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넘으니 '인플레 바이러스'.. 미국도 독일도 한국도, 보이는 건 가격 다 올랐다

김지섭 기자 2021. 6. 1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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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덮친 생활물가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올해 2월부터 최근까지 무려 다섯 차례나 차량 가격을 올렸다. 저가 모델인 ‘모델3 스탠더드 레인지 플러스’의 판매 가격은 올해 2월 최저 3만7000달러(약 4100만원)에서 현재 3만9900달러(약 4400만원)로 약 8%, 중·고급형 모델인 ‘모델Y 롱레인지 AWD’는 최저 4만6490달러에서 약 4만9000달러로 6%가량 올랐다. 소비자들의 원성이 커지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는 트위터에 “원자재 가격 상승 때문에 가격을 올렸다”고 해명했다.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 상승)이라는 새로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식료품부터 공산품, 휘발유, 자동차값은 물론 주거비까지 전 세계에서 거의 모든 것의 가격이 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요 초과 현상이 지속하면서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세계 주요국의 경제 봉쇄 조치가 풀리며 각종 서비스 물가마저 정상화하는 것이 체감 물가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고 해석한다.

◇인플레이션에 감염된 세계

인플레이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과 우리나라 등 세계 각국으로 확산 중이다. 미국의 CPI(소비자 물가 지수) 상승률은 지난 4월 13년여 만의 최고치인 4.2%(전년 대비)를 기록했고,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도 CPI 상승률이 지난달 2년 7개월 만의 최고치인 2.5%였다. 한국의 지난달 CPI 상승률도 2.6%를 기록하며 9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의복과 식품, 주거 등 의식주를 중심으로 한 체감 물가가 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 NH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작년 1분기까지 1%대에 머물던 미국의 월평균 식음료 가격 상승률(전년 대비)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3~4%대를 이어가면서 CPI를 웃돌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률은 더 높아서 미국의 지난 4월 상승률(5.5%)은 지난해 하반기 평균(1.2%)의 4.6배에 달했다. 독일의 경우, 식음료 가격 상승률은 아직 1%대 후반에 머물고 있지만, 작년 하반기 평균인 0.8%보다 크게 올랐다. 지난해 하반기 내내 마이너스였던 독일의 주택·수도비 상승률은 지난 4월 1.3%로 치솟았다.

한국의 경우 지난달 통계청 조사에서 쌀과 사과, 계란 가격은 각각 14%, 60.3%, 45.4%나 올랐다. 휘발유(22%), 전세 보증금(8.6%) 등 다른 주요 생활 물가도 같은 기간 줄줄이 상승했다. CPI 같은 물가 지표는 품목별 지출 규모에 따라 가중치를 다르게 적용한다. 따라서 CPI 수치의 변화는 2~3%에 불과하지만, 실제 개별 품목의 가격은 이보다 훨씬 많이 오른 경우가 흔하다. 한국의 경우 전체 가중치 1000점 중 전세(48.9), 휴대전화 요금(36.1)의 가중치가 높고, 쌀(4.3)과 계란(2.6) 등 식품의 가중치는 낮다.

◇“금리 인상 온다… 빚 줄여라”

물가가 오르면 수요가 줄어드는 것이 경제 상식이다. 하지만 물가 급등에도 현재의 소비 증가세는 제동이 걸리지 않고 있다. 교체 주기가 길어 소비 심리의 강도를 가늠하는 지표로 자주 활용되는 ‘자동차 판매량’이 지난 4월 미국과 유럽에서 급증한 것이 이를 대변한다. 미국 경제 매체 블룸버그는 “지난 4월 미국의 자동차 판매 대수는 1850만대(연율 기준)로 16년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유럽에서는 신차 판매 증가율이 218.6%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잔뜩 움츠러든 소비 수준에 맞춰져 있던 ‘공급 인프라’가 폭발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물가 상승이 시작됐다. 기업들이 제품 공급량을 늘리려 구리·원유·콩·밀 등 각종 원자재 주문을 쏟아내자 원자재 시장에 과수요가 발생했고, 이상 기온에 따른 작황 부진과 주요 광산(鑛山) 파업 사태가 닥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플레이션을 예상한 투기적 수요까지 밀어닥치며 원자재 가격은 연일 상승세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보복 소비의 여파로 급등한 원자재 가격이 시차를 두고 전 세계 물가 전반을 끌어올리는 양상”이라고 했다. 숙박과 항공 등 코로나 팬데믹 탓에 급락했던 서비스 물가가 반등하는 것도 가파른 물가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이 가져올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신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빚을 내 주식과 주택을 구매한 중산층에겐 부채 부담을 크게 늘릴 치명타다. 저소득층 역시 장바구니 물가 상승으로 막대한 타격을 입는다. 부동산이나 주식 등 인플레이션의 수혜를 볼 자산은 없고, 지출만 늘려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김성현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소득층을 보호하기 위해 그들의 실질 임금을 높일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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