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아파보니..쉬어가고, 내려놓기에 눈뜬 최형우

대구 | 김은진 기자 2021. 6. 10.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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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 흐려지는 희귀질환에 부진
"몸 멀쩡해도 쉬어야 하니 화가 나"
아내 조언·위로에 회복의 전환점
6월 들어 홈런포 재가동 등 부활

[경향신문]

KIA 최형우(가운데)가 지난 4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LG전에서 9회말 끝내기 안타를 친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형우(38·KIA)는 지난 4월20일 잠실 LG전에서 대기록을 세웠다. 5회초 2사 1루 상황에서 우월 2점 홈런을 때려 통산 2000안타를 기록했다. 리그 역대 12번째이자 역대 최소 경기·타석 2위에 해당하는 큰 기록이다. 이날 홈런 두 개를 날린 최형우는 이틀 뒤 다시 홈런을 치며 타격 상승세를 맞는 듯했다.

그러나 상상도 못했던 문제가 생겼다. 오른쪽 눈이 잘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날아오는 공의 미세한 움직임도 흡수해야 하는 타자들에게는 시력이 가장 중요한 무기다. 공이 겹쳐 보이고 시야가 흐려지는 중심장액성 맥락망막병증이란 진단을 받았다.

망막세포가 터져 물이 차면서 시야를 방해하는, 야구선수들의 공식 부상명으로는 사실상 처음 등장한 ‘희귀 질환’이었다. 치료법은 없다. 물이 빠지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진단에 최형우는 엔트리에서 제외됐다.5월4일 제외됐다가 약 한 달 만인 5월31일 복귀했지만 전같지 않았다. 눈은 어느 정도 회복됐지만 타격이 되지 않았다.

방출을 딛고 일어서 홈런왕으로, FA로, 2000안타 레전드로 올라서 성공신화를 쓴 최형우는 또 처음 경험하는 새로운 시련에 다시 도전자로 전환했다.

최형우는 지난 9일 대구 삼성전에서 홈런을 쳤다. 1회초 1사 1루에서 선발 김대우의 직구를 받아쳐 좌중월 2점 홈런으로 연결했다. KIA가 앞서 2경기 연속 득점하지 못하며 3연패에 빠져 있던 위기에서 결국은 최형우가 침묵의 고리를 끊었다. 이 홈런이 결승타가 돼 KIA가 이겼다.

4월22일 LG전에서 친 시즌 4호포 이후 48일 만에 홈런을 때린 최형우는 1군 복귀 뒤 처음 나온 시원한 타구로 그동안의 분노와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씻어내기 시작했다.

최형우는 “홈런 자체보다 공이 뜬 것이 만족스럽다. 굳이 안타가 안 나와도 자기가 만족하는 타구 방향 같은 게 있는데 복귀 이후 뜬공을 정말 기다렸다”고 말했다. 지금 눈 상태는 100%가 아니다. 완전히 이전 상태로 회복하는 것은 기약이 없지만 한 달 전과 달리, 경기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상태가 되었다. 최형우는 조금은 격한 표현으로 지난 한 달간 답답했던 심정을 드러냈다.

최형우는 “일상생활이라면 충분히 가능한데 야구 하는 시력이 되질 않았다. 화가 나서 눈을 뽑아버리고 싶었다. 어디가 부러진 것도 아니고 몸은 멀쩡한데 이런 말도 안 되는 문제로 쉬어야 한다는 게 너무 화가 나 처음 사흘 정도는 진짜 많이 괴로웠다”고 말했다.

또 “아내와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동안 아프지 않고 계속 잘해왔으니 잠깐 쉬어 가라는 의미라고 생각하자는 말에 마음을 좀 내려놓았고, 그 뒤에 조금씩 회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형우는 차분하게 올라서기로 굳게 마음먹었다. 9일까지 타율은 0.195. 리그에 ‘최형우’라는 이름이 널리 알려진 이래 낯선 타율이지만 최형우는 조급하지 않다. 최형우는 “타율이 이렇게 떨어진 경험은 몇 년 전에도 해서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감을 빨리 되찾아 아웃을 당하더라도 납득할 만한 아웃을 당해야 한다”면서 “야구가 참 힘들다고 다시 생각했다”며 작게 웃었다.

대구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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