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나비서 나온 항균물질.. 생물 다양성 가치 보여줘" [연중기획-지구의 미래]
붉은점모시나비의 복원
추위 견디도록 돕는 내동결 물질 지녀
먹고 움직이는 애벌레로 한겨울 보내
수차례 시행착오 거치면서 복원 성공
'신약의 보고' 가능성
애벌레서 치주염 세균 억제 물질 발견
항염·항암 물질 기대되는 펩타이드도
본격적인 연구 통해 산업화 준비 단계
넘어야 할 과제 뭔가
곤충 관련 연구비 대부분 살충에 쏠려
양봉·양잠 외에는 활용 못하고 사라져
종의 보존 통해 경제적 가치 찾아내야
붉은점모시나비의 애벌레 이야기다. 이 애벌레는 만물이 얼어붙는 계절에 생을 시작한다. 보통 11월 말에서 1월 초 알을 까고 나와 3∼4월까지 애벌레로 살고 5월쯤 번데기가 돼 6∼7월에 나비로 변태한다. 이후 길어야 일주일 남짓 동안 나비로 살면서 짝짓기를 해 알을 낳고 생을 마감한다.
겨울을 좋아하는 붉은점모시나비 애벌레에서 국내 연구진이 치주염 등을 억제하는 항균물질 후보군을 발견했다. 강원 횡성 깊은 곳에 있는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는 멸종위기종인 이 애벌레의 펩타이드를 연구해 항균 효과를 확인했다. 연구소 측은 붉은점모시나비 외에도 수억년을 진화해온 곤충이 가진 막대한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붉은점모시나비가 나부끼고 물장군과 금개구리가 맘놓고 헤엄치는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를 지난 2일 찾았다.
◆겨울을 좋아하는 애벌레
이 소장은 이 나비가 지구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하고 싶었단다. 그러나 수년의 연구에도 붉은점모시나비 애벌레는 죽기만 했다. 이 소장은 “2005년부터 나비를 길렀는데, 살리고 싶어서 연구를 거듭해도 애벌레를 죽이기만 했다”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만물은 겨울에 잠들었다가 봄이면 생동한다. 이 상식에 따라 이 소장도 붉은점모시나비 알이 부화하도록 밤낮으로 따뜻하게 보호했다. 하루는 뜻대로 깨어나지 않는 애벌레에 상심해 알을 방치했다. 추운 겨울이었다. 검은색 애벌레를 발견한 건 바로 다음날이었다. 그 순간 이 소장의 뇌리에 이 애벌레는 추운 곳을 좋아하는 ‘한지성’ 동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이후 그가 증식·방사에 성공한 붉은점모시나비는 현재도 강원 삼척과 경북 의성 등 고도가 높고 서늘한 지역에서만 발견되고 있다.
◆멸종위기종 ‘신약의 보고’ 되나
365일, 붉은점모시나비의 길지 않은 생애 중 약 190∼220일은 애벌레 상태다. 알 속에 있거나 ‘여름잠’을 자는 기간까지 포함하면 생의 90%를 애벌레로 보낸다. 활발하게 먹고 움직이는 11월에서 3월까지 5개월은 애벌레로서 삶의 핵심이다. 이 소장은 추운 날씨를 좋아하는 이 애벌레에 분명 남다른 특징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연구에 본격적으로 골몰한 결과 이 애벌레가 추위를 견디도록 돕는 ‘내동결 물질’을 밝혀냈다. 붉은점모시나비는 알 상태로는 영하 47.2도까지, 애벌레로는 영하 35도까지 살 수 있다.
다만 이 물질들이 의학적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신약이나 의약품으로 산업화되기까지는 의료기기법 통과 등 넘어야 할 관문이 많다. 정 소장은 “멸종위기종 복원이 사람에게도 이로운 일이 많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논문”이라고 밝혔다.
◆“가능성을 눈으로 확인… 시작에 불과”
연구소에 서식하는 생물을 먹이고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만 한 해 2000만원이 넘는다. 곤충 ‘몸값’은 더 나간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인 붉은점모시나비를 잡으면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 소장은 “멸종위기 곤충의 경제적 가치를 생각하면 많은 곤충 관련 연구비가 살충에 쏠린 현실은 참 안타깝다”고 했다.
횡성=박유빈 기자 yb@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손톱 옆 일어난 살갗, 뜯어내면 안 되는 이유 [건강+]
- 20살 한국 여성이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에 올랐다
- 박명수 “주는대로 받아! 빨리 꺼져”…치킨집 알바생 대학 가라고 밀어준 사연 감동
- “가해자 누나는 현직 여배우”…‘부산 20대女 추락사’ 유족 엄벌 호소
- “엄마 나 살고 싶어”…‘말없는 112신고’ 360여회, 알고보니
- 아이 보는데 내연남과 성관계한 母 ‘징역 8년’…같은 혐의 계부 ‘무죄’ 왜?
- 여친 성폭행 막던 남친 ‘11살 지능’ 영구장애…가해男 “징역 50년 과해”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
- 예비신랑과 성관계 2번 만에 성병 감염…“지금도 손이 떨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