 뚫는다는 관혁(貫革)이 본딧말이다.
그런 과녁의 가운데를 일컫는 한자가 적(的)이나 곡(鵠)이다. 앞 글자는 목적(目的), 표적(標的) 등의 단어로 친숙하다. 뒤의 ‘곡’은 사물이나 현상의 핵심을 찌른다는 맥락에서 사용하는 정곡(正鵠)이라는 단어를 낳았다.
‘목적’이라는 단어에는 흥미로운 스토리가 따른다. 당(唐)을 세운 고조(高祖) 이연(李淵) 이야기다. 나중에 당 태종 이세민(李世民)을 낳은 두씨(竇氏)의 부친이 병풍 속 공작(孔雀) 그림의 눈[目]을 화살로 맞히는 사람에게 딸을 시집 보낸다고 공언했는데, 이연이 그에 성공했다는 고사(故事)에서 유래했다.
곡적(鵠的)이라는 단어는 사물의 핵심을 가리킨다. 파적(破的)이라고 적으면 과녁 한복판을 꿰뚫는 일이다. 누군가를 분명히 겨누고 쏘는 화살[有的放矢]도 있고, 과녁도 없이 마구 쏴대는 화살[無的放矢]도 있다.
그나마 화살 쏘는 사람의 입장이다. 가장 불길할 때가 남이 쏘는 화살에 내 몸이 놓이는 경우다. 그것도 여러 화살이 겨누는 과녁[衆矢之的]으로 처지가 전락하면 더 그렇다. 중국인이 잘 쓰는 속언대로 “지나가는 쥐를 보고 모든 사람이 ‘죽여라’ 하고 고함치는” 상황이다.
중국의 국제적 위상이 급히 기울어진다. 미국의 대중(對中) 압박이 거세지면서 유럽연합(EU)과 주요국이 동참하고 있다. 지나친 대외 확장이 역공을 부른 국면이다. 적벽(赤壁)에서 짚더미 채운 배 띄워 상대의 화살을 모아 왔다는 제갈량(諸葛亮)의 ‘초선차전(草船借箭)’식 꾀라도 필요할까. 하지만 그런 허구를 읊조리기에는 중국 상황이 꽤 만만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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