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둥이 아들인데"..버스 탔던 부녀, 딸은 눈감아
[KBS 광주] [앵커]
광주시 재개발 구역에서 철거 중이던 건물이 무너지면서 운행 중이던 버스를 덮쳐 승객 9명이 숨졌는데요.
학교에서 돌아오다 변을 당한 늦둥이 외동아들, 아들 생일 미역국을 끓여놓고 일 나갔다 돌아오지 못한 어머니.
이번 사고의 안타까운 사연들이 알려지면서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하루아침에 가족을 떠난 보낸 유족들의 가슴 아픈 사연, 양창희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무너져 내린 건물 더미에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부서진 버스.
60대의 한 어머니는 집 인근 식당에 일하러 가기 위해 이 버스에 올랐다가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습니다.
이날은 아들의 생일날.
미역국 끓여놨으니 먹으라고 아들과 전화 통화한 게 마지막 인사였습니다.
[조일현/유족 : "어머니가 이제 형님한테 이제 생일 축하한다고 밥 차려놨다고, 그렇게 전화를 하셨더라고요."]
갑작스런 사고 소식을 듣고 건물 붕괴 현장에 달려왔던 어머니.
'내 아들이 아닐거'라며 애타게 찾았지만 끝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외동아들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사고 희생자 가운데 나이가 적은 17살 고교생 이모 군은 비대면 수업 일에 동아리 후배를 만나러 학교를 찾았다가 참변을 당했습니다.
[김정필/유가족 : "조카도 외아들 아버지는 저놈만 보고 살지. 저놈만 보고, 오직. 세상에…."]
매몰된 버스는 부녀의 생사를 갈라놓았습니다.
버스 앞 자리에 앉은 아버지는 사고 직후 구조됐지만 버스 뒤쪽에 있다가 뒤늦게 구조된 딸은 끝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친구는 갑작스런 슬픈 소식에 말을 잊지 못했습니다.
[고인 친구 : "항상 만나면 부모님 얘기 하면서, 어머니께서 이런 일 하시고 자기가 그래서 좀더 잘해야 하는데 잘 도와드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서 항상 죄송하다. 그런 얘기 하기도 하고…."]
하루아침에 가족 곁을 떠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합동분향소엔 온종일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KBS 뉴스 양창희입니다.
촬영기자:신한비
양창희 기자 (shar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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